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간다.

in zzan •  3 months ago 

세월은 간다.
그렇다 세월은 간다.
세월이 간다는 말은 막연하다.
그러나 왠지 느낌은 다르다.
지금 나는 그 말에서 조급함이나 시간이 많지 않다는 압박감 같은 것을 느낀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때도 있었다.
단적으로 말해서 군생활 할 때는 답답함을 이야기할 때, '그래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간다.'를 외치거나 씹어 삼켰다.

76년 7월 16일 입대, 79년 4월 30일 전역, 이게 내가 군대서 복무한 기간이다.
한없이 길었다.
그러나 지내 놓고 보니 금방 간 것도 갔다.
그런데 요즘 보면 너무 많은 청춘이 그곳에 머물렀었지 하는 생각도 든다.

어제도 어머니 아버지를 뵈러 병원에 다녀왔다.
마음이 편치 않다.
두 분 다 좋아지기보다는 더욱 안 좋아지는 거 같다.
이제 아버지의 경우는 매번 혈관을 찾을 수가 없어 영양 공급을 위해 혈관에 뭔가를 해야 한다고 한다.
어제 의사 설명을 듣고 집에 와서 검색을 해보니 그게 PICC란 것인가 보다.
우리말로 말초삽입형 중심정맥카테터,라고 하는 거 같은데 어렵다.
매번 주사로는 어려우니 시술을 해야 하고, 시술을 위해서는 대형 병원이나 전문 적으로 그것만 하는 병원으로 가야 한단다.
안 할 수는 없고 하기는 해야 하는데 너무나 안쓰럽기만 하다.

아버지 94세 어머니 91세 적지 않은 연세이나 백세도 달갑지 않게 생각하시고 그 이상 사실 것처럼 생각하시던 아버지가 그 좋아하는 술을 사가지고 오시다 넘어지셨는데 그로 인해 고관절이 문제가 생겼다.
그게 벌써 일 년 전 일이다.

그때 한 달 일정으로 인도네시아에 가 있었다.
워낙에 건강하시니 넘어지셨다고 해도 별거 아니겠지 했는데 전화를 끊고 나니 이게 아니다 싶어 일정을 취소하고 20여 일 만에 급히 귀국을 했다.
그게 작년 3월 1일이다.

그때만 해도 수술하고 두어 달 병원에 계시면 퇴원하실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노인들은 넘어지셔 골절이 생기면 그때부터는 모든 기능이 급격히 안 좋아진다.
특히 근육이 심각하게 줄어들고 여러 장기에도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금방 일어나 나오실 줄 알았던 아버지에서 이제는 예전처럼 생활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당신도 가족도 모두 알아가게 되는 게 슬픈 현실이다.

거기에 지난 입춘날은 어머니 마저 넘어지셨다.
어머니는 소원처럼 아버지 병원에 같이 있으면 안 되는가 늘 말씀하시더니 지금은 같은 병원 같은 병동에 계시다.
어머니는 수술이 필요 없이 가만히 누워 게시면 된다고 하여 아직 병원에 계신데, 어머니도 두 달이 넘게 누워만 계시니 근육이 몰라보게 빠져서 이젠 뵙기에도 안쓰럽다.
하여 어머니는 집으로 모셔오는 게 났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하여, 짐에서 모실 수 있는 준비를 하고 모셔 오려한다.

그런데 세월이 아버지 어머니만 노인으로 만든 게 아니다.
이제는 아버지 어머니 자식들도 노인이 되고 있다.
언제 시간이 흘러 전역을 하나 세월 흘러가기만을 고대했던 시절을 생각하면 지금은 반대로 뭔 놈의 세월이 이렇게 빨라하는 생각이 든다.
새색시 같던 엄마는 병든 노인으로 병원 침대에 누워 계시고 이젠 나도 머리가 허연 노인이 되어있다.
스스로도 이젠 나도 노인이지 하는 생각이 드는 게 늙기는 늙었나 보다.

사실 나는 생각해보지 못한 나이를 살고 있다.
부모님이 계셔서 그랬겠지만 난 내가 70 노인이 될 거란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난 늘 젊은 청년으로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세월은 가고 이렇게 되었고 80 노인도 남의 것이 아니라 얼마 남지 않은 내 몫이란 생각에 세월 정말 무상하는구나 한다.
그렇다 보니 마음도 급해지고 조급함도 생기고 또 한편으로는 다 부질없지 하는 생각도 든다.

봄날만 가는 게 아니라 세월이 간다.
지금 이 순간도 세월이 흘러가고 있는 것이고 그 위에 두둥실 떠내려 가는 내 모습이 보이는 거 같다.
남은 세월이 얼마나 될지 그건 알 수 없는 것이고...

2025/04/16
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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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공감되는 이야기입니다. 저도 엄니 늙어가는 모습이 안타까운데, 이게 곧 내 모습이려니 하니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게 맞나 하는 마음이 들더이다.

인생이 인런건가 싶습니다.
늘 건강하고 스팀과 더불어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