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

in zzan •  5 years ago  (edited)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복이 있다.
그 복중에 요즘 귀한 것이 자식 복이다.
옛날에는 한집에 자식들이 서넛은 보통이었는데 요즘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둘이면 많은 집이고 하나가 주류를 이르고 언제부터인가 하나도 안 낳고 무자식 상팔자를 즐기는 젊은 가정이 많다.

그런 연유로 산부인과 의원도 많이 사라져 갔다. 그 대신 미용을 주로 하는 병원이 많이 늘었다는데 시골 동네 하고는 거리가 먼 이야기다.
우리 동네도 내가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산부인과 의원이 열 군데도 넘었던 거 같은데 지금은 두 세군데 뿐이며 그마저도 젊은 산모가 아니라 할마씨들이 주요 내원객이다.

동네 어쩌다 산모가 있어도 시설이 좋고 젊은 의사가 있는 곳을 선호하다 보니 인근 큰 도시나 서울로 올라가서 출산을 하고 산후 조리원까지 마치고 돌아오는 경우가 흔하다. 그렇다 보니 말이 산부인과지 아이를 받아본게 언제인가 싶다. 그 정도로 심각하다는 이야기이다.
원장 선생님도 그냥, 김 선생이 도와주면 몇 년 더하고 그렇지 않으면 그만둘 거야 그러니 알아서 하고 어지간하면 한두 해라도 더 다녀요 하신다.

오늘 이야기는 친구가 전화를 해서 하소연인지 사정 이야기를 하면서 돈을 융통해줄 수 있나고 하는데 빌려줄 돈도 없지만 들어보니 딱하기도 하고 친구 마음 쓰는 게 고맙기도 하다.

이야기는 이렇다. 2년 전에 아이가 둘이 있고 뱃속 아이까지 있으니 방을 못 구해서 쩔쩔매는 젊은 부부에게 아이를 무척 좋아하는 친구는 전세금까지 깎아주면서 임대를 했다고 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직장 발령이 먼 곳으로 나서 어쩔 수 없이 이사를 가야겠다 하기에 오늘 방문을 했단다.

그래서 방이 요즘 잘 안 나가니 봄에 이사를 가면 어떻게는 가 하니 직장이 워낙 멀어 출근하는데만 두 시간이 더 걸려서 이사를 하여야 한다기에 그럼 두세 달만 더 기다려보자 하니 12월이 출산 예정인데 11월에 나을 수도 있어서 서둘어 갔으면 좋겠다고 말을 해서 보니 정말 배가 부른 것이 출산일이 두세 달도 안 남은듯하여 더 이상 말을 못 하고 알았다고 했단다.

태어날 아이를 봐서라도 구차한 이야기는 아닌듯하여 알았다고 하고 다음 달에는 이사를 갈 수 있게 해 주겠다고 약속을 했단다. 그러면서 돈 좀 빌려줄 수 있니 말하는데 참 오랜만에 전화를 해서 하는 말인데 거절도 못하고 그렇다고 돈 없다, 하는 것으로 끝을 맺기도 그랬다.

돈걱정을 하면서도 야 그 집 축복이 가득한 집이지 아이가 넷이잖아 얼마나 부럽니 하는데 어이가 없기도 하고 그게 뭐가 복이니 하자니 직업이 그런 소리 하면 절대로 안 되는 직업이다.

산부인과 병원이 잘 나가던 시절은 70년대 80년대다. 그때는 아이를 하루에도 몇 명을 받아냈는지 모를 정도로 병원이 성황을 이루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산부인과 병원이 골목에서 연탄가게 쌀가게 사라지듯 사라져 버렸다. 그런 요즘에 아이 넷을 낳는 집이니 얼마냐 축복이냐며 좋아하는데 천성은 못 버리는구나 싶다.

어디 가나 아이만 보면 좋아서 제 손자라도 되는 듯 놀아주는 친구이기에 축복이 가득한 그 집이 바로 너의 집이다. 그러니 네가 축복을 많이 받은 거 아니니 하니 그런가. 그렇고 보니 정말 그런데 하며 웃으며 다음번에도 아이를 많이 낳은 집이 이사 왔으면 좋겠다 한다. 속으로, 평생을 아이만 받아온 나로서는 그래 네가 고맙다. 넌 정말 축복이 가득한 사람이다 했다.

추신: 앞에글에 홍보를 했으나 놓지신듯하니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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