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는 '영아리'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오름이 몇 곳 있다. 그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은 번영로에서 바로 접근 가능한 물영아리 오름으로, 벌써 10년전 개봉한 <늑대 소년>의 촬영지라는 빛바랜 커다란 간판이 도로변에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영아리는 신령스런 산을 뜻한다. 이곳이 물영아리라 불리는 것은 오름의 분화구에 물이 고인 습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습지는 2006년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보호구역 이기도 하다.
너른 초원을 따라 오름으로 들어가는 길은 중잣성 생태 탐방로와 연계되어 있다. 잣성은 초지에 목축을 위해 쌓아 올린 경계용 돌담을 뜻하는 것으로 고도에 따라 중잣성, 상잣성 으로 부른다.
오름 정상으로 가는 길은 두 가지 이다. 끝나지 않을 듯한계단을 이용하는 것과 삼나무 숲길을 지나 둘레길을 이용하는 것이다. 물론 계단길도 끝이 있고 중간중간 만들어놓은 쉼터는 평화롭고 탐나는 곳이긴 하지만, 둘레길로 올라갔다 계단길로 내려오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현재 분화구 습지는 데크 공사 중이라 가까이 갈수 없다. 어떤 사진을 보면 물이 제법 찰랑찰랑 하던데, 작년 이맘때는 전형적인 습지의 모습 이었다. 이 물영아리 오름에는 전해오는 이야기가 있다.
처음 수망리에 사람이 살기 시작할 때, 한 젊은이가 들에 놓아 먹이며 기르던 소를 잃어버렸다. 소를 찾아 헤매던 젊은이는 이 오름 정상까지 올라가게 되었다. 기진한 젊은이는 그곳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그때 꿈에 백발노인이 나타나 "소를 잃어 버렸다고 상심하지 말아라. 내가 그 소 값으로 이 산 꼭대기에 큰 못을 만들어 놓을 테니, 아무리 가물어도 소들이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너는 다시 소를 구하여 부지런히 가꾸면 살림이 궁색하지 않을 것이다." 눈을 떠보니 아무도 없는데, 갑자가 하늘이 어둑어둑 해지더니 천둥 번개가 치고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젊은이는 놀라 허둥대는데 이상하게 자기 옷은 하나도 젖지 않았다. 그때 '우르렁 쾅' 하늘이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불이 번쩍 눈앞을 스쳐갔다. 젊은이는 그냥 쓰러져 혼절했다. 다음 날 아침에야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가 쓰러졌던 산꼭대기가 너르게 패어져 있고 거기에 물이 가득 차서 출렁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못 가에는 소 한 마리가 풀을 뜯고 있었다.
우리는 풀 뜯는 소 대신에 계단에서 놀고 있는 도마뱀 한 마리만 보았을 뿐이다.
오름 입구로 다시 내려오는 또 하나의 방법으로 소몰이길이 있다. 오름을 둘러서 오는 길이라 할수 있는데, 찬찬히 숲길을 걷는 즐거움을 원하면 계단으로 휑하니 내려오는 것보다 나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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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한마리 몰고 다니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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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 전 조랑말을 타고 거닐고 싶던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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