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6시, 따뜻한 물을 마시고 거실 창문을 활짝 열었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바람의 온도가 바뀌고 있다.
이 바람은 내가 좋아하는 코타오, 해변가에서 나의 뺨을 간지럽히던 그 느낌을 다시 불러일으킨다. 무한한 자유로움, 행복함, 감사함..그 순간 내가 느꼈던 감정들도 다시 불러일으킨다.
바람을 맞으며 명상을 한다. 위빠사나, 사마타.
바람은 차갑지만 춥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오늘 아사나는 내 몸이 원하는대로 해보기로 했다. 파스치모타나아사나로 시작하여 다음 동작, 다음 동작... 어떤걸 할까 다음 순서가 뭘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전에 몸에서 원하는 동작들이 나온다. 내 몸의 느낌, 온도, 움직임에 집중할 뿐만 아니라 오감에도 집중하게 된다. 나의 냄새, 촉감... 아주 미세한 부분까지도 느껴진다. 오늘은 후각이 아주 예민하게 느껴진다.
평화롭다. 온갖 생각들도, 마음들도 지금만큼은 고요하다. 너희들도 휴식이 필요한거지. 너희들도 이런 고요한 상태를 좋아하는 거지...
어제 사바아사나를 길게 하고 그것에 대해 썼는데, 오후에 요가원에 갔을 때 선생님이 사바아사나=송장자세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 보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매일 요가를 하면서 마지막은 송장자세로 마무리를 하면서도 죽음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죽고싶다, 내일 아침에 눈뜨지 않으면 좋겠다고 간절하게 생각해 본 적은 있지만 정작 죽음 자체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내가 죽는다면 죽음의 장소가 어디가 되면 좋을 것 같냐는 질문에 선생님은 요가원의 요가매트 위라고 하였다. 나는 내 입으로 그렇게 요가를 좋아한다고 이야기하면서도 단 한번도 요가매트 위에서 죽어야겠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었다. 나는 그냥 말로만 요가를 좋아했던 것일까?
요가매트 위에서 마지막을 맞이하는 것...
이렇게 새벽 수련을 하다가 조용히 생을 마감하는 것. 그것도 참 행복한 죽음일 것 같다.
사바아사나를 할 때의 그 평안함. 그 느낌을 간직한 채 눈을 감는 것.
매일 송장자세를 하면서 어쩌면 매일 죽음을 연습하고 있었는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