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장 참여] 같은 하루

in wc •  7 years ago  (edited)

같은 하루


일어나기 싫은 아침에 간신히 일어나 졸린눈을 비비며 샤워를한다. 들어가지도 않는 아침을 챙겨먹을 여유는 없다. 지하철을 타기전 한숨부터 나온다. 오늘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탈까. 꾸역꾸역 몸을 욱여넣으며 인상을 찌푸린다. 회사까지 걸리는 시간은 한시간. 지하철을 내리는 사람은없고 타는사람만 있다. 내려서 시계를 보니 8시 55분. 지하철이 지연되서 지각이다. 부리나케 회사로 뛰어간다. 9시01분. 대역죄인처럼 고개를숙이고 들어가 재빨리 내 책상앞에 앉아 컴퓨터를 킨다. 오전 지옥의 시작이다.

일을 한것도 없는데 점심시간이 됐다. 점심메뉴는 회사앞 백반집 제윢볶음 아니면 육개장 매일 같은 혹은 비슷한 메뉴다. HR을 전공하고 운좋게 인사팀으로 입사했지만 신입때의 패기는 딱 3개월까지였다. 지금은 바쁘지만 지루한 업무의 반복이다. 시계를 붙잡고있어도 시간은 안가지만 어느새 퇴근시간. 한 시간은 길지만 하루는 짧다. 다행히 오늘야근은 8시까지라 조금 일찍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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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Sabri Tuzcu on Unsplash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안. 아침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사람이 많다. 운좋게 자리에 앉아 오늘한번도 써보지못한 이어폰을 낀다. 달리는 지하철 창문밖 어두운 밤을 밝히는 화려한 도시의 불빛들. 양쪽 귀로 라디오헤드의 creep이 흘러나온다. 이 많은 사람들도 다 나와같은 하루를 보냈을까? 집으로 돌아가는 길 편의점에 들려 맥주 4캔과 과자 몇 봉지를 사간다. 샤워를 하고 나와 맥주를 마시면서 컴퓨터앞에서 영화를 보는것. 하루 중 가장 평화롭고 나다운 일. 잠들기전 누워서 페이스북을 보니 다들 행복해 보인다. 갑자기 술 기운이 몰려온다. 내일도 나는 오늘과 같은하루를 보내겠지. 취준생때는 그토록 기대했던 내 미래. 나는 지금 잘 하고 있는걸까? 남들처럼 미래를 향해 앞으로 계속해서 달려나가야 하는걸까. 하지만 지금 자리를 유지하는것도 힘든내가 그러지 못할거란걸 나는 안다. 아니, 사실은 치열하고싶지 않다. 치열하기엔 나는 지금 너무 지쳐있고, 넘어져있다. 사실 길들여 진건지도 모르겠다. 누군가 날 위로해줬으면 좋겠다. 넌 잘하고 있고 지금까지 잘해왔다고. 남들은 별빛에 위로를 받고, 침대위 엎어진 난 파란 핸드폰 불빛에 위로를 받는다. 따듯한 별빛이 그립다. 바보같이 갑자기 눈앞이 뿌얘진다. 아아.. 술을 너무 많이 마신것같다. 어서 잠들어야지. 내일도 같은 하루를 보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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