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자영농노의 삶-장사일기> 허리케인 이전 출생냥 vs 이후 출생냥

in zzan •  5 years ago 

방학일기 밀려쓰던 버릇은
성인이 되어서도..ㅎ

월요일
오전 6시 20분 출근 오후 5시 퇴근
53인분 판매

오늘부터 알바생이 없다.
고작 한 달 같이 일했는데 있다가 없으니 허전하다.
그리고 힘들다.
월요일이 가장 한가한 날인것을 감안해도 둘이서 하기에는 힘들긴 하다.
예상했지만 역시 퇴근 시간이 늦어진다.
앞으로 5시 이전에 퇴근하는 일은 별로 없을것이다..ㅜㅜ
부지런히 쉴새없이 움직여서 겨우 5시에 퇴근했다.

페이스북 페이지에 채용공고를 올리는 기능이 있길래
이번에 채용공고를 올려봤더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지원했다.
이 날도 지원한 사람들 중에 한 명이 오전에 이력서 가지고 오기로 했는데 역시.. 오지 않았다.
남편도 나도 기대를 안해서인지 실망도 하지 않았다.
언제 갈게, 올게 하고서 안가고 안오는 사람을 너무 많이 봐서 ㅋㅋㅋㅋ
남편이 이력서를 메일로 보내달라고 명시도 했는데 지원만 하고 안보내는 사람도 너무 많고..
이력서를 보낸 사람들 중에서 간단히 인터뷰 하고 뽑기로 했는데 이번 주 안에 마무리 할 수 있을지.

화요일
오전 6시 15분 출근 오후 5시 50분 퇴근
61인분 판매

헬이었다.
12시까지도 한가해서 오늘 장사 공쳤나? 이런 생각을 하기 무섭게 한꺼번에 주문이 밀려들어왔다.
남편이랑 둘이서 할 때 40인분-50인분까지는 그래도 경쾌하게 바쁜정도로 일처리를 할 수 있는데 50인분이 넘어가면 희한하게 두 배로 바빠지는 느낌이다.
고작 10인분 더 파는건데 바쁨의 기울기가 확 올라간다고 해야 하나.

그 바쁜 순간 작년에 잠시 같이 일했던 죠제프 아저씨...(61년생 우리 엄마와 동갑이신 ㅋㅋㅋ) 가 친구분과 밥을 먹으러 오셔서 우리가 또 동동거리며 일하는걸 보고 보다못해 테이블을 치워주셨다.

초단골손님이면서 우리 친구인 클레망도 본인이 먹은 접시를 치워주고 테이블을 기다리고 있는 다른 사람들을위해서 일찌감치 자리를 떠났다.

“미안해 너무 미안해 죄송해요 진짜 죄송해요”

이정도면 사과봇

어떤 날은 사과하다 하루가 끝나는 날이 있는데 이 날이 그런 날이었다.
다행히 손님들이 거의 다 단골이고 남편도 나도 진짜 땀 뻘뻘 흘리면서 일하는 것을 직접 보고 알아서인지 괜찮다고 하는 손님들도 많고 그냥 자리 되는대로 빨리 먹고 가는걸로 만족하고 가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도 이런 날엔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하다.
우리가 일처리를 잘 못하고 영 무능한것 같아서.

월요일에 온다고 했던 면접자가 오늘 왔다.
영업시간 전이나 후에 오라고 했는데 영업시간 시작하고 나서 왔다.
그 때 별로 안바빴으니 망정이지.

섬 완전 반대편에 사는 어린 친구였다.
거기서 여기까지 통근 하기에 멀어도 너무 먼 곳이다.
부모님이 데려다 주고 픽업도 해주실거라는데 흠...

수요일
오전 6시 15분 출근 오후 5시 50분 퇴근
60인분

또 퇴근이 늦다.
오늘도 역시 서비스가 별로 매끄럽지 않았다.
중간에 남편이 너무 힘들어 했다.
때려치움이 0부터 10까지 표시할 수 있다면
한 8정도 온것 같았다.
내가 그 기분을 매우 잘 알지..ㅋㅋㅋㅋ

알바생을 빨리 뽑아야 한다.

오늘은 일본인 언니가 한 명 면접을 보러 왔다.
영국에서 공부하다가 프랑스인인 남편을 거기서 만나 결혼도 하고 아이를 셋을 낳고 프랑스에서 줄곧 살다가 작년에 여기로 온 것 같다.
불어 고자인 내가 듣기에는 이 일본언니는 불어도 곧잘 한다고 느꼈으나 남편은 조금 알아듣기 힘들었다고. 중간에 영어로 바꿔서 대화하기도 했다.
남편이 이력서를 보는데 아이 셋을 아무래도 양육해서 그런지 일한 경력이 거의 없다며 걱정했다.
불어를 쓰는 사람들이 주 고객이다 보니 어쨌든 주문을 불어로 받아야 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남편은 이것도 조금 걱정인가 보다.

나는 그래도, 어쩌면 나의 선입견인지도 모르겠지만,
일본사람이니 정리도 잘하고 청소도 깨끗하게 하고 친절하고 나처럼 당신한테 불같이 화내는 일도 없을거라 같이 일하기 좋을것 같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언니가 수요일 영업시간 끝나고 난 후에 온다고 했는데 이것 보라면서 딱 말한 날짜, 시간에 오지 않았냐고. 적어도 제 시간에 와서 제 시간에는 갈 것이라고 했다.

남편은 금요일까지 다른 면접자들을 기다려 볼 생각인 것 같다. 어쨌든 남편과 소통하고 부딪힐 일이 더 많을거라 남편이 마음에 드는 사람을 뽑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아서 나도 일단은 기다려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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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난 허리케인이 진짜 다 지나갔거나 거의 다 지나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하루 종일 비가 부슬부슬 내리더니 퇴근때 쯤 되니까 엄청나게 쏟아졌다.

일본에 큐슈 지방인가에서 이례없던 폭우가 쏟아져서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대피해야 했다는 기사를 보면서 퇴근하려고 가게 문을 나서려고 하는데
가게 안에 물이 엄청 들어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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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위가 높아지고 그런건 아니었고
비가 들이쳐도 너무 들이치니까 문 아래로 물이 흘러 들어왔다.
급하게 이것저것 가져다가 닦고
남편은 문 앞에 수건으로 바리케이트를 만들어 놓고 퇴근했다고 한다.
내일 출근했을 때 제발 빅서프라이즈 같은것은 없었으면 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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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는 녀석은 허리케인을 겪은 아이다. 허리케인 때 버려진건지 비쩍 말라서 가게 앞에 왔길래 먹을 것을 조금 준 뒤로 우리가 가게에 없을 때도 가게 앞에서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는 얘기를 듣고 그냥 그렇게 식구로 데려온 아이다. 오늘 천둥번개가 엄청 치고 비도 엄청 쏟아지니 아무것도 못하고 저렇게 웅크리고만 있었다. 계속해서 낮은 포복으로 걸어다니고. 짠해서 간식이라도 주면 긴장이 풀릴까 했는데 간식도 소용 없었다. 좋아하는 간식도 마다하고 그냥 저렇게 한 참을 있었다. 이 녀석도 허리케인 트라우마가 있는걸까?

검은 녀석은 허리케인 이후에 태어난 녀석으로
천둥번개 허리케인 따위 나는 모르오만
간식봉지 여는 소리만큼은 내가 기가 막히게 잘 안다네...하며 닌자처럼 소리소문 없이 와서 주는대로 다 받아먹고 남의 간식까지 줍줍하고 간 천둥벌거숭이 같은 녀석 ㅎ

그래 모르는 것이 약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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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에 긴장하는 고양이라... 그러니 더 무섭네요. 허리케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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