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여행을 하면서 처음으로 먼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날이었습니다.
브리즈번과 콜드코스트 시내를 벗어나 장거리 기차를 타고 소위 말하는 촌동네로 길을 떠나는 날.
도시에서 건설현장 일을 하며 살아가는건 아주아주 안정적이고 먹고살만 했지만 시간이 지나다 보니 해운대에 사는것이나 골드코스트에 사는것이나 별 다를바 없는 느낌이 들어서 새로운 곳으로 떠나보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렇게 정한 목적지가 번다버그!
브리즈번 로마스트릿 역에서 번다버그로 떠나는 기차티켓을 발권 받았는데 아주 정성스럽게 빳빳한 종이지갑속에 곱게 접어서 발권을 받았습니다.
객실이 지루해서 식당칸을 들려봤습니다.
커피나 핫초코 같은 음료를 마실수 있고 TV를 볼수도 있습니다.
번다버그는 퀸즐랜드의 주도 브리즈번에서 북쪽으로 기차를타고 수시간을 가다보면 나오는 작은 도시 입니다.
대형마트나 세계맥주를 판매하는 가게에 가면 한번쯤은 봤을법한 진저비어 번다버그의 원산지.
사탕수수를 원료로 하는 증류주 럼을 만드는 양조장이 있는곳입니다.
기차 승강장 담벼락 너머로 보이는 번다버그 시티의 모습이 정말 아기자기해 보입니다.
호주를 여행하다 보면 백팩커스 라고 불리는 숙박업소들을 많이 볼수 있는데요, 배낭여행자를 뜻하는 백팩커스는 방을 다른 투숙객들과 함께 사용을 하는 도미토리룸이 있는 우리의 게스트하우스 같은 저가의 숙박시설 입니다.
공동으로 사용하는 사워시설과 주방, 휴식공간이 있고 모든것을 개인이 아닌 함께 공유를 하기때문에 숙박요금이 저렴합니다.
농업을 주요산업으로 하는 시골에 있는 백팩에서는 구인구직 에이전시도 함께 하는데요, 농장일을 구하는 사람은 백팩에 머무르면서 일자리를 구할수도 있습니다.
하루 일과를 마치면 2층 발코니에 서서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기도 하고 빨래도 하고 근처에 있는 펍에서 맥주를 마시기도 하곤 했습니다.
번다버그에서 가장 핫한 시티센트리 백팩커스에서 지냈습니다.
가장 핫하다는건 일거리가 가장 많다는것 입니다.
번다버그에서 가장 핫한 시티센트리 백팩커스에서 가장 핫한 1번방의 모습입니다.
가장 핫하기 때문에 가장 구질구질합니다.
시티센트리 백팩커스 1번방에 처음 왔던 날.
얼굴이 아주 시꺼먼 외국인 친구한테 인사를 하고 아주 오랜시간 연습한 where r u from?을 유창한 발음으로 얘기하자 얼굴이 아주 시꺼먼 친구 엔쥬류는 '여기 다 한국사람 이에요.' 라고 아주 유창한 발음의 한국말로 대답 해주었습니다.
호주에서는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는 비용이 엄청나게 비쌉니다. 최소 50불, 우리돈으로 5만원을 넘어서기 때문에 머리를 기르고 기르다 거지중의 상거지꼴이 되어서야 자르곤 했습니다.
어느날 미용기술을 보유한 한국인 백팩커 임피디가 왔는데 컷트한번에 십불이라는 파격적인 서비스를 가지고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얼굴이 아주 시꺼먼 한국인 친구 엔쥬류가 임피디에게 컷트 서비스를 받는중.
백팩 생활중 묘미는 역시 밥먹는 시간입니다.
세계 각국의 여행자들이 모여서 생활하기 때문에 세계각국의 가정식을 맛볼수 있기도 합니다.
가끔 요리배틀을 하기도 하는데 일본에서 요리사를 하다가 오신 일본인 형님이 동네 개울가에서 낚은 감섬돔으로 회를 떠주던게 생각나네요.
번다버그에 지내면서 고구마 농장에 취직을 하여 생활했습니다.
고구마 농장의 일은 특정 시즌에만 일거리가 몰리는 다른 작물들에 비해 일거리가 끊기지 않고 꾸준히 있기때문에 생활비가 바닥날 걱정은 하지않고 아주 부유하게(?) 살수 있었습니다.
(통장은 부유하지만 1번방은 구질구질합니다.)
호주의 고구마 농장은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할머니댁 텃밭의 고구마와는 스케일이 다릅니다.
밭고랑이 정말 끝이 안보이게 펼쳐저 있는데 보이는 초록색이 전부 고구마 줄기 입니다.
고구마는 줄기를 잘라서 땅에 심으면, 심는다는것 보다 대충 꽂고 물만주면 뿌리가 자라나서 땅속에서 고구마가 자라납니다.
그렇게 넓은 땅에 심어놓은 고구마를 캐고 또 캐고 옆에 있는 밭까지 캐도 끝이 없습니다.
더이상 캘 고구마가 없는날은 줄기를 잘라서 빈밭에다가 심는일을 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심는일과 수확하는 일을 끊임없이 무한반복하는 말도 안되는 야바구 다모작을 매번 하다보니 어느덧 제 얼굴도 시컴해져 있고 바지 허리 사이즈도 2인치나 줄었습니다. 그렇게 내일 모래 몸짱이 될 예정이었습니다.
번다버그 시티센트리 백팩커스는 저의 호주 여행중에서 가장 구질구질한 잠자리 이긴 했지만, 가장 자유롭고 많은 친구들을 만나게 된 곳이었습니다.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서 야리끼리(조기퇴근)을 하고 돌아온날.
2층 발코니에서 지는 노을을 바라 봅니다.
여행지 정보
● City Centre Backpackers, 버봉 스트리트 번다버그 센트럴 퀸즐랜드 주 오스트레일리아
trips.teem 으로 작성된 글 입니다.
고구마 농사는 정말.... 줄기 하나가 그렇게 번식력이 좋을지 저는 상상도 못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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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는 게임도 안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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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기피 직업이 "그곳은 꽤 보수가 높다."라는 말을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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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땀흘린 만큼 적절한 보수를 얻을수 있는 사회에요! 국화의원 보다 농부가 부자인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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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steemit.com/kr/@clayop/steempeople
혹 일부러 안하신건지 모르겠지만
본인인증 하시면 기본 보팅 받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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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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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벌어가며 호주여행 하시니 힘은들어도 재미는 있겠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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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십년전 이야기를 올리고 있어요 ㅎ
농장일이 많이 힘들긴 했지만 수입도 괜찮고 무엇보다 자유로움이 가장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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