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3. 룩소르를 떠나 홍해로~/Egypt

여행을 꿈꾸는 미스티 @mistytruth

크루즈에서의 마지막 아침을 먹고 하선해서 사막을 가로질러 홍해를 향해 동쪽으로 달렸다.

참으로 평화로운 창밖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길 가에 주욱 늘어선 대추야자나무가 이제 눈에 익숙해졌고, 나일강 지류로부터 물을 끌어다 일구어 놓은 밭에는 보기좋게 농작물이 자라고 있다.

밭과 밭 사이에는 드문드문 허름한 집이 보이기도 하고, 거리에는 히잡을 두른 아낙네들과 가족, 밭에서 일을 하는 농부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신기한 것은 대부분의 집에 지붕이 없다는 것인데, 비가 거의 내리지 않기 때문에 지붕이 필요 없어서 어떤 집은 대추야자나무 잎과 줄기를 얹어 지붕을 대신하고 있다.

얼마 쯤 달렸을까..
어느 새 나는 졸고 있었고 무거운 눈꺼풀을 겨우겨우 치켜뜨고 바라보니 푸르던 바깥 풍경이 사막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 때부터 홍해에 다다를 때까지 나무하나 풀 한 포기 없는 바위산이 보이다 끊어지다를 반복하였고, 아주 가끔 사막 모래바람에 풍화된 건물이 보였다.

두 시간 쯤 달려 휴게소에 도착했다.
오아시스 옆에 위치한 이 휴게소는 사막을 달리던 대부분의 버스들이 쉬어 가는 곳이어서 세계 각국에서 온 여행객들을 만날 수 있다.
깨끗하게 정돈된 휴게소 안에서는 차와 음료를 마실 수도 있고, 심지어 아이스크림도 있었다.
사막 한 가운데에서 아이스크림이라니!!

아이스크림 하나 사서 물고 버스에 올라타 홍해에 다다를 때까지 바깥 풍경은 그다지 변하지 않았고 태초의 지구 모습일 것만 같은 풍경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휴게소로부터 다시 2시간을 달려 후루가다에 도착해서 점심부터 해결했다.

후르가다는 Al-Ghardaka라고도 하는데, 홍해에 접해 있어 이집트인들뿐만 아니라 유럽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어서 깔끔한 콘도와 리조트 시설이 많단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우리는 해변으로 달렸다.
일순간에 내 마음을 빼앗겨 어떠한 표현으로도 부족할 것 같은 아름다운 에메랄드빛 홍해를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다.
따사로운 햇살아래 반짝이는 홍해의 푸른 빛은 너무나 매혹적이었다.
저 푸른 바다는 어떻게 홍해라는 이름을 갖게 됐을까~!?

바닷물에 손을 담가보기도 하고 주변을 산책하는데 손녀와 함께 여행을 오신 70대 할아버지는 이미 바다에서 수영을 하고 계셔서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이곳에서는 glass boat를 타고 바다 밑 풍경을 볼 예정이었는데 현지 사람들이 시간을 지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터무니없이 요금을 두 배(70불)로 요구하는 바람에 취소되었다.

옵션관광이 취소되자 일정에 차질이 빚어졌다.
이집트에선 관광객 보호 차원에서 관광객을 실은 버스에 '콘보이' 가 한 명씩 타도록 되어 있는데, 콘보이와 약속한 시간까지 여유가 생기게 되었던 것이다.

자유시간이 주어져 일생에 두 번 다시 올 수 있을까 싶은 거리를 걷자니 흥분을 감출 수가 없다.
애초에 쇼핑에 큰돈을 쓸 생각은 없었지만 조그만 선물 가게에 들어가 작은 보석함과 몇 개의 열쇠고리를 사들고 시간에 맞춰 버스에 도착했다.
그리고는 콘보이를 태우고 우리 일행은 카이로를 향해 출발했다..

비록 해저 풍경은 보지 못했지만 4시간 동안의 불편한 버스 여행의 대가로 홍해를 볼 수 있었음에 충분히 감사했다.

내일 있을 사막투어를 위해 버스에 올라타 카이로를 향하면서도 홍해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 푸른 바다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이 푸른 바다 빛을 언제 또 다시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