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자영농노의 삶-밀린일기> 금/토/일

in zzan •  5 years ago  (edited)

금요일

오전 6시 20분 출근 오후 4시 퇴근 (오예!)
60인분 판매
금요일 치고 많이 바쁘지 않았다.
매일 이 정도 팔면 미치게 바쁘지 않고 매출도 만족스럽고 참 좋겠지만..
그냥 항상 40-60인분 사이를 널뛰듯 왔다갔다 한다.
그날 그날 판매하는 인분수에 따라서 롤러코스터 타듯
장사를 접어야 한다 아니다 계속 해야한다 두 가지 마음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결과적으로 보면 어쨌든 평균 50인분 정도 파는거 같은데
들쭉날쭉 팔아서 평균 50이 되는것과
매일 50인분 파는것은 체력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완전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매일 50인분 정도 팔고 싶다...
롤러코스터 그만타고 그냥 평지를 걷고파..ㅜ

토요일

이 날은 오전에 일찍 일어나서 마트 3군데를 들러 다음 주 쓸 식재료 장을 보고 은행에도 갔다.
한국에 돈을 조금 부치려고.

프랑스 은행이라고 해야할지.. 세인트 마틴 은행이라고 해야 할지.
암튼 다들 프랑스 본토에서 온 은행들인데 내가 뭐든 빨리 빨리 되는 한국에서 온 사람이라 그런지 진짜 이해 못할 시스템으로 운영이 되서 여기서 제일 하기 싫은 업무가 은행 업무가 되었다.
한국에 있을 때는 은행에 가는 것을 좋아했던거 같은데...

프랑스 행정절차 같은게 느리고 답답하다는 것은 프랑스나 프랑스령에 사는 한국인들 사이에서 유명한데 은행도 마찬가지다.
남편은 여기, 세인트 마틴이 그런것일 뿐이라고 했지만 빨리빨리의 나라에서 온 내 눈엔 그게 그거. 게나 고동이나.
이 날 은행에 간게 한국에 소액 송금하려고 메일로 2주 전에 요청했었는데 2주 내내 감감 무소식이고,
나는 불어 고자 (ㅋㅋ)이기 때문에 남편을 볶아서 두 번 정도 다시 메일을 보내보라고 했었지만 역시 답장도 없고 송금도 되어있지 않았다.

이런 소액 해외송금도 메일로 은행원에게 요청을 해야 한다는거가 이해가 안됐다. 하...인터넷이랑 어플리케이션은 뒀다 뭐할거야...그런데 이 은행은 그나마 양반이다. 은행에 직접 가지 않고, 메일로 요청할 수가 있어서. LCL이라는 은행은 몸소 직접 찾아가서 줄을 한 30분 정도 말 그대로 ‘서서’ (앉는 자리 없다) 기다려서 요청해야 한다. 그리고 무슨 실수가 그렇게 많은지 아무런 언급도 없이 10유로가 넘는 수수료를 한꺼번에 6번씩 빼가지를 않나, 달러로 보내야 하는 돈을 유로로 보내질 않나.
더 어이가 없는건 이렇게 실수한걸 우리가 못찾아내면 정정도 안해준다.
정정하는데도 디~~~~~~~~~~~~~~~게 오래 걸려서 엄청난 인내심이 필요하다.

은행과 관련된 썰은 또 풀려면 한 참 걸리니까 다음기회에..ㅎ

(TMI 남의 이야기) 우리 계좌 담당하는 은행원 아저씨가 중국인계열 프랑스인이고, 동성애자다. 지난번에 우리 가게에 자기 남자친구..라고 해야 하나 파트너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같이 와서 밥도 먹고 했는데 그 분이 급작스럽게 암으로 세상을 떠나셨다고. 그래서 한 동안 그 일때문에 일을 쉬었다고 했다. 남편이 잠깐 얘기 했다는데 은행원 아저씨가 곧 울것같은 얼굴을 해서 남편도 마음이 좀 그랬다고. 어쩐지 아저씨 얼굴이 수척하더니.

그렇게 장보고 집에 왔는데도 오전 10시 밖에 안되서 뭐할까 하다가 오랜만에 날씨도 좋고 해변에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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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그대로 작은 해변. (강아지 출입금지)
진짜 아담하고 사람도 많지 않은 해변이다.
바로 옆에 호텔이 하나 있는데 그래서 식당도 이용할수가 있다.
이 섬에 듣기로는 크고작은 37개 해변이 있다고 들었는데 아직 가본건 6개 정도인것 같다.
섬에 막 도착했을 때 가기 시작한 해변이라서 익숙해서인지 자주 가게 된다. 무엇보다 그리고 사람이 적어서 조용하다. 해변 양쪽으로 작은 암초같은게 있어서 스노클링 하기도 좋은곳이라 예전에는 남편이랑 손잡고 스노클링을 했었는데 허리케인때 집이 전쟁터가 되고서 그 틈에 스노클링 장비 챙기는것도 좀 철딱서니 없는거 같아서 안챙기고 그냥 그 집에 두고 나왔다. 그 뒤로는 못한지 벌써 2년이 다 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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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쉬운 화질...
스팀잇이 명색이 글을쓰고 보상을 받는 체계로 운영되는데
사진 올릴때마다 느끼는거지만 화질이 참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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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과 파라솔 샷
소세지아님주의

인스타그램 하지는 않지만 인스타 느낌으로 찍어봄ㅋㅋㅋ
오전에 일찍 해변에 갈때는 그렇게 덥지 않으니까 파라솔 굳이 빌리지 않고 가지고 있는 간이 비치의자(?) 같은걸 가지고 가서 일광욕을 조금 하고 돌아오는데 이 날은 거의 점심때가 다 되서 간거라 너무 더울것 같았다.
그래서 큰 맘먹고 파라솔에 의자 2개를 20유로 주고 빌렸다.
원래 해변에 가봐야 길면 1시간 정도에 물놀이 + 일광욕 마치고 돌아오는데 돈주고 빌린거라 이 날 4시간 정도를 놀았더니 남편도 둘 다 벌겋게 익어서 돌아 왔다. 마치 도시 살다가 따뜻한 나라 놀러갔다온 관광객 느낌으로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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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남편
혼자 물놀이 중..실례 하고 있는건 아니겠지?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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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물놀이를 했더니 허기가 너무 져서 평소엔 잘 시키지 않는 버거를 욕심껏 베이컨까지 추가해서 시켰다. 남편은 전날 너무 많이 먹어서 이번엔 가볍고 신선한거 먹고 싶다면서 치킨 시저 샐러드에 자기도 베이컨 추가 ㅋㅋㅋㅋ 아니 가볍게 드시고 싶다면서요..

이래저래 불편한 점도 위험한 점도 많은게 이 섬생활이지만 에메랄드빛 바다를 진짜 코앞에 두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것 만큼은 좋긴 좋다..

결론은, 휴가로는 좋은 곳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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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저게 말로만 듣던 부르키니.
실제로 본 것은 처음이다.
한쪽에는 부르키니가 있다면 다른 한 쪽에는 Topless 여성분이 있었다.
사진없는건 죄송 아니 왜 죄송? 누구한테?
세인트 마틴에는 공식적인 누드비치가 있지만
어느 해변에 가도 흔하게 Topless인 여성분들도 많아서
여자인 나도 가끔 동공을 어디에 둬야 할 지 모를때가 ㅋㅋㅋㅋ
그래서 선글라스 필수입니다!

+누드비치 지나갔던 썰도 있는데 나중에 소재 떨어지면 쓰려고 아껴두려고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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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 마틴이 럼으로 유명한데 그래서인지 식당에 가면 꼭 식후에 이렇게 럼을 서비스로 한 샷씩 준다. (공짜에여) 남편은 운전해야 하고 나도 꽤 도수가 높은 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사양했는데 서버분이 극구 조금만 마셔보라고 해서 나는 반 샷 남편은 한 샷을 마셨다. 내가 마신것은 패션프루트 남편이 마신것은 바나나&바닐라. 둘 다 생각보다 맛이 좋아서 안마신다고 한 사람 어디감? 술술 마심.

그리고 한 시간 넘게 파라솔 밑에서 쿨쿨 자고 분홍색 팔토시를 얻었다는 후일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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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와서 또 한 숨자고
밤 열시가 넘어서 또 빵이 굽고 싶어진 나는 지난 주에 굽고 남은 재료에
냉장고에서 썩어가던 고구마로 앙금을 만들어 고구마 앙금빵을 만들고
새벽 2시가 넘어서 잤다.

나름 알찬 토요일이었어.

일요일

원래 보통 점심쯤 되서 가게에 나가 다음날 장사 준비를 하는데
이 날은 일이 많을것 같아서 오전 10시 30분쯤 내가 먼저 가게로 나갔다.
사실 이 날 남편에게 무지 화가 나서 또 고슴도치 같이 쏘아대고
오늘, 월요일 오전까지도 기분이 별로 였는데
지금은 그냥 풀렸다.
어쨌든 이 일은 체력적으로 힘든일이기 때문에 번아웃 되지 않으려고 무던히도 노력하는 편인데 꾹꾹 눌렀다가 사소한거에 빵 하고 터트리는 경우가 있다. 이 날이 그런 날.
그러고 나서 페친분이 자기 와이프 이야기인것 같다면서 책 사진을 한 권 올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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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 내 얘기인것 같다고 댓글을 달았다..

이북으로 출간이 되면 꼭 읽어보고 싶네..

이렇게 주말이 지나가고 또 어느새 월요일도 다 지나가고 화요일 맞을 준비를..

월요일 일기는 또 밀릴거 같아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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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색 정말 예쁘네요. 저런 바다 가보고 싶은데, 제 집 주변 (미 동부) 대서양은 한결같이 한국 서해같은 느낌이라...

매년 가던 바다
올해는 태풍으로 취소되었답니다.ㅠㅠ
사진으로나마 위안 삼습니다^^

살기에 이만저만 불편한 곳이 아니지만 바다 만큼은 예쁜 곳이에요. 너무 늦지 않게 그래도 바다 한 번 다녀오시길 기원합니다. 태풍 훠이~훠이~

섬에 사시는 것이 즐거움도 있고, 노동은 고되군요. 은행업무는... 정말 이상하군요. ㅎㅎ

은행업무는 진짜 이상한것 있는데 아직 글로 적지는 않았습니다 ㅎㅎ 한국이나 여기나 먹고 사는것이 다 비슷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