[몽골여행] 하늘에 뜻을 묻고, 바람에 길을 묻다 .... (1)

in travel •  6 years ago 

9월1일부터 9월12일까지
아들과 함께 몽골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은 관광과는 또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여행이란 내 돈 주고 미지의 세계로
고생길을 떠나는 청춘의 모험이 아닐까?
어쩌면 일상에서 벗어나 마음의 여정을 따라
자신의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순례의 길과도 같다.
아들은 평소에도 여러차례 지평선을 보고 싶다고 말했고,
나는 푸른 초원을 달려보고 싶었다.
나의 유전자의 일부는
항상 광활한 초원을 서성이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런것들이 우리를 무작정 몽골로 안내하였다.
아들은 이제 초등학교 6학년을 마무리하고 있다.
곧 중학생이다.
이번여행이 그의 인생에서도 중대한 사건이 될것임을 믿어의심치 않는다.
블루베리 농장의 일과 집안 일,
그 외에 여러 일들이 산재해 있었지만 잠시 덮어두었다.
때로 인생은 멈춤도 필요하다.
급박하고 힘겨운때일수록 한발 물러서 멈춰있기로 한다.

자유
집을 나서는 순간, 자유가 찾아왔다.
누구도 우리를 간섭하지 않는다.
어둠을 뚫고 비상하는 비행기안,
하늘 위에서 자유를 만끽한다.
너무도 친절한 스튜어디스,
옛날 인하대학교 경제학과 과사무실 옆이
스튜어디스를 교육하는 교실이었다.
젊은시절 가슴띄게했던 그녀들.
세월만큼 멀어진 그녀들의 보살핌이
하늘위 여행객을 따뜻하게 한다.
어둠속에서 빛나는 수많은 불빛이 땅으로부터 하늘로 쏟아진다.
마치 별을 감상하듯 그 불빛을 따라 낯선 땅에 발을 디뎠다.
처음과 낯섬이라는 설레임.
헤어져서는 안되는 연인처럼 아들과 손을 꼭 잡고
한발 한발 미지로 나아간다.

게스트 하우스는 아파트를 일부 개조한 것이어서
넓지는 않지만 편안한 곳이었다.
TV채널이 한국이 아님을 말해주는 듯 하다.
그리고 우리 것과는 맛이 다른 차 한잔.
몽골의 아파트는 욕조외에는 배수시설이 안되어 있어서
샤워는 꼭 욕조안에서 조심스럽게 해야하고
욕조밖으로 물이 틔면 일일이 걸레로 닦아내야한다.
변기도 조금은 다르게 생긴 것이 신기하다.
사장겸 드라이버인 ‘푸제’와 그의 아내에게
한국에서 준비해간 선물을 주었다.

몽골에서의 아침 식사는 빵과 차와 쨈과 계란후라이다.
빵은 부드럽지 않고 거칠고 딱딱하다.
차는 우리 입맛에는 생소하다.
은행에 들려-실은 은행옆에 환전소가 따로 있었다- 환전을 했다.
우리돈 1,000원이면 대략 2,000투그릭을 준다.
마트에 들러서는 라면을 비롯해 물과 과자 등
먹을 것들을 한보따리 샀다.
그래봐야 12만 투그릭. 우리돈으로는 6만원 정도다.
이번 여행에는 나와 아들, 그리고 30살의 남자 동행이 함께했다.
여기에 운전수, 가이드가 더해져 총 5명의 일행이다.
가이드는 드라이버인 푸제의 아내이다.
부부가 함께 성실히 살아가는 모습이 좋아보인다.
어젯밤에는 아들과 함께 공항으로 픽업을 와주었고,
게스트하우스는 대학생인 딸이 지키고 있다.
하루만에 푸제의 가족을 모두 본 셈이다.

‘푸르공’이라 불리는 투어차량에
짐을 한가득 싣고 울란바타르를 빠져나왔다.
2차선의 포장된 도로가
언덕과 초원을 가로질로 시원스럽게 뻗어있다.
오늘 가야할 길은 500여Km가 넘는다.
창밖으로 초원의 모습이 변해가더니
급기야 지평선이 보인다.
어느새 뒤로도 앞으로도 왼쪽으로도
오른쪽으로도 끝없는 지평선이 가물거린다.
어떤 때는 저 멀리 바다처럼 보이기도 한다.
또, 구름이 입체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구름의 바닥을 보았는데,
저멀리 지평선이 가물거리는 땅 위의 구름들이
옆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각양각색의 모양으로
거대한 바다위를 떠다니는 것처럼 보인다.

한참을 달리던 차량의 타이어가 펑크가 났다.
포장도로라고 하지만 보수하지 않은 도로는
곳곳이 패여있고 그다지 좋지 않다.
대지를 향해 나란히 서서 오줌을 누고 바람을 만끽한다.
이곳에는 단 한그루의 나무도 없다.
단 하나의 산도 없다.
그늘은 오직 구름만이 만들어준다.
바람은 시작도 없고 끝도 없다.
그저 이 광활한 대지를 달리고 있다.
내가 여기 서 있기에 그 바람을 느끼고 있을 뿐이다.

어렵지 않게 타이어를 교체한 후, 다시 먼 길을 달렸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우리를 낯선 땅으로 안내하였다.
이곳은 차강소브리가.
태양은 뜨겁지만 바람은 시원하다.
바람은 대지를 깨우고 있다.
잠들지 않도록 잠들어 죽어버리지 않도록
끝없이 대지를 깨우는 것이다.
눈앞에 내려다 보이는 시원한 광경에 가슴이 열린다.
그 가슴으로 바람이 지나고 있다.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하늘이 펼쳐지고 땅이 펼쳐졌다.
그림을 그리라고 한다면 동그라미에 가운데 일직선이면 끝이다.
위는 하늘이고 아래는 땅이다.
바람과 구름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저멀리 먹구름과 그 아래로 무수히 번쩍이며 번개가 치고 있다.
그런데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소리가 올 수 없는 먼곳에서 비가 오고 있다.

밤이되자 땅은 어두운데 하늘에는 둥근 스크린이 켜진다.
무수한 별들이 빛나고 때때로 별똥별이 떨어진다.
하늘이 이렇게 컸었다.
하늘이 이렇게 낮게 땅위에 있었다.
옆 게르의 여행객들이 마지막 여행의 밤을 아쉬워해서
새벽까지 떠드는 바람에
새벽에 일어나 싸늘한 추위를 뚫고 하늘의 별을 보았다.
지평선너머에는 밤새 비가오고 번개가 치고 있다.
저곳은 아마도 우리가 앞으로 가야할 여정의 장소이리라.


인천공항의 로봇안내원에게 약국을 안내받고 있다. 장소를 입력하면 그곳까지 직접 바래다 주고 제자리로 돌아간다.


비행기를 타기전에 대기실에서 밖을 보고 있다.


우리가 타고갈 비행기


비행기 출발 직전에...


출발전 대형마트에서 물건들을 사고 있는데, 한국의 식품들이 많다.


우리를 미지의 세계로 안내해줄 푸르공. 차체가높고 튼튼하긴 한데 안락함이 부족하다.


몽골에서 타이어 교체는 일상처럼 쉬운 일인거 같다.


인적없는 길가에 덩그러니 여행자를 위한 식당이 하나 있다. 처음 먹어본 양고기 요리다. 수테차와 함께 제공된다.


사방이 지평선이다. 바람도 시원하다.


포장길을 벗어나 비포장길로 들어서고 있다. 몽골에는 곳곳에서 저런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차강소브리가. 협곡과 굽이굽이 광야가 멋지다.


화보의 주인공처럼...


때묻지 않은 대자연, 그 길을 걷고 있다.


아들과 함께한 추억이 오래 간직되기를 바래본다.


가슴을 열고 바람을 맞는다. 광야를 품어보자, 아들아!


해가지기전 햇볕이 강렬하다.


아주머니가 낙타 젖을 짜면서 다니고 있다.


저녁식사로 나온 양혓바닥 고기와 함께 컵라면을 곁들였다.


생수를 컵에 담아 양치질 중이다. 뒤쪽으로 화장실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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