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일상] 다애다은아, 우리 한달에 한번만 볼까.

in zzan •  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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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까지 조카 둘을 4주 연속 주말마다 만났다. 아무래도 너무 자주 본 것 같아, 다이어리를 찾아보았다. 11/3 : 조카들과 영화 엑시트, 이케아. 11/10 : 언니의 결혼기념일, 롤러장과 노래방. 11/17 : 언니와 엄마 생일 파티로 점심과 저녁 함께, 밤산책까지. 11/23 : 그냥 놀러옴.

어제 친구를 만나고 늦게 들어온 밤. 신발장에 있는 아이들의 신발을 보고는 마냥 반갑지만은 않았다. 이번 주말은 조용하게 혼자 보내고도 싶었는데... 그리고 맞이한 일요일. 오랜만에 늦잠 자는 나를 아무도 깨우지 않았다. 다행이고 고마웠다. 언니는 같이 찜질방 갈까 물어보았지만, 내가 거절하자 다시 묻지 않았다.

늦게 일어나 혼자 밥을 차려 먹고 언니한테 커피를 해줬다. 그리고는 다애랑 공기놀이를 잠깐 했고, 여러 판을 해서 내가 졌다. 그야말로 오랜만에 거실에서 큰 화면으로 위아더나잇 공연 영상을 보고 싶었지만, 나의 동지 거북이라고 생각했던 아이들은 런닝맨을 더 좋아했다. 충격적이었다. 런닝맨 김종국이 좋단다. 네가 좋다고 한 위아더나잇, 함병선 삼촌은? 응? 그래서 나는 낮술로 캔맥주를 먹으며 아이들에게 치킨을 해줬다. 최근 친구들에게 선물 받은 에어 플라이어는 정말 좋다. 치킨도 군고구마도 뚝딱. 엄마도 참 좋아한다. 갑자기 추천.

내방에서 밍기적 대다가 나온 거실. 같이 치킨을 먹고 런닝맨을 처음 봤다. 눈에 안들어온다. 난 무한도전도 런닝맨도 제대로 봐본 적이 없다. 내 관심사 밖이라 그런 것 같다. 초딩 거북이라고 생각했던 아이들의 변심?에 어이가 없었지만, 잘 먹는 아이들은 예쁘다. 티비만 있으면 이제 자기들끼리도 잘 논다.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언니네 집에 놀러가면 숨바꼭질을 같이 하자고 졸랐던 아이들인데 말이다. 다 숨었니? 하고 물어보면 씩씩하게도 큰소리로 네! 하던 아이들.

다애와 다은이. 혼자 살던 이모 집엔 자주 안왔지만, 할머니와 함께 사는 지금의 집엔 무척 자주 오는 것 같다. 아마도 할머니와 이모가 좋아서겠지. 옛날엔 언니가 부르지 않아도 예쁜 조카들 보러 언니네 자주 놀러갔던 나. 세상에서 우리 조카들이 제일 예쁘다고 생각하고 주변에 내 아이인 양 자랑하던 시절이다. 아, 돌아오지 않을 그대야 안녕. : )

다음 주는 쉬겠지? 다음 주는 안놀러오려나? 사랑하는 나의 조카들. 우리 앞으론 한달에 한번만 볼까. 그러면 다음에 만날 때 더욱 반가울 것 같다. 어제 본 연극 제목처럼. 우리는 적당히 가깝자. 사랑한다. 언젠가 또 그리워질 오늘. 아이들이 돌아가 평온해진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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