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좋기는 좋다.

세월이 좋기는 좋다./cjsdns

안개가 자욱하다.
멀리 보이는 큰 산들이 하나도 안 보인다.
운동장을 감싸고 있는 산만 윤곽이 있지 좀 떨어진 곳은 아예 지워진 듯 보이지 않는다.

우뚝 솟은 호명산도 부처님 누워계신 것 같은 화야산도 안 보이고 경남 아파트 뒤편으로 보이는 깃대봉도 흔적도 없이 지워졌다. 자연의 조화라는 게 참 변화무쌍하다고 하는데 정말 그렇다.

시간을 확인하니 미국시간이 오후 다섯 시를 조금 넘겼다.
카톡으로 전화를 했다.
잠시 후에 전화가 연결된다.

헬로, 하고는 잘 지내 하니 어쩐 일이야 전화를 다 주고 하면서 반긴다.
딸을 잘 두어 일 년이면 한두 번씩 미국에 가는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미국에서 공부하고 잘 나가는 의사라는데 국제결혼해서 아예 미국에서 살고 있으니 미국 여행을 자주 한다.
갔다 하면 두어 달씩 있다가 오고 하니 나름 부럽기도 하다.
딸자식 덕에 비행기 탄다는 말이 있는데 그 친구는 정말 그렇다.

이 친구가 워낙에 말재주가 좋아 친구들 모임이 있어 만나면 이야기를 잘하는데 가끔 딸 이야기도 했다..
미국 유학 가서 공부하는 딸 이야기를 어쩜 그렇게 찰지게 재미있게 하던지 재미있게 듣다가도 한편으로는 자식 유학 뒷바라지기 너무 힘들다는 항변으로도 들려 안쓰러울 때도 있었다.
친한 친구들과의 대화에서는 너무 힘들어하는 모습도 보이고는 했다.
그런데 그 딸이 이제는 공부를 마치고 지역사회에서 존경받는 의사가 되어 아주 멋지게 살고 있다고 한다.
유학 보내놓고 학비 댈 때는 너무 힘들었는데 지금은 그 딸이 생활비까지 다 보내준다며 자신의 노후 대책은 미국 의사가 된 딸이라며 자랑이 넘치는 그런 친구인데 딸을 보러 갔으니 얼마나 좋겠는가, 누가 봐도 부러운 모습일 거 같다.

그러나 공부도 팔자 같다.
누군, 가라고 해도 안 가고 누군 안 갔으면 해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가고 하는 게 유학이다.
옛날에는 유학이 특권층의 전유물 같았으나 요즘은 유학 안 보낸 집이 없을 정도로 한집건너 두 집 건너 유학을 보낸다.

같은 유학이라 해도 공부의 결과는 다양하고 판이하다.
누군 성공하고 누군 유학을 갔다 와서도 백수로 살고 하는데 내가 유학을 안 가봤으니 왜 그런지 알턱은 없고 어디 가서 공부를 하던지 그 또한 자기가 노력한 것과 비례하지 싶은데 요즘 유학파가 많기는 정말 많다.
친구 딸처럼 성공한 케이스는 당사자는 물론 부모도 축복받은 것이다.
유학을 간다고 모두가 성공하는 시대가 아니니 더욱 그렇다.

요즘 암호화폐시장이 죽을 쑨다.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을 거 같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담금질이 아닌가 생각한다.
달구고 두드리고 물에다 넣어 식히고 또 달구어 두드리고 식히고 이렇게 반복하다 보면 불순물이 다 빠져나가고 좋은 쇠가 남는 것이다.
그 쇠로 도구를 만들어야 진짜로 명검이나 명기가 나오는 것이다.
하여 이런 어려워도 참아내면 다 살이 되고 피가 되는 것이라 생각하며 인내한다.
유학을 가서 공부를 하는 것도 이와 비슷하리라.

딸을 보러 가서 미국에 있는 친구와 별도의 전화 요금도 없이 통화를 하는 세상이다.
참 좋은 세상인 것은 맞다.
이달 22일쯤 들어온다니 그때는 또다시 친구의 미국 여행기를 들을 수 있을 거 같다.
온갖 어려움 다 이겨내며 딸을 유학 보내 성공시킨 친구에게 감사와 함께 축하의 마음을 전하며 오늘 이야기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3/06/12
천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