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랜만에 늦게까지 자지 않고 개겼다. 내가 좋아하는 친구가 나의 멘탈을 탈탈 털어놓는 얘기를 했기 때문이다. 다행인건 도서관, 집만 왔다갔다 하는 내 평소 일상과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이야기라서 되게 흥미로웠다는 정도. 그래도 이 이야기는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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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우리집 아파트는 진짜 화날 정도로 독특한 특징이 있는데, 샤워를 할 때 누가 샤워실 외부에서 물을 틀면, 샤워실 물이 급격하게 뜨거워진다는 것이다. 음 진짜 온도가 확 바뀔 때 아악!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래서 우리가족은 누가 샤워하고 있으면 ‘나 물 좀 쓴다’라고 미리 경고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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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래도 좀 참을성이 있는 편이라 물이 뜨겁게 바뀌어도 속으로 으윽..이러고 물을 쓰고 있는 가족에게 소리치지는 않는다. 그래도 짜증은 난다. 아 좀 미리 말이라도 해주지 물 쓸거면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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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최근에 진짜 여러가지 생각이 많았다. 지금도 끝나지 않는 여러 생각들. 진로에 대한 생각, 인간에 대한 생각, 과제를 언제까지 미룰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 저번주 주일에 누가 나 머리 빠진거 같다고 했는데 진짜 뭔가 머리카락이 빠지는거 같기도 하고 젠장. 아무리 나라도 머리가 없으면 좀 힘든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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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무튼 진짜 혼자서 스트레스 은근 많이 받는 타입이다. 방금 쓴 문장도 단어 문장 배치가 그지같아서 스트레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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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늦게까지 안자고 캐롤들으면서 혼자 답이 없는 문제에 대해 사색하는데, 새벽 2시쯤인가 아버지가 돌연 현관문을 열고 나가셨다. 뭐지 일찍 주무시긴했는데 무슨 일 있으신가. 음 10분만에 들어오신걸 보니 한대 태우고 들어오신거 같다. 무슨 일 있으신가. 안그래도 답 없는 문제가 산더미인데 아버지의 돌발 새벽 2시 출타 문제 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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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당연히 오늘 늦잠잤다. 수업 9시에 있는데 늦어도 7시에는 일어나야하는데 15분에 일어났다. 이불을 리얼 다 찢고 싶었다. 나는 왜 사서 고생인가. 누가 내 등 뒤에서 칼을 들이밀며 ‘야 수업 1교시로만 넣어라’ 한 것도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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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그렇게 나는 샤워하면서 오만가지 불평불만의 생각을 곱씹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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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갑자기 나를 공격한 그 시뻘겋게 뜨거운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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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5초 정도의 짧은 시간에 샤워하러들어가기전 어머니가 호들갑을 떠신게 기억났다. 어머어머 우리가족 다 지각이네. 아마 어머니는 가족 아침 뭐라도 챙겨주시려고 물을 트신 것 같다. 내가 아무거나 주워먹고 가도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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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뜨거워진 내 얼굴에서 헛웃음이 터져나왔다. 이게 이렇게 따뜻한 물이었나. 참 알 수 없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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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y @nakyoungbaek, nice piece! Thanks for sharing. I enjoyed your writing. Keep up the good 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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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xodus Thank you! I just have looked around your blog postings. I really enjoyed your writings, especially the one regarding how you have achieved 1,000 followers in quite a short time. Keep your hard wor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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