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혁명의 계승자로서 국가는 암호화화폐 투기를 규제해야 하나 ?

in universal-equivalent •  6 years ago 

돈이 가치있는 이유는 인간의 다양한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는 다른 상품과 교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돈은 보편적 등가물로서 특수한 사용가치를 가지는 다른 상품과 교환될 수 있다. 그러나 기축통화가 아닌 이상 모든 화폐가 언제 어디서나 다른 상품과 교환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화로는 사우디에서 석유를 한방울도 살 수 없다. 미국은 70년대 중동국가들을 압박해서 달러로만 석유대금을 결제하게 함으로써 금의 압제로부터 달러를 해방시켰다. 이제 미국이 굳이 1,000조 달러 어치 금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세계의 모든 나라에서 석유를 구매하기 위해 달러를 가지고 싶어하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 돈을 마음대로 찍어낼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그들은 금이 없는데도 오바마 시대에 양적완화 정책으로 돈을 겁나게 많이 찍어낸 바 있다.

비트코인도 화폐인 이상 가치를 가질려면 다른 상품과 교환될 수 있어야만 한다. 달러의 국제적인 가치는 근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석유라는 핵심 자산과 교환될 수 있는 유일한 화폐라는 점으로 보장되는데, 우리 옆집 아저씨가 비트코인 채굴에 최적화된 전용의 컴퓨터 장비를 2천만원에 구입한 후 1년간 밤낮없어 돌려대서 채굴한 100 비트코인의 가치는 어떻게 보장되는가 ? 만약 어떤 '혁신적인' 회사에서 당신의 임금을 비트코인으로 지불한다면, 당신은 그렇게 할 것인가 ?

약간 말을 돌려서 주식은 시장상황에 따라 가치가 끊임없이 변동하기는 하지만 어떤 회사의 현재 영업실적, 누적된 자산가치, 또는 미래가치를 반영한다. 우리는 특정 증권사에 계정을 생성하고 원금을 입금하면, 그 양만큼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특정 기업의 주식을 살 수 있다.

비트코인은 전체 발행량이 제한되어 있다는 점 외에 달러처럼 석유를 살 수도 없고 주식처럼 기업활동의 내재적 가치를 반영하는 것도 아니지만 정말 많은 사람들이 주당 50시간 이상 뼈 빠지게 일해서 번 현금으로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산다. 그것도 비트코인의 본질적 가치가 그 무엇에 의해서도 보장되지 않는 상태에서 오로지 거래소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매순간 가격이 급등락하는 리스크를 기꺼이 감수하면서...

블록체인 기술이 먼지는 모르지만 앞서 나가는 옆집 아저씨처럼 전용장비를 투입하여 비트코인을 채굴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실제 화폐처럼 보편적 등가물로서 신뢰를 확보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현재로서 비트코인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주식시장처럼 가상화폐 전용거래소 를 만들어 - 또는 비트코인 보유자간 직거래를 통해 - 제도권 화폐와 교환하는 것이다. 비트코인의 가치가 "보편적 등가물"로서의 화폐 본연의 가능이 아니라 시장에서 "환금성"에 의해 보장되는 것이다.

비트코인의 원래 목표는 중간에서 거래를 중재해 주는 은행과 같은 3rd party의 개입이 없다 하더라도 신뢰할 수 없는 개인 간 직거래(peer-to-peer)를 안전하게 보장해 주는데 있다.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장부에 모든 거래내역이 기록되고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공유되기 때문에 장부의 조작이 불가능해 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원래 의도했던 화폐의 본질적 기능이 아니라 사설 거래소에 참여하는 사람들간 투기적 교환 메카니즘에 의해, 즉 보편적 등가물인 화폐와 교환될 수 있는 "환금성" 때문에 그 가치가 보장된다면 - 그것도 석유나 금과 같이 국제적으로 가치가 확실이 보장되는 자산도 아닌데 - 본말이 전도된 것이 아닌가 ?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오늘 어떤 용감한 공학박사가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x도 모르는 법무부 장관 따위가 감히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하겠다는 것은 소수 은행에 집중된 금융시장을 혁신하는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박탈하는 무식한 짓이라는 요지의 기사를 발표했는데, 이것이 합당한 것인가 ?

나도 새로운 테크놀로지의 발전을 저해하는 정부의 규제가 끔찍히 싫긴 하지만 모든 사람들의 신뢰에 기초하여 다른 모든 상품과 교환될 수 있어야만 가치를 가질 수 있는 "제도화된 신뢰체계"로서의 화폐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해외 사례에만 기초하여 저런 주장을 하는 것은 '테크놀로지' 맹신주의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더 솔직히 말하면 테크놀로지에 대한 미국의 헤게모니를 일방적으로 추종하는 사대주의가 아닌가 ? 그것도 경제학이나 화폐에 대해 x도 모르는 일개 공학박사 따위가 그런 주장을 하다니...

블록체인 기술은 꼭 암호화 화폐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므로 정부가 선의의 피해자를 방지하기 위해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하거나 엄격히 제한하는 것이 반드시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을 저해하는 것도 아닐텐데 유독 가상화폐 문제가 블록체인 전체인 것처럼 게거품을 물고 현대판 러다이티즘 (luditism)이라도 되는 듯이 과도한 비판을 쏟아낸다.

블록체인 기술을 가상화폐 외에 다른 영역에 적용하는 것에 대한 아이디어가 부족하다고 고백하는 것이 더 솔직한 태도 아닐까? 또는 가상화폐 거래소에 투자해 놓은 자신의 돈이 날라가게 생겼으니 제한적으로나마 거래를 하게 해달라고 애원하는 것이 어떨까 ?

국가가 국적불명의 도박장에서 선의의 피해자를 구하기 위해 개입하지 않는다면 "이게 나라냐?" 우리가 그러기 위해 촛불혁명한 것 아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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