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을 수놓고 있는 별들은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인간은 예부터 무수한 별들의 배열 속에서 인물이나 동물, 사물 이미지를 찾아내 이름을 붙여가며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들어냈다. 물병자리, 궁수자리, 사자자리 등 별자리들의 이름엔 각기 고유한 신화와 전설이 담겨 있다.
미 항공우주국(나사)의 스피처 우주망원경이 포착한 위의 성운 사진은 어떤 형상을 연상시킬까?
적외선 우주망원경인 스피처는 맨눈으로는 볼 수 없는 우주 가스와 먼지 구름 속의 모습을 포착할 수 있다. 사진 속의 4가지 색상(파랑, 청록, 초록, 빨강)은 서로 다른 파장의 적외선을 나타낸다. 파란색과 청록색은 주로 별에서 방출되는 것이며, 녹색은 우주 먼지와 탄화수소로 불리는 유기 분자다. 붉은색은 별이나 초신성에 의해 가열된 우주 먼지다. 노란색과 흰색은 여러색의 파장이 섞인 것이다.
나사가 핼러윈데이(10월31일)를 앞두고 이 사진을 공개했다. 이유는 “사진 속의 별과 가스, 먼지 색상 배열이 고질라와 같은 괴물의 모습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고질라는 1950년대 일본 영화에 처음 등장해 수십년에 걸쳐 시리즈물이 이어지고 있는 괴수의 이름이다. 과연 고질라가 연상되는지 위의 사진을 다시 한 번 살펴보자.
오른쪽 상단에서 두 눈에 해당하는 부위가 고질라를 연상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나사 제공
오른쪽 상단에서 두 눈에 해당하는 부위가 고질라를 연상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나사 제공
7800광년 떨어져 있는 별 탄생 구역
이 사진을 공개한 캘리포니아공대(칼텍)의 천문학자 로버트 허트 박사는 “일부러 괴물을 찾은 것은 아니다”라며 “그동안 여러번 들여다봤으나 확대해서 본 적은 없었던 하늘의 한 영역을 우연히 보다가 이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사진에서 눈과 입 부분을 연결시켜 보니 고질라가 연상됐다고 말했다. 무작위적이고 모호한 시각적 배열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 특정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을 파레이돌리아(pareidolia, 변상증)라고 한다.
사진에서 고질라 형상을 한 성운이 있는 위치는 우리 은하수 한가운데에 있는 궁수자리다. 궁수자리는 여름부터 초가을 사이 남쪽 하늘에서 볼 수 있는 별자리다. 고질라의 눈과 주둥이에 해당하는 오른쪽 상단의 별이 지구에서 얼마나 멀리 있는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다만 우리 은하수 영역 안에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고 한다. 고질라의 오른손에 해당하는 왼쪽 아래 부분은 약 7800광년 떨어져 있는 ‘W33’이라는 이름의 별 탄생 구역이다.
나사는 앞서 2019년엔 은하수 가장자리에서 서양의 전통 민속기념일인 핼러윈데이(10월31일)의 호박등을 연상시키는 성운 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
태양의 15~20배에 이르는 별에서 뿜어내는 가스와 먼지가 호박등을 연상시키는 형상을 우주에 수놓았다. 나사 제공
태양의 15~20배에 이르는 별에서 뿜어내는 가스와 먼지가 호박등을 연상시키는 형상을 우주에 수놓았다. 나사 제공
칼텍이 운영하는 스피처 아티스트로노미 웹앱(Spitzer Artistronomy web app, https://www.spitzer.caltech.edu/apps/artistronomy/)을 방문하면 우주 사진에서 연상되는 동물이나 사물의 이미지를 직접 그려볼 수 있다.
2003년 발사된 스피처는 허블, 콤프턴, 찬드라에 이어 나사가 쏘아 올린 네번째 우주망원경으로 2020년 1월 퇴역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지금도 스피처가 남긴 우주 이미지 데이터를 계속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