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늪으로 오르는 길이 하도 처연하고 골이 깊어 “스님이 된 옛 애인 만나러 가는 길 같다”고 하니, 같이 가던 일행이 어쩜 그리 적확한 표현을 하느냐며 호호깔깔 웃어주더군요.
고지대 습지를 찾아가는 길은 100미터 달리기를 열세 번쯤 해야 오를 수 있는 비포장 좁은 도로였습니다.우리는 한껏 고조된 두근거림을 즐기며 안개로 선연히 몸의 윤곽을 드러낸 초록 숲의 수채화에 탄성을 내뱉기에 바빴습니다.그러나 모든 재미에는 스릴을 별책부록으로 끼워 넣어야 하는 법. SUV 차량의 한쪽 바퀴가 완벽히 주저앉았습니다.
살면서 겪었던 가장 당혹스럽고 두려웠던 상황을 내기하듯 고백하며 전화도 터지지 않는 비상사태에 일행들의 얼굴은 사정없이 굳어가기 시작했지요. 강원도 산중에 영락없이 고립되어 집에는 어찌 기별을 해야 하나, 남녀 섞여 당일치기 여행을 떠나왔는데 훗일은 어떻게 도모해야 하나…온갖 상상의 나래가 끝없이 이어졌습니다. 어찌어찌 폭삭 주저앉은 한쪽 바퀴로 검문소까지 어렵게 기어올라 유선전화로 레커차를 부르고 나서야 우리는 용이 날아가는 형상을 닮은 습지 ‘용늪’으로 향했습니다.
일 년의 반 이상 안개가 낀다는 해설사의 말처럼 몰아치는 산안개로 인하여 앞사람의 뒤통수도 제대로 식별이 어려운 상황. 마치 다른 세계으로의 유입인 듯 안개천지로 쑤욱 빠져 들어가는 몹시 기묘한 기분이었습니다.
딱 한 사람이 걸을 만한 좁은 나무 데크 양옆에는 검녹색의 깊은 물웅덩이가 있어 전설 속의 괴생명체라도 불쑥 튀어나올 것만 같았습니다. 오케스트라 협연같이 바람결에 맞춰 일제히 몸을 뉘어 춤추는 수풀은 원시적 아름다움을 빚어내고 있었습니다.
“뭐라 말할 수 없이…그만 입이 다물어지지 않아요.”
그다음은 말이 아닌, 신음만 배어나올 뿐.
이 생에서 저 생으로 건너가 생소하게 도달하는 혼절할 아.름.다.움!!! 생애 처음으로 맞닥뜨리는 미증유의 풍광이랄까.
여, 행하라 - 윤영미
steemzzang은 @boklov님 과 함께라서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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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된장 신문 기사를 보고 달려갔는데
⭐️ 누룽지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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