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작가 응모작 | 소설 부문 | 기억 여행자의 낙서질 note 4-5

in zzan •  5 years ago 

2학년 담임 선생님은 수학을 가르쳤고 남자였다. 키가 엄청 크고 말도 아주 잘 했다. 매번 시험이 끝나면 꼭 개별 상담을 하며 성적표를 나눠줬는데 내겐 이런 말을 했다.

'왜 영어만 이렇지? 내가 선생 하면서 이런 성적표는 처음 본다.'

'이번에도 등수가 올랐네. 수고했어.'

그래.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나도 당황스러운데. 그럼 어쩌겠니. 영어 단어 안 외워지는 장애가 있는걸. 내가 관심이 없었던 1학년 담임과 달리 2학년 담임은 내게 많은 관심을 가졌다. 할머니와 산다는 것, 집안 형편이 좋지 않다는 것도 아셔서 그랬는지, 선생님은 내게 참고서나 문제집을 많이 가져다 주셨다. 성적은 시험만 보면 우상향이지, 수학을 좋아하지, 영어만 제외하면 상위권이지. 뭔가 노력하는 게 보여서 도와주고 싶었던 것 같다.

중학교 2학년 올라간 이후로 고등학교에 가서까지, 난 등수가 내려가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단 한 등이라고 오르거나 제자리긴 했어도 등수가 내려가본 적이 없었기에, 고 2 올라가면서 늦게 찾아온 사춘기는 내게 치명적이었다. 수학여행비를 내지 못해 수학여행에 못 가면서 난 삐뚤어지기 시작했고, 내 인생을 이렇게 바꿔놨다. 중학교때도 수학여행을 가긴 했는데, 그때도 돈을 못 내긴 마찬가지였다.

중학교 3학년이 됐고 2학년 담임을 3학년에서도 만나게 됐다. 내겐 행운이었다. 나를 아주 잘 아는 선생님이었으니까. 이 선생님은 내 수학여행비도 대신 내주셨다. 수학여행비 내는 마지막 날이 넘어도 내지 못했는데, 수학여행 전날 날 부르셨다.

'우리 반에 너만 못 냈어. 혼자 학교 나와서 뭐하겠니. 너도 내일 수학여행 갈 준비 다 해서 와라. 선생님이 네 것까지 다 냈으니까 그냥 몸만 오면 돼.'

이 은혜를 어찌 잊으랴. 졸업 후 한 번도 연락 못해봤지만, 언젠가는 꼭 찾아뵙고 싶다. 그때 정말 너무너무 고마웠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3학년 첫 영어시간. 헙... 이런... 1학년 담임 선생님이 영어선생님이었다. 헠.... 선생님은 날 기억하고는 내게 반갑다고도 했다.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아 날 부르셨다.

'내가 네 1학년 담임이었다는 게 너무 부끄럽구나. 그래도 영어선생님 담임이었는데,,, 네 성적표를 보고는 한숨만 나왔어.'

그러곤 계속 한숨만 쉬셨다.

'내가 가장 큰 죄인이네. 영어 빼고는 전부 90점이 넘잖아. 영어만 빼고.'

'그래, 혹시 진영이하고는 연락 하니?'

'아니요. 2학년 되면서 떨어졌어요. 반이 달라서.'

'그래, 그랬구나.'

그날 이후로 난 선생님과 1대1 영어공부를 하게 됐다. 선생님은 자기도 학창시절엔 영어를 가장 못했다며, 노력하면 될 거라고 하셨다. 그런데 난 노력해도 안 됐다. 아무리 노력해도 영어 단어를 외우는 건 무리였다. 내 뇌는 무언가를 외우는 장애가 있는게 확실했다. 특히나 영어단어는 절대 외우지 못하는 심각한 장애가 있었다. 선생님은 많이 미안했는지, 내게 편지도 자주 써주셨고, 방학땐 영화 보자고 불러서 같이 영화보고 밥도 먹었으며, 졸업식 선물도 사주셨다. 졸업식날 '영어 성적은 좋지 않아도 분명 다른 좋은 길이 나타날 거야. 꼭 성공할 거야.'라며 저녁을 사주셨다. '평생에 못 잊을 아픈 제자'라며 날 많이 안타까워 하셨다. 중 3 마지막 시험에서는 상위 8%까지도 했으니 영어는 분명 큰 장애물이었다. 난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영어 때문에 성적의 한계를 경험했고, 심지어는 영어를 빼고 전과목 만점을 받아보기까지 했다. 물론 고등학생때 담임도 내게 신기한 놈이라고 했다. 주위에선 영어만 좀 됐다면, 서울대를 장학생으로 갈 성적이라며 아쉬워 했다.

가끔 아내와 얘기하다가 공부 얘기가 나오면 '나 영어 빼고는 공부 엄청 잘했어.'라고 자랑을 한다. 그럼 아내는 웃으며 이렇게 받아친다. '난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때까지 1등을 놓쳐본 적이 없거든. 어디 앞에서 주름잡고 있어.' 그럼 난 급 어색해진다. 그럼 아내가 다시 웃으며 이렇게 말한다. '그럼 뭐해. 지금은 집에서 애나 키우고 있는데. 돈은 오빠가 잘 벌잖아. 난 어디 오라는 데도 없는데 오빠는 돈 엄청 잘 벌잖아. 학교때 공부 잘했으면 뭐해. 지금이 중요하지. 아내의 말과 아내의 형제, 사촌들 말을 들어보면, 아내는 학창시절 내내 우등생이었다. 늘 1등을 도맡아 했으며 반장도 많이 했을 정도로 리더십도 좋았다. 모두들 아내가 큰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런데 수능날 컨디션 난조로 시험을 망쳤고, 대학교 가서는... 지랄총량의 법칙에 의해 지랄을 하다가 졸업을 했다고. ㅎㅎㅎㅎㅎ 역시 지랄 총량의 법칙은 기가막히가 정확하다고 장모님께서 자주 말씀하신다. 그러니까 지랄을 하려면 청소년때 해야 가장 좋다나. 대학교 가서 지랄한 케이스가 자기 딸이니까. 아내의 바로 아래 동생은 학창시절에 온갖 지랄을 다 하다가 대학교 가서는 우등생을 했다고. ㅎㅎㅎㅎㅎ

다시 중학교 시절로 돌아가서... 중 3때도 내 성적은 우상향이었다. 시험만 보면 성적이올랐으니 인생 살맛 났다. 반에서는 우등생에 모범생이라 공부 잘하는 친구들과 어울렸고 집에선 수학문제를 풀거나 소설을 쓰며 놀았다. 공부, 소설쓰기, TV보기, 가수 좋아하기가 이때의 전부였던 것 같다. 학교에선 쉬는 시간에도 수학 문제를 풀며 놀았고, 집에선 소설을 쓰며 놀거나 드라마에 심취했으니, 걱정도 없고 일도 잘 풀리고 행복한 중학교 시절을 보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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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r2002ks님이 naha님을 멘션하셨습니당. 아래 링크를 누르시면 연결되용~ ^^
fur2002ks님의 뻘짓 진행사항... 오늘은 상승장??

...진 자동구매 하였습니다.
참여하신분...chocolate1st skymin nahajiminkang glory7 jsj1215 onehand thegreatgatsby rtytf bji1203 ...

헉... 서울대 장학생이요? 영어만 좀...ㅠㅠ
나하님 공부 엄청 잘하셨네요!! 전 중학교 입학하자마자 영어포기였는데...ㅋ

공부는 아내가 더 잘했어요. ㅎㅎㅎㅎㅎ

그러니까 지랄을 하려면 청소년때 해야 가장 좋다나

ㅋㅋㅋㅋㅋㅋ 글보다가 웃었네요 남 이야기같지 않아서(?!) 이 소설 재밌네요 :D

어차피 청소년은 반항의 아이콘이니... 이때 지랄을 하는 게 좋더군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