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보아에서 보낸 편지 3

in zzan •  6 month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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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적으로 국제적입니다, 포르투갈 사람들은.
진정한 포르투갈인은 결코 포르투갈인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언제나 전부였습니다.
— 페르난두 페소아

이 호텔 방마다 벽에 페소아의 문장들이 쓰여있는데 구글 번역기는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을 보여준다.

언어를 온전히 이해하려면 번역기 따윈 집어 던지고 몇 년 살아야 한다. 문학작품을 이해하려면 몇 십년은 살아야 하고.

리스보아에서 두번째 아침이 밝았다. 간밤에 상그리아 한잔이 숙면을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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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산책을 나섰다.
달리는 사람들이 더러 보였고 신사가 지나갔다. 나처럼 테주강을 보러 나온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눈빛이 따뜻했다.

그 해 여름방학, 자꾸 네 시선을 의식하게 되었던 나는 책보따리를 싸서 친척의 집으로 갔다. 여름방학을 망치면 수렁 같은 바닥에서 영영 탈출 할 수 없으리라는 절박함이 있었다.
정작 도시의 도서관에서는 편지를 썼다. 네게 한 통 보냈던 걸로 기억한다. 나머지는 어떻게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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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행 야간열차’의 그레고리우스(제러미 아이언스)가 달려내려오는 자전거를 피했던 골목길을 찾아 두리번 거렸으나 다 거기 같고, 다 아닌듯 하다.

네가 그리웠지만 마음을 행간에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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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니무스 수도원.
백오십년 전 이 땅을 뒤흔든 지진에도 건재했던 곳. 그들은 대항해를 떠나기 전 저 문 안으로 들어가 밤을 보냈다고 한다.

닫힌 문 앞에 선 마음을
안에 있는 사람은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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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출국하신 겁니꽈?!!!

네. 계 들었습니다.

오잉 ! 신호등 키가 굉장히 작은 느낌 이에요 !!

보행자가 신호등을 거의 지키지 않더라구요. ㅋㅋ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 계셨군요 @dozam 님~!
너무너무 부럽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