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의 수모를 안긴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후폭풍이 다시 KBO리그를 강타하고 있다. 태극마크를 달고 결전을 앞둔 선수들이 상식 밖의 행동을 벌였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팬들은 실망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는 분위기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30일 한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제기된 WBC 국가대표 선수 심야 음주 관련, 개별 조사를 시작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날 오전 허구연 총재, 류대환 사무총장과 관련 부서 담당자가 모여 회의를 진행했다. KBO는 "각 선수들에게 경위서를 제출받았고, 그에 따라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국가대표 운영 규정에 어긋남이 있다면 상벌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국가대표 운영 규정에 음주 관련 처벌 조항은 없다. 하지만 국가대표 운영 규정 13조에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자'에 대해 징계위원회를 개최한다'고 명시돼있다.
최근 한 유튜브 채널은 WBC에 출전한 프로야구 선수들이 본선 1라운드가 열린 일본 도쿄 아카사카의 여성 접대원이 있는 유흥업소에서 음주를 했다고 폭로했다. 이어 한 매체에서는 일부 투수가 경기 당일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며 포지션 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패전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또 한 번 충격파가 인 셈이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명예회복을 다짐했지만 WBC 1라운드 첫 판에서 한 수 아래로 여긴 호주에 7-8로 무릎을 꿇었다. 2차전에서는 일본에 4-13으로 져 겨우 콜드게임 패배를 면했다. 결국 한국은 1라운드 2승2패로 B조 3위에 머물러 8강 진출이 좌절됐다.
실망스런 결과에 대표팀은 거센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국제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한 '우물 안 개구리' 같은 프로야구에 KBO리그 위기론까지 번지기도 했다.
이후 약 두 달. KBO리그는 WBC 아픔을 뒤로 하고 모처럼 흥행 봄날을 맞이하고 있었다. 전국구 인기 구단인 롯데 자이언츠가 시즌 초반부터 상위권에서 경쟁하며 관중몰이에도 훈풍이 불었다.
하지만 갑작스런 폭로에 팬들은 다시 한번 상처를 입고 있다.
야구 관련 커뮤니티에는 대표팀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국가대표가 국민세금으로 가서 경기에 저하되는 행동을 하면 욕 먹어야 하지 않느냐"고 지적했고, 또 다른 네티즌도 "상식을 벗어나는 행동", "경기에만 진 게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사실이라고 하면 징계는 당연히 있어야 한다"는 주장부터 "결과도 안 좋아서 할 말이 없다"며 씁쓸해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해당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KBO리그는 다시 한번 심판의 기로에 서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