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유럽맥주여행] #8. 손님이 호객행위하게 만드는 맥주라니

in tripsteem •  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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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의 둘째 날이자 마지막 날.

애초 계획엔 프라하가 없었으나 주위 사람들의 추천으로 끼워 넣은 곳이라 별로 하고 싶은 게 없다. 독일에 비해 음식도 맛있고 도시도 예쁘지만 나의 열정은 없는 상태.

어쨌든 약속대로 전날 만난 지인의 지인에게 연락했다.
대뜸 프라하성으로 오란다. 프라하에 왔으니 프라하성은 봐야 하는 거 아니냐면서. 응? 야경으로 봤으니깐 굳이 안 가도 되는데. 그래도 오란다. 간다.


###### 겁나 빠른 체코의 에스컬레이터



지하철을 타고 근처까지 가서 프라하성 쪽으로 오르는데, 구글맵이 안내해주는 길은 막혀있다. 헤매다 길을 잘못 들었다. 다시 되돌아가 사람들이 올라가는 길을 따라 올라간다.

입구에서 짐 검사가 한창이다. 그 앞에 선 줄이 길다. 한참을 기다려서 겉옷도 벗고 짐도 풀고. 몸수색을 받는데 슬슬 화가 나기 시작한다. 난 맥주 마시러 온 건데 왜 여기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 걸까.

호텔에서 나온 지 두 시간이 지난 후에야 입장했다. 나보다 먼저 도착한 그 분이 날 맞으러 나오는데, 얼굴을 보자마자 순간 짜증을 내고 말았다.

물론 그 분은 프라하에 사는지라 굳이 프라하성에 올 필요가 없다. 오로지 나를 생각해서 온 걸 알고 있다. 알면서도 짜증을 참을 수가 없었다. 여행지에서의 모든 싸움은 이런 식으로 시작된다. 각자 생각하는 여행의 목적과 가치가 다르니까. 다행히 그 분은 여행자가 아니라서 싸움으로 번지지는 않았다. ㅋ

프라하성을 간단하게 둘러보는 동안에도 기분이 풀리질 않아서 그 분이 계속 내 눈치를 보게 만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 참 나쁘네. ㅋ

모든 프라하 여행자가 사진을 찍는다는 핫스팟은 성수기가 아니라서 여유가 있었다. 다행이라면서 사진을 찍어주겠다는데, 그것도 거절하고 그냥 경치만 한 컷.





그 다음은 스트라호프 수도원으로 향했다. 수도원맛집이라고 하는 곳을 처음부터 핀 찍어놓긴 했지만 시내와 거리가 있어 못 갈 줄 알았는데, 프라하성에서 넘어가니 멀지 않다. 맥주를 마시기 전 바로 앞 도서관 방문. 도서관인지도 모르고 입장 티켓을 팔기에 호기심에 들어가보기로 했는데, 으와 정말 최고였다.

문헌정보학을 전공하고 한때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했던지라 멋진 도서관을 보면 여전히 두근대는데, 사진으로만 봤던 오래된 도서관의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니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너무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로 들어간 게 아쉬웠고, 프라하에 다시 갈 일이 있으면 제대로 다시 보고 싶어진다.

참고로 안에서 사진을 촬영하려면 입장료와 별개로 돈을 내야 한다, 하지만 들어가기 직전까지도 의욕이 없던 난 사진조차 안 찍었다. 정말 엉망진창 여행자다.



나와서 바로 앞에 있는 양조장으로 입장.
1층에선 식사를 할 수 있고 2층은 오로지 맥주만 마실 수 있단다. 1층에 자리가 없어 일단 2층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기다리기로 했다.

맥주를 이것저것 주문해서 마시기 시작. 헐! 체코 맥주는 어딘가 나와 잘 안 맞는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니다. 진짜 맛있다. 평소 즐기지 않던 IPA를 맛보는 순간 왜 IPA가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지 알겠다. 독일 뮌헨에서 필수코스가 안덱스수도원이라면 프라하는 스트라호프수도원이다.





1층에 자리가 나서 자리를 옮기고 음식을 주문했다. 구글 리뷰에서 본 립을 주문.

음식조차 맛있다. 얼마나 맛있냐면…

중간에 잠깐 밖에 나갔는데 한국인 남자 두 명이 서있다. 아마도 누군가를 만나기로 했는데 어긋난 모양. 그냥 가려고 하기에 나도 모르게 그 사람들을 불러 세웠다. "가지 마세요. 여기 진짜 맛있어요. 안 드시면 후회하세요. 꼭 드시고 가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손님이 호객행위 하게 만드는 그런 맛이다.

프라하성에 오르면서 났던 짜증, 독일 맥주를 남겨놓고 체코로 넘어오는 동안 느꼈던 후회는 스트라호프수도원 맥주로 한 방에 날아갔다. 이것만으로도 체코 맥주 여행은 성공이다.

맥덕 여러분 체코에 가면 무조건 스트라호프수도원입니다.



해가 지면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이제 프라하에 머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꼭 먹어보고 싶은 게 있냐기에 벨벳맥주라고 대답했다. 그래서 우 말레호 글레나U Malého Glena로 이동. 체코의 마지막 맥주는 당연히 벨벳맥주와 필스너우르켈이어야지. 상징적인 맥주니까. 솔직히 스트라호프수도원 맥주의 감동이 너무 커서 별 감흥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도 분위기에 취해 만족스러운 시간이다
.

이제 프라하를 떠날 시간, 호텔로 가서 캐리어를 찾고 지인의 지인분께 감사인사를 전하고 버스에 탑승했다. 짧고도 굵은 1박2일 프라하 여행이었다.

공항에 도착하니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프라하에서 맞는 첫눈이라니. 1초 감상에 젖고 바로 기상악화로 운항이 지연될까 걱정한다. 이렇게 늙어가는 건가 보다.


여행지 정보
● Prague Castle, Prague 1, Czechia
● Czechia, Prague, Strahovské nádvoří, 스트라호프 수도원
● U Malého Glena Jazz Club, Karmelitská, Malá Strana, Czechia



[나 홀로 유럽맥주여행] #8. 손님이 호객행위하게 만드는 맥주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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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ps.teem 으로 작성된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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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tsguide 입니다. 유럽여행 기간동안 맥주는 사랑이군요! ㅎㅎ 매 도시마다 보여주시는 맥주의 색감이 각각 다르고 너무 맛있을것 같습니다. 어느것 하나 같지 않겠죠? 멋진 건축물들과 새로운 것을 만나는 즐거운 여행기 잘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