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과 같이 떠나는 배낭여행] 미친여행 CHAP4_09 이탈리아 - 인터넷에서 현실까지 | 페북에서 만나 현실에서 보게 되는 현지인 여자아이

in tripsteem •  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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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현실까지

2011년 11월 27일





1




다시 한 번 작별을 고하고 숙소를 나섰다.
오늘은 무조건 비행기 탄다. 어제처럼 멍청한 짓은 없을 거다.

다행히도 2파운드짜리 공항 버스는 제대로 예약을 했다. 오늘 날짜다.
어제는 티켓을 제대로 보지 않아 탈 수 있던 것이었다.
뭐, 어쨌든 다행이다.

같은 시간에 어제도 버스를 탔고, 오늘도 버스를 탔다.
어제는 아쉬운 마음에 계속 풍경을 머릿속에 찍었지만, 오늘은 그런 것 없다.
그냥 잔다. 공항에서 선잠 잘 것 같아 미리 최대한 피곤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그런데 막상 공항에 가고 나니 어젯밤이 면역이 되었는지,
스탄스테드 공항 바닥에서도 잠이 참 잘 온다.




카운터가 오픈했다. 여권 검사를 한다.
다행히도 이번에는 날짜 잘못 알고 오지 않았다.
라이언에어는 정말 줄서고, 또 줄서고, 검사하고, 또 검사한다.

출국심사 줄을 통과하면 게이트에서 줄을 선다.
그럼 게이트에서 여권 검사와 가방크기 검사를 한다.
여권 검사 과정에서
나같은 비 EU국가 시민인데 티켓에 도장을 찍지 않았으면 지금 탑승 거부가 된다.




보통 항공사는 지정석이지만,
여기는 선착순이라 게이트 앞에서도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티켓과 가방 검사가 끝나면 그 줄대로 사람들을 인솔하는데,
게이트로 타는 가는 것이 아니라, 트랩으로 탄다.
게이트인지, 트랩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트랩 탑승이라 밖에서 기다리는데,
비행기 문도 안 열어놓는 덕에
기장이 문 열어줄 때까지 추운 바깥에서 대기해야 하는 것이 고달프다.




이 탑승까지 일련의 과정을 보면 마치 비행기 싸게 타려면 이만큼 고생해야 한다고 외치는 듯하다.
그런데 충분히 인건비 추가 지출 없이 개선 가능한 점이 많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건비를 추가로 부담하여
일부러 고객이 불편하도록 만든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일부러 EU 밖의 사람은 카운터에 가서 도장을 받아와야 하는 것이며,
없는 검사 만들어서 하고,
이미 기장은 비행기 안에 있으면서 일부러 문도 안 열고 하는 것 같다.

저가 항공이라 사람이나 시설 투자가 적다고 해도,
그걸 최대한 활용을 해야지 뭣하고 앉아있는지 모르겠다.

15분동안 추위에 떨다가 간신히 토리노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난생 처음 타는 저가 항공의 맛은 무척이나 매웠다.











2




때는 2011년 4월 중반, 한창 이 여행을 준비하고 있을 때였다. 제대했을 때다.
거리를 다니기에 부끄럽지 않도록 열심히 머리를 기르고 있었다.
여행 전 계속 정보를 모으고 있던 때다.

‘딩동’

훈련소 때 친구다.
2년 전에 그저 한 달 봤을 친구인데 아직도 신기하게도 연락이 닿는 친구다.
그냥 심심할 때마다 노가리나 까곤 하는 친구다.
지금도 쪽지가 왔다.

‘야, 좋은 떡밥을 하나 줄게.’

‘응? 뭔데?’

‘지금 이탈리아 애랑 친구먹었는데, 이 애 한국에 대해서 매우 빠삭해...
호기심이 너무 많아서말이지 내 영어가 감당을 못 하겠어.’

‘그래서?’

‘이 친구 좀 부탁해. 너네 둘이 말 좀 해봐.’

순식간에 아이 하나를 떠받았다.








이름은 사라, 18살. 토리노 근처 사빌리아노Savigliano에서 산다.
한국의 아픈 역사나 주요 굵직한 조선사, 심지어는 동북공정까지 잘 알고 있는 아이다.
사진들을 둘러 보면 한국 연예인 사진이 많다.
가볍게 한국어로 끄적거린 사진들도 있다.
한국에 관심이 많아 기분이 좋다.

서로 말 할 거리는 많으니 괜찮겠다.
한 번 던져본다.

“나 5월부터 유럽 가는데...”

“진짜? 혹시 이탈리아도 와?”

“당연히 가지!”

“언제쯤?”

“한 11월 말...”

“흠.. 엄청나게 먼 훗날이긴 하네.”

“그래서 그런데, 혹시 그 때 좀 재워줄 수 있니?”

“나는 괜찮은데, 부모님이 어떠실지 모르겠어.
아버지께서 이런 쪽에 매우 엄격해서말이지...”

유럽을 출발했을 당시에도 진척은 이 정도밖에 나가지 않았다.
(아, 다른 말은 많이 했다. 얻어 자는 것에 대한 합의가 지지부진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6월 즈음이 되자

“오오오! 드디어 성공했어! 아빠 설득했어! 11월에 와도 좋데!”








이렇게 결정이 되었을 때가 지금부터 5달 전.
숙박 예약(?)을 잡아는 놓았지만, 정말 까마득하게 먼 날로만 생각했었지.
하지만 시간이란 건 너무 빠른 것 같다.

순식간에 자전거 여행도 끝나서 내 몸보다도 자전거를 집으로 먼저 보내고,
그러고도 2달이 더 지나가 벌써 이탈리아로 갈 시간이라니... 감개무량하다.




런던 스탄스테드에서 2시간가량 날아가면 토리노에 도착하게 된다.
고도가 낮아지면서 이탈리아 땅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 풍경은.. 정말 황량했다.
분명 우리에겐 동계올림픽을 개최했던 도시인지라 매우 큰 도시로 기억하고 있을텐데...
여기가 그 도시가 맞는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공항버스를 타고 시내로 들어가면 제법 북적함을 느낄 수 있다.
같은 유럽이라고는 하지만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음을 느낀다.

다른 유럽에서 본 건물들은 벽돌로 쌓아 올라가 성 같은 인상을 주는데 반해,
이탈리아 건물은 벽돌의 흔적은 잘 보이지 않고, 겉벽이 울퉁불퉁하거나 세로선이 가득하다.
마치 사진 속에서 보던 밀라노 성당의 패턴 같다.




시내에서 차가 많이 막혀
공항에서 시내까지 짧은 거리임에도 불고, 1시간이나 걸렸다.

우리를 마지막에 내려준 곳은 토리노 포르토 누오바Porto Nuova 역이다.
이제 여기에서 기차를 타고 1시간가량 가서 사빌리아노 역에서 내리면
채팅으로나 만났던 아이를 실제로 볼 수 있다.








토리노역 기차전광판. 뭔진 모르겠지만, 파업중이란다.









전광판을 보고 사빌리아노를 지나가는 기차를 찾는다.
쿠네오Cuneo가 종착역인 레지오날레 열차를 타면 된다고 했다.

뭐, 수시로 있다. 그냥 보이는 열차 끊어 타면 되겠다.
다행히도 티켓 자판기가 있다. 안 되는 영어로 씨름할 필요가 없어서 다행이다.

1시간 가량에 3.9유로다.
우리나라에서 무궁화로 이 거리를 가면 3500원, 2.3유로 정도다.
여전히 비싸긴 하지만, 그래도 유럽 내에선 우리나라 물가와 가장 근접한 곳으로 보인다.

Buy ticket 버튼을 누르고 돈을 뒤적거릴 때였다.

“@#$%^T#$%$#$U#@”

역무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이탈리아어로 손사래를 치면서 뭐라뭐라 하시더니 들어간다.
들어간 곳을 보니 티켓 데스크같은데 사람들이 빼곡하게 모여 있는데 분위기가 험악해보인다.
난리가 난 듯 하다.
언뜻 전광판을 보니 취소된 차도 많고, 죄다 지연이 10분 이상 넘어간다.

남자의 육감이 발동한다.







혹시... 파업?





여기저기 영어 하나 없이 죄다 이탈리아어라 해석해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이 때, 지금 믿을 수 있는 사람은?
그렇다. 사라밖에 없다.

다행히 미리 번호를 받아왔다.
공항에서 파운드 대신 유로로 바꿔온 것이 신의 한 수였다.
공중전화를 써 본다.

“!#$쑈#%$^&#@#$%^&$%”

“나야 나!”

“어?! 목소리는 처음이다. 지금 어디야?”

“토리노 포르토 누오바 역에 있는데 기차가 움직일 생각을 안해.”

“엥?”

“전광판 지나가는거 읽어줄게. 34!#$%^#@$%@$#%”

“아... 파업 맞네.”

“그럼 어떡하지?”

“데리려 가야지.”

“다른 방법으로 가는 방법은 없고?”

“버스는 빙빙 돌아서 3시간 걸리는데, 한 번 갈아타야돼. 그냥 아빠한테 물어볼게.
@$%^U$^%$%^^&%”

“여보세요?”

“응? 받고 있어.”

“이제 지금 아빠랑 나랑 포르토 누오바에 갈 거야. 넌 SNS에 있던 사진 그대로지?”

“그렇지.”

“난 은색 원피스를 입고 있으니깐 1시간 뒤에 보자.”

“1시간? 엄청 먼데? 여기까지 픽업을 오겠다고?”

“괜찮아, 괜찮아. 역 안에서 꼼짝말고 기다리고 있어.”








사라에게, 아니, 사라 아버님께 고맙고 죄송하다.
그렇게 내가 집으로 오길 반대했다가 겨우 승낙했는데,
그럼 아직도 탐탁치 않은 무언가가 가슴에 남아 있을텐데 말이지.
그런데도 왕복 2시간 거리를 픽업까지 해 주시다니...




저 멀리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사라. SNS에서 보던 모습 그대로다.

키가 187이라든데...

키 작은 라틴 사람 가운데 머리 하나 이상 올라가는 우월한 기럭지를 자랑한다.

사람 찾을 수고는 덜었다.

아무튼... 살았다!




사라 아버님 덕분에 어쨌든 사빌리아노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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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1_3 + 1_4 Bryan Almighty + 자전거의 운명은?
CHAP1_1 + 1_2 인천 출발 + 히드로 도착

CHAP0 준비

CHAP0_번외 가져갔던 장비 일람
CHAP0_6 출국 그리고...
CHAP0_4 자전거 맞추기 + 5 쉥겐조약
CHAP0_3 항공권과 장비 마련하기
CHAP0_2 어디를 어떻게 가볼까?
CHAP0_1 다짐




혹여나 자전거 여행을 준비하시는 스티미언분들.. 도움이 되셨을련지요?

도움이 되었다면 UpVote + 리스팀 부탁드리겠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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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문을 선물해주신 @mimitravel 님 감사합니다!!


여행지 정보
● Savigliano, 쿠네오 이탈리아
● Stansted Airport (STN), Bassingbourn Road, 스텐스테드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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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trips.teem입니다. 여행 스토리가 시트콤 같으세요 ㅋㅋㅋㅋㅋ 앞으로도 재미있는 여행기 많이 많이 공유해주세요~ 감사합니다.!

그래서... 얼굴은요?? 궁금 궁금~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