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도구탓] 홋카이도 여행기 3일차(오전)

in travel •  7 years ago  (edited)

12월 25일 오전 / 삿포로

  • 삿포로로 향하는 비행기가 원래 출발할 시간은 23일 아침 8시였다. 공항에 6시 전에 도착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4시에 일어났다. 당연히 여행 전날인 22일 밤엔 잠을 조금밖에 못 잤다.
    여행 첫날밤도 마찬가지였다. 24일 새벽 3시쯤 자서 6시에 일어났다. 비행기 연착으로 날려버린 시간이 아까웠기 때문이다. 이틀 연속으로 잠을 세 시간 정도만 잤다.
    25일 아침, 눈을 떴을 땐 9시 20분이었다. 알람 소리도 듣지 못했다. 비행기나 기차로 이동 중에 틈틈이 잤음에도, 잠이 부족했나보다. 오전 10시에 호텔을 나왔다.

  • 삿포로에서 2박을 머물렀던 호텔은 호케 클럽 삿포로이다. 예약하면서 사진으로 봤을 땐, 좋은 선택 같지 않았다. 바닥에 깔린 러그나 커튼은 낡아보였고 담배 냄새가 뱄을 거 같았다. 방은 너무 좁아 캐리어 펼칠 공간도 없을 거 같았다. 그저 가격이 맞아 선택했었다. 실제 접한 방은 예상보다 훨씬 좋았다. 침대, 러그, 커튼 등이 낡았다는 느낌은 없었다. 담배 냄새도 없이 깔끔했다. 면적은 좁았지만 예상만큼은 아니어서, 여행자가 생활하긴 나쁘지 않았다. 대중 욕장은 이용해보지 못했고, 조식도 먹어본 적 없지만, 괜찮았다고 평가내리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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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객실 내부 사진(출처: hotelpass.com)

  • 홋카이도 대학 캠퍼스의 풍경이 아름답다고 들었다. 대학의 식물원도 걷기 좋다고 들었다. 둘 중 한 곳은 아침에 산책삼아 가보고 싶었지만, 늦잠을 잔 관계로 갈 수 없었다. 오후엔 노보리베쓰로 이동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바로 아침 겸 점심을 먹기로 했다. 메뉴는 어제 밤에 먹지 않은 규탕(우설) 정식이었다. 식당은 숙소와 가까웠다. 오픈 시간인 11시 전에 도착해 조금 기다렸다.
    나는 한 번도 소 혀를 먹어본 적이 없다. 그런 요리가 있다고 들어본 적도 없다. 규탕 정식을 선택한 이유는 순전히 호기심 때문이었다. 가이드북은 ‘한 번만 먹은 사람은 없는’ 요리라 했다. 나는 평생 한 번만 먹어도 될 것 같았다.
    맛이 없었단 뜻은 아니다. 처음 먹은 음식에서 특별히 다른 무언가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기대치가 너무 높았을지도 모르겠다. 특유의 부드러움이 있다고 해서, 입 안에 넣기만 해도 녹아 없어질 줄 알았다. 실제로는 새송이버섯이나 소의 생간을 씹는 듯한 식감이 있었다. 힘줄이나 질긴 부위처럼 씹기 힘든 것은 아니라 ‘특유의 부드러움’이 있다고 한 것 같다.
    숯불에 구워 나오는 규탕은 일반 정식과 프리미엄 정식으로 나뉜다. 당연히 프리미엄 정식이 더 비싸다. 하나씩 시켜서 여자친구와 나눠 먹었다. 일반 규탕이 보통 먹는 소고기 맛에 가까웠다면, 프리미엄 규탕은 좀 더 새로운 음식을 먹는다는 느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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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점심으로 먹은 규탕 정식, 왼쪽이 프리미엄.

  • 밥을 먹고 슬슬 나오니 12시쯤 됐다. 노보리베츠로 가는 버스는 1시 반에 출발할 예정이었다. 시간이 애매하게 남았다. 커피가 당겼다. 여행지인 만큼 지역의 특색 있는 카페에 가고 싶었지만, 찾지 못했다. 하릴없이 삿포로 역 근처에 있는 만국 공통 다방 스타벅스로 향했다.
    한국에서도 종종 스타벅스를 이용했었다. 문경 오미자로 만든 음료나 공주 밤 라떼처럼 현지화 전략을 쓴 음료들이 종종 눈에 띄었었다. 일본에도 그런 음료들이 있나 찾아봤다. 일본어를 못 알아봐서인지는 몰라도 찾을 수 없었다. 평소처럼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여자친구는 (역시 평소처럼) 아이스 카페라떼를 주문했다. 여행 중에 찍었던 사진과 가이드북을 보며 수다를 떨었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스타벅스의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 가격은 300엔 대로 한국보다 쌌다. 대기하는 손님이 많아질 때, 일본의 카페에선 자리를 차지한 손님들에게 점원이 ‘적당한 시간동안 이용해 달라’고 부탁하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 커피 한 잔을 시키면 몇 시간이고 있을 수 있는 한국의 카페와는 느낌이 다르다. 어디에선가 한국의 카페는 옛날의 툇마루나 정자를 대신하는 초단기 부동산 임대업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일본의 커피가 싼 이유는, 카페의 초단기 부동산 임대업 성격이 약해서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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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항상 즐겁죠
넘 부러워요
부뤄우면 지는것 ㅎㅎ
농담이에요 즐거운 여행이 되시길 바래요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일본 스벅은 다일 영수증들고가면 리필해줍니당!ㅎㅎ 연인과 겨울삿포로라니 낭만끝장나네욤

아 리필이 되는 줄 몰랐네요ㅜ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맞팔 드렸어요^^

생생한 여행 후기네요! 부럽습니다.
그것도 여자친구분과 ...ㅎㅎ

팔로우했습니다 자주들리겠습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맞팔 드렸어요^^

규탕은 소의 혀부위 고기로 만든 탕이라는 건가요?

가이드북에서 읽기로는 규는 일본어로 소이고 탕은 영어로 혀라고 하더라고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