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하든 지금 해라

뭘 하든 지금 해라/cjsdns

아침 날씨가 매섭다.
어제 오후부터 냉기 섞인 바람이 불더니
오늘 아침은 매섭다.
올겨울 들어 제일 차가운 날씨 같다.

어제저녁에는 중학교 동창들을 만났다.
왕십리역 6번 출구 앞에 어느 식당에서 만났는데 찾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아직도 서울서 사는 친구들도 마찬가지로 왕십리에서 헤맬 줄은 몰랐다고 한다.
나 역시 그렇다.
제법 아는 동네 같았는데 어제 보니 왕십리를 안다고 하면 안 되겠구나 했다.

같은 달이라도 앞면과 뒷면이 전혀 다르고 우리가 그동안 봐온 달은 달의 앞면이지 뒷면을 볼 수 없었다더니 그래서 달의 뒷면은 모른다더니 어제 가본 왕십리는 그간 봐온 왕십리가 아니었다. 그냥 모르는 동네를 간 것이나 다름없었다.

코로나로 그동안 못 만나다 이제 모임을 가지니 반갑기도 한데 대화에 주제가 코로나 전과 후가 완전히 바뀌었다.
어쩌면 모두가 겪는 현상이겠지만 우리 세대는 다른 세댕 하는 좀 다른 걸 맞닥트린 거 같다.

공통의 관심사가 건강이며 이젠 같이 가는 여행도 쉽지 않는다데 공감하며 더 늦기 전에 함께 여행을 하자는데 그게 시간에서 좀 자유로워지니 건강이 문제고 경비사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다는 이야기가 여행은 가슴이 떨릴 때 가야지 다리가 떨릴 때는 가고 싶어도 못 간다면서 가는 세월이 너무 야속하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친구들이 내년 후년 이면 칠순이다.
만남은 자주 하자면서도 그마저 쉽지 않은 현실에 이젠 이모 인마 저도 얼마나 더 하겠냐며 스스로 급속 냉동하듯 늙어가고 있음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었다.

인생 잠깐이라더니 정말 그렇다.
늙는 거 생각 안 하고 열심히 산다고 살면 노후는 멋지게 살 거라며 먹을 거 입을 거 하고 싶은 거 다 물리고 오직 일에만 열중한 세대가 이젠 모든 것에서 배척되거나 물러나고 아쉬움만 토로하는 세대가 되었다.

이런 거 보면 인생에는 정답이 없는 거 같다.
그냥 열심히 사는 게 답인데 뭘 하고 사는가는 각기 나름의 문제이나 즐길 수 있을 때 즐기고 놀 수 있을 때 놀아야지 시간이 가면 그게 세월이 되는 것이고 세월 가면 뒤로 물려 놓은 좋은 것들 절대로 찾아서 즐길 수도 놀 수도 없다.

인생 정답은 지금이라는 생각이다.
뭘 하든 지금 해야 한다.

2022/11/27
천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