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는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

in tsutaya •  7 years ago  (edited)

츠타야서점은 일본만큼이나 국내에서도 열풍이었다.

전세계적으로 서점이라는 공간이 화두가 되면서 헌책방에서부터 작은 독립서점, 대규모 서점까지 정말 다양한 형태로 확장되고 있으며, 그 어떤 분야의 문화보다 빠른 변화를 겪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서점과 책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여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있는 츠타야의 성공은 관련 업계사람들 뿐 아니라, 많은 기획, 디자인, 브랜드를 하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성공사례가 되었다. 무인양품이나 이케아가 그랬던 것 처럼 츠타야와 관련된 책들이 넘쳐났고, 그들이 어떻게 성공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기사와 리포트들이 쏟아졌다. 서점을 차리려는 사람들의 필수 답사코스 중 하나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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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타야의 오너인 마스다 무네아키가 쓴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는 그가 10년 동안 블로그에 쓴 글을 정리한 책이다. 이전에도 '라이프스타일을 팔다'나 '지적자본론'이라는 책을 쓰기도 했는데, 이 책은 블로그에 쓴 글인 만큼 가장 쉽게 읽히면서도 마스다 무네아키가 어떤 사람인지 엿볼 수 있다. 츠타야를 경영하면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 회의하는 과정, 일상에서의 경험 등을 가감없이 가볍게 쓴 글들이 많다. 직관적으로 츠타야의 성공전략의 리스트를 공부하기위함 보다는 마스다의 생각과 가치관, 방향 같은 것들을 느끼는 것에 중점을 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생각보다 책은 무겁지만, 들고 다니면서 까페에서 읽기에는 딱 좋았다. 글을 썼던 시기와 상관없이 전체적으로 다섯가지의 주제로 나누어 정리해서 보여주고 있다. 경영, 조직, 기획, 가치, 시선. 초반에 '경영', '조직'에서는 츠타야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와 지금의 회사 CCC로 성장하기까지의 스토리를 알 수 있고, '기획', '가치'에서는 마스다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들이 강조된다. 마지막 파트인 '시선'은 가장 일상적이고 사적인 내용들이 가볍게 이야기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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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는 내가 예상하던 츠타야에 대한 표면적 이미지와는 조금 의외였다. 블로그에 쓴 글인 만큼 그 사람의 성향에 대해서 느낄 수 있는 대목들이 많았는데, 생각보다 훨씬 솔직하고 도전적이며 추진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에 츠타야에 대한 이미지가 조금 천천히 한 방향을 향해 걸어가는 듯한 모습이었다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의 츠타야는 훨씬 더 다각도로 진보적인 것을 추구하고 매우 빠른 속도감을 지니고 있다. 어쩌면 저돌적이기까지한 면모가 82년 음반대여점으로 시작한 마스다를 36년 후 지금의 위치까지 오를 수 있게 만든 것이 아닌가 싶다. 대단하면서도 의외인데, 성향적으로 이것을 좋다 나쁘다로 나누어서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다.

그는 계속해서 츠타야 그리고 CCC가 '기획회사'임을 강조했다. 세계최고의 기획회사가 되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일을 지속할 것임을 암시하는 듯 했다. 음반이나 책과 같은 하나의 상품에 대해 이야기하기 보다는 어떻게 수준높은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남들보다 먼저 새로운 시도를 이어왔다. 그래서 브랜드의 명맥을 유지하는 방법보다는 철저하게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고객이 원하는 바와 변화점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기존의 시스템때문에 변화를 꽤하기 쉽지 않은 것이 국내의 규모있는 브랜드들의 특징인데, 지금의 규모에서 지속적으로 새로운 기획을 내놓는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러면서도 추상적인 이미지에 머무르지 않고 실속과 수익이 함께 수반되는 기획을 꾀한다. 어떤 한 부분이 대단하다기 보다는 이러한 균형을 유지한다는 것이 더 놀랍다. 그저 가치만 내세우는 사회공헌가도 아니고 가치를 모르는 장사꾼이기만 한 것도 아니라는 점..

기억에 남는 문장들을 공유해보면,

'내 안의 이미지를 더 명확하게 가시화하고 싶다.'
'이노베이션이란 다름 아닌 선입관과의 전쟁이며 새로운 상식을 낳는 작업임을 새 매장을 보며 생각했다.'
'실언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말은 몸의 무늬다. 말에 헛됨이 없고 말에 힘이 있는 사람은 분명 그런 삶의 방식을 갖고 있다.'

어찌보면 당연한 개념들이지만 이걸 생각하고 실행에 옮기면서 균형을 지속하는 사람, 브랜드, 기업을 드물다. 매우 빠른 속도의 추진력과 성장에 대한 추구는 지금 젊은 세대들의 모습보다는 확실히 나이가 있는 기업가의 모습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츠타야가 오늘날의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브랜드 이상의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었던 건 마스다의 가치관과 실행력 덕분인 건 부정할 수 없는 것 같다.

'취향'이라는 단어가 생각보다 많이 언급되지 않았다. 사람들에게 어렴풋이 무의식중에 자리잡고 있는 삶의 방식과 가치관, 의미부여, 선입관, 욕구 등을 실체가 있는 형태의 기획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이 모든 것들을 '취향'이라고 함축적인 타이틀을 붙인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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