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 29일 인천 출발 몽골 도착
지금이 저녁 12시 30분이니까 이 글을 쓰는 날은 8월 30일이다. 난 일기 쓰고 있고 주영이는 소파에서 인터넷 검색을, 지은이는 클럽 음악을 틀어놓고 춤추고 있다. 각자 다른 방식으로 노는 우린, 취향이 너무 다르지만 어쩌면 비슷할지 모르는 우린, 3박 4일 동안 몽골 여행을 한다.
몽골로 온 이유는 이렇다. 계속 몽골에 가고 싶었던 나는(한국사람 맞습니다) 주영이(정상 같지만 또라이)에게 몽골에 가고 싶다 했다. 수많은 별을 보고 싶다고. 거기에 맥주까지 마시면 말 다했다고. 주영이도 자연 그대로를 보고 싶다 했고 지금 아니면 가기 어려울 것 같다며 동의했다. 휴가기간에 맞춰 몽골에 가기로 했고 지은이도(해외여행 처음인 애) 시간이 맞아 몽골에 함께 갈 수 있었다.
우린 사진을 좋아한다. 우리 3명이 전부인 사진동회회를 만들고 시간 될 때마다 출사를 다녔다. 주로 동인천에 있었는데 이젠 해외로 눈을 돌렸다. 몽골의 별과 사막을 찍으러.
"왠지 이번이 아니면 가기 힘들 것 같아" 몽골에 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며 우린 가장 저렴한 시기에 비행기 구매 타이밍을 알아보곤 했다. 사람들이 다녀온 후기를 공유하고 낙타 인형과 델을 사기로 하면서. 후기와 정보를 통해 우리의 기대치는 점 점 높아졌고 디데이를 세면서 곧 찾아올 몽골 여행을 준비했다. "바로 내일인데 아직도 실감이 안 나"
몽골 가기 전
여행은 준비하는 시기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경비를 모으기 위해 아르바이트하는 것부터. 비록 덜 먹고 덜 즐기면서 돈을 모으지만 늘 기대하니까.
난 몽골 가기 한 달 전까지 제주도에 있었다. 두 달 동안 게스트하우스에서 스텝으로 근무하기 위해. 제주도의 삶은 좋지만 돈 벌기는 마땅치 않다. 인천으로 돌아와 단기 알바를 알아봤다. 요즘은 알바도 하늘의 별따기다. 한 곳을 보면 벌써 수 백 명이 동시에 이 공고를 보고 있다. 점 점 일 할 곳이 없어져 한숨만 나왔다.
'오늘은 아무 데도 안 나갈 거야'하며 씻지도 않고 소파에 누워 핸드폰을 했다. 그래도 불안하니 알바몬을 보면서. 우연히 본 공장 알바에 문자 지원을 했고 3분 안에 일해줄 수 있냐는 답변이 왔다. 어떤 일인지 모르지만 우선 알겠다고 했다. 알바를 구하고 있던 다른 친구와 신연수역으로 갔다. 가는 내내 어떤 일을 하는지, 어느 회사인지 그제야 알아봤다. 전자회로. 인체에 해로운 거 아니냐며 걱정하기 시작했다. 우리를 뽑아준 계장님에게 물었다. "인체에 해롭나요?" 입꼬리가 올라간 웃음으로 답하셨다. "아니에요" 다행히 어려운 일도 아니고 깨끗하고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었다. 핸드폰 회로용 스티커를 닦는 작업. 일은 어렵지 않지만 가만히 앉아서 닦기만 하니 허리와 어깨가 아팠다. 신발 신기 위해 허리를 숙일 때마다 '으허헉' 하는 서로를 보며 웃었다. "오바야, 야 내 허리랑 최저시급이랑 바꿨어" 며칠 하니 이것도 적응도 되고 중간중간 스트레칭을 한덕에 허리도 그다지 아프지 않았다. 다만 승모근이 우뚝 솓아올랐을 뿐.
글 쓰는 일도 계속했다. 내 글을 보고 취재기사를 부탁한 회사가 있었다. 일주일에 한두 번 취재를 나가거나 재택근무로 글 쓰는 일이다. 큰 회사이기도 했고 내 글을 피드백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란 생각에 공장 알바와 동시에 했다. 공연 작가를 만나서 인터뷰와 리뷰적는 일을 맡았다. 컨셉을 정하고 질문을 생각하는 일은 재미있었다. 생각보다 작가님의 짧은 답변과 원하는 답변이 나오지 않아 걱정했지만. 그럴 땐 궁금한 점과 부족한 답을 채우기 위해 더 많은 질문을 했고 인터뷰가 끝난 후에도 여러 대화를 나눴다. 공연을 보고 리뷰와 인터뷰 내용을 정리했다. 작가가 공연을 만들어낸 시작부터 공연의 끝까지 보니 처음부터 끝을 함께 한 듯 뿌듯했다.
불안한 마음
이렇게 두 가지 일로 몽골 경비를 모았다. 여권 사진을 다시 찍고, 폭염이니 비자를 대행하고(35,000원), 여행자 보험까지(에이스, 10,900원). 루트 중 말 타는 코스가 있다. 말 타다가 떨어져 다친 사람이 많다고 하니 동호회가 아닌 여행지에서 말 타다 다쳐도 보험 되는 걸로 가입해야 한다고 한다. 우린 다칠까 봐 타지 않았지만.
모든 준비는 끝났다. 짐 싸야지. 그동안 많은 여행을 한 건 아니지만 한 번 떠날 때마다 한 달 동안 살다왔다. 이번 몽골은 3박 4일이다. 그만큼 짐도 별로 없었다. 자꾸 뭘 놓고 가는 것처럼 불안했다. 우리 숙소는 이마트 옆 칭기스칸 호텔이다. 챙기지 못한 게 있다면 거기서 사도 된다. 근데 왜 자꾸 불안한 거지?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티벳 속담.
여행하기 전은 늘 불안하다. 다칠까 봐 불안하기보다. 내가 생각한 만큼 즐기지 못한 상황을 만날까 봐 불안하다. 그때가 아니면 모를 상황이 기대보다 불안이 앞선다. 특히 친구들이랑 가서 더 불안할지도 모른다. 좋은 친구들이지만 여행 스타일이 맞지 않으면 서로 불편한 채로 여행을 마칠 수 있으니. 우린 떠나기 직전까지 서로가 지켜야 할 규칙을 만들었다. 싸우지 않고 잘 놀기 위해.
첫 째. 화장실 같이 가기
두 번째. 어디 갈 때 간다고 말하고 가기
몽골은 8월이 여행하기 좋다고 한다. 8월 말이긴 하지만 8월이니 괜찮지 않냐며 기대했다. 그 기대는 비로 인해 망쳤지만. 떠나기 하루 전 인천에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왔다. 바람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데 과연 내일 여행을 잘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 자연이 하는 일이라 운이 좋길 바랄 뿐,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어이없는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인천에 비가 와도 몽골엔 오지 않으면 괜찮을지도 몰라. 몽골 날씨를 검색했다. 근데 우리가 있는 4일 내내 비가 온다니. 말도 안 돼.
"기대 많이 하지 말고 잘 놀다오자" 정상같지만 또라이인 주영이가 한 마디했다. 그 말에 우린 서로의 짐을 공유했고 내일 보기로 했다.
준비물
모자, 세면도구, 스킨, 로션, 크림, 선크림, 마스크 팩, 우산, 콘센트, 긴 팔 3개, 반팔 1개, 원피스 1개, 쫄바지 1개, 청바지 1개, 냉장고 바지 1개, 후리스1개, 바람막이 1개, 속옷 3세트, 옷걸이 2개, 물티슈, 휴지, 우비, 마스크, 보조배터리, 충전기, 여권, 비자, 작은 가방, 필름 카메라, 필름 3개, 블루투스 키보드, 양말 2개, 슬리퍼, 운동화, 클렌징 티슈(주영), 핫팩(지은) , 쌈장(주영)
그래도 어찌어찌 준비도 마쳤으니 본격적으로 여행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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