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일기

in z •  3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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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봄이 오듯
나에게도 봄이 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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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병을 핑계삼아 살뜰히 보살펴주던 곳을 내팽개치듯 나와야 하는게 못내 찝찝하다. 한번씩 남편이 너무 야속하다. 이해도 되고. 나는 원래 신세를 질빠엔 아예 안한다 뭐 그런 생각이었는데. 아줌마, 엄마란 타이틀이 이런 뻔뻔한 삶을 살아가게 하네. 얼굴에 그동안 써온 철판보다 3배 더 두꺼운걸 써야 회사생활이 가능하다니. 남편이 일러주는 대로 살고는 있지만. 역시. 이런 스타일의 삶은 나랑 안맞은듯. 온 가족 코로나 확진이라 잔뜩 쉬다가 내일부터 출근인데 걱정이 산더미. 무슨 표정을 짓냐; 개민폐맘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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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지적장애를 받아들이기 위해 수많은 글을 검색해서 읽어보았다. 자폐. 자스. Ad. 나는 이게 유전과도 관계가 있을거라는 생각은 안했는데. 가능성이 있다네. 내 딸은 15개월이 넘어서 걸었는데. 이미 그걸로도 지적장앨 의심할수 있단 말을 듣고 어안이 벙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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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단도직입적으로 아이와 몇 마디 하더니. 이 수준은 딱 IQ 60~70사이 나올것이고 지적3급에서 잘해봐야 경계선 지능일 것이다. AD이고 추가로 언어치료 주2~3회 이상을 정답처럼 뚝딱 출력했다. 장애 등급은 나오면 받아두시는게 좋고 약도 원하시면 지어드릴수 있다고 했다. 내년에 학교는 일반반은 당연히 못 가고 도움반도 센터치료와 AD약 복용으로 간신히 다닐수준이라고 했다. 그리고 7살이면 너무 늦게 오셨다며. 좀 더 빨리 오셨어야 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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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쩜 최악의 말만 상상하고 갔더니 답도 최악이네. 남편은 제발 지적장애만은 아니길 바랬다며 의사의 '도움반도 약물없이는 힘들꺼란 말'에 집에 올때까지 마스크가 다 젖을 정도로 펑펑 울었다. 지금이라도 아이에게 회사를 그만두고 메달리는 것도 별 효과가 크게 없을꺼란 의사에 말에 뭔가... 대학병원 소아정신과 의사가 부모에게 내릴수 있는 가장 잔인한 말의 끝판왕을 듣는 것 같았다. 나는 원래 상대가 쎄게 나오면 같이 그러는 편이라 아 예. 잘 알겠습니다 하고 나왔다만 남편은 살면서 이렇게 힘든게 처음이라며 연신 운다. 이 아일. 우리가 평생 책임 질 수 있을까 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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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자식걱정 20년 할꺼 우리는 죽기전까지 분할해서 하자. 왠지 느낌이 싸해서 가기전에 아이 보험 최대한 많이 들고 가길 잘했네. 이 병원진단은 평생 우리 아일 따라다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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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대학까지는 무리일테고. 아이가 하고 싶거나 잘하는 일을 배우게 해주자고 남편과 상의했다. 자조를 가르켜 혼자 생활이 가능할 수준까지 열심히 도와주자며. 세수. 옷 입기. 머리빗기. 신발 잘 신고 집에 잘 찾아오게 하기. 우리집 주소 외우게 하고. 엄마 아빠 이름 전화번호 외우게 하고. 말 안하면 보통 사람처럼 보이게. 반에서 성적도 졸업할 수준만 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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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엄마에게 감당할 수 있는 자식을 내려준다던데 우리 딸. 그래서 내게 왔구나.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내가 더 도와줘야겠다. 나도 그 정신과 검사라는걸 해보고 싶어졌다. 나도 지적장애 아닐까? 우리 딸 멀쩡한데 왜 그러셨을까. 참 이상해. 의사는 아무나 하네. 말도 막 하고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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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안 했다면 좋았을텐데. 책임이 너무 무겁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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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걸 야밤에 글이라고 쓰고 있네. 쪽팔린 줄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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찡언니 잘 할거야.
언니도 언니 남편도 사랑스러운 아이도.

맞아 잘될꺼라고 생각해
인생이 내리막만 있진 않겠지 🤣🤣🤣 에혀ㅕㅕ

하늘은 엄마에게 감당할 수 있는 자식을 내려준다던데 우리 딸. 그래서 내게 왔구나.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내가 더 도와줘야겠다.

의사는 병이나 문제를 찾아내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죠. 찡님은 사랑과 행복을 만들고 함께 사는 사람이죠. 그 사랑이 차가운 말보다 훨씬 강력할 거에요. 아이와 찡님을 믿어주시길. 아이와 사랑하며 기쁘게 웃고 사실거란 걸 저는 알아요: )!

감사해요 스텔라님 :)
글처럼 맘씨도 고으신 분
🥰

속상하다ㅜㅜ
어떻게 말을 해야할지..
힘내.

그대도 화이팅!

난 왜 이모티콘 안넣어주냐?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어이쿠 제가 실례를 저질렀군용 ㅋㅋ

아아..... ㅠㅠ 진짜...

읽어내려가는데 자꾸 눈에 눈물이 자꾸... ㅠㅠ

어떤 말로도 위로나 응원이 잘 안 되겠지만,

그래도 찡형도, 아이도, 모든 가족분들 모두 힘내고 행복했으면 ㅠㅠ

힝....ㅠㅠㅠㅠ

뉴위주가 왜 우낭!!!!!!!!!!! ㅎㅎㅎㅎ
괜찮음 힘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