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목차>
---이혜미---
어제의 빗줄기를 풀어 스웨터를 짠다.
습한 공기의 타래를 풀어 헤치면
간신히 꿈에 가까워지는 온도들,
눈송이들은 새가 되려 한다.
눈송이는 겨울의 초고(抄稿),
일렁이며 찢기고,
곧 낱장이 되어 녹아내린다.
엮인 공기들.
비밀을 누설하는 목소리로
희게 엮인 그물을 빠져나오면,
날숨으로 짜인 눈송이들이
공중에서 솟구치다 이내 흐려졌다.
실타래가 풀리며
새로운 면과 색을 얻듯이,
우리는 곁에 없을 때 사랑한다.
얼음을 품고 순간을 말할 때,
휘날리다 바래가는 색들의 목록.
낱장으로 쌓여가는 폭설의 밤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