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공원 나들이

장미 공원 나들이/cjsdns

장미 공원에 갔다.
공원 근처에도 역이 있지만 환승도 그렇고 해서 일부러 걸을 생각으로 신내역에서 내렸다.
역사를 나와 방향을 잡고 한 시간 정도 걸으니 목적지 장미 공원이다.

큰 기대는 안 하고 장미 축제를 한다니 천만 송이 장미가 피어있다니 마음이 동해 가보자 하고 혼자 나섰다.
가는 도중에 친구들 단톡방에 나 서울 중랑 장미 공원에 간다. 장미여관이 아닌 장미 공원이다, 했다.

그러니 올사람 와라 했는데 카톡에서 입만 분주하고 여유롭고 우아하지 막상 나서는 친구는 없다.
그러려니 하는 것도 익숙한 터라 오면 좋고 안 오면 실망할 것도 없지 하며 혹시 하는 마음에 서울로 아침 일찍 일 보러 간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애터미 교육도 받고 강의도 할 게 있다며 아침 일찍 서둘러 나간 사람이라 혹시 교육이 끝났거나 하면 장미꽃구경 갈 수 있으면 가자고 하니 여느 때는 전화도 잘 안 받는 분이 바로 받는다.

느낌대로 오케이, 좋단다.
그럼 신내역에서 만납시다 하고 가보니 출구에서 기다리고 있다. 찾거나 전화할 필요도 없이 출구에서 기다리는 아내를 보니 반갑기가 늘보는 사람이라도 반갑다.

둘이서 걸었다.
약간 힘든 기색을 보이는 아내는 나 오늘 많이 걸었어한다.
그렇다고 택시를 타고 갈 것도 아니고 이제 거의 다 왔어 10분 정도만 가면 돼하고 손을 잡아끌듯 갔다.

도착하니 기대 이상이다.
좋아서 싱글벙글하는 아내에게 좋아, 잘 왔지 얼마나 좋아하고 물으니 그걸 야들처럼 하늘만큼 땅만큼 그렇게 표현해야 하냐며 그냥 좋단다.

내가 봐도 좋아할 만하다.
기대한 것보다 백배는 더 좋다.
이런 꽃구경 예정에도 없었는데 아내와 같이 하다니 더할 나위 없이 좋고 야, 이 정도면 이 동네 와서 살아도 좋겠네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중랑천 변 뚝방과 고수부지에 넓고 길게 가꾸어진 장미공원은 걷기에도 좋도록 되어있다.
와서 사는 건 나중문제고 집에서 전철 이용하면 한 시간 반정도면 올 수 있는 거리이니 한두 번이라도 또 와야지 싶었다.

돌아오는 길에 먹골역 근처에서 기분이 좋은지 지센 상점 앞에서 모자 하나 사겠다고 한다. 사고 싶은 거 있으면 사세요 하고 들어가니 여성 브랜드라 남자들 상품 은 없다.
나도 하나 사려 했는데...

마음에 드는 거 골라 어떻냐는데 티 안 나게 예쁘다.
나도 옆가게 가서 보니 생각에 딱 맞는 모자는 없으나 그중 마음에 드는 게 있어 가격을 물으니 49,000원이란다.

뭔 모자가 이리 비싸 브랜드 값인가 하며 결재를 하고 나와 지하철역으로 내려갔다.
바로 상봉행이 오길래 타고 두 역을 지나 상봉 역이다.
상봉역에서 환승을 하는데 시간 여유가 있어 환승통로 주변 상점을 두리번거리며 보니 지하 통로 옆으로 물건이 가득한 상점이 즐비하다.

눈에 들어오는 건 모자다.
맘에 드는 걸 골라 얼마 요하니 만원이란다.
아니 아까 모자는 천 원 빠지는 오만 원이고 이건 그 모자의 오분의 일 가격이라고 왠지 싸는구나 하는 느낌에 살펴보니 그런대로 괜찮다.

결국 모자를 두 개나 샀다.
두툼한 겨울모자는 이제 벗어놓고 새로 산 여름 모자 쓰고 걸으러 나가면 된다.
운동하러 나갈 때는 만 원짜리 외출이라도 할 때는 오만 원짜리 이리 쓰고 나가면 되겠네 하니 아이들 새 옷 사주면 좋아할 때 바라보는 그 모습으로 살갑고 포근하게 웃고 있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웃는 모습이다.
장미꽃구경이 그려낸 그런 웃음이다.

2023/05/18
천운
천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