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Hide Resteemsluxun2004 (25)in translation • 7 years ago[번역가가 말하는 번역의 세계] 02. 번역가의 능력-1 확고한 모국어 감각무엇이 번역가의 가장 중요한 능력인지 물어보면 아마 대다수의 사람들이 탁월한 외국어 실력이라고 답할 겁니다. 하지만 저는 거꾸로 ‘외국어에 간섭받지 않는 능력’이라고 답하겠습니다. 외국어 실력이 번역가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이라고 한다면 외국에서 나고 자란 이중언어 구사자가 최고의 번역가 후보겠지요. 하지만 제 주변의 각종 외국어 출판번역가들을 보면…luxun2004 (25)in translationpublish • 7 years ago[번역가가 말하는 번역의 세계] 01. 번역가는 왜 홀대받는가-3 번역가는 작가보다 열등한 존재인가번역서의 인세 비율에서 나타나는 저자와 번역가의 이런 불평등한 관계는 우리에게 “번역가는 작가보다 열등한 존재인가?” 혹은 “번역은 창작보다 가치가 떨어지는 행위인가?”라는 자문을 하게 만듭니다. 과연 그럴까요? 보수의 많고 적음이 그런 불평등의 당위성을 입증할 수는 없지요. 제도적인 차별도 마찬가지입니다. 제도는 시대적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기…luxun2004 (25)in translationpublish • 7 years ago[번역가가 말하는 번역의 세계] 01. 번역가는 왜 홀대받는가-2 번역가에게 불리한 인세 비율두 번째 이유는 ‘투명성’에 대한 위의 고정관념이 낳은 국제 저작권 제도와 관련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혹시 번역서가 출판되었을 때 저자와 번역가에게 몇 퍼센트의 인세가 지급되는지 아십니까? 책의 장르와 저자의 명성 그리고 본국에서의 판매 실적에 따라 다르기는 합니다만 보통 저자에게는 6~8퍼센트, 번역가에는 3~5퍼센트의 인세가 지급됩니다.…luxun2004 (25)in translation • 7 years ago[번역가가 말하는 번역의 세계] 01. 번역가는 왜 홀대받는가-1 번역가는 투명해야 한다지난달과 지지난달, 제가 번역한 소설 두 권이 연이어 출간되었습니다. 저는 두 달간 아침에 일어나기만 하면 인터넷서점에 들어가 그 두 소설의 정보를 확인했습니다. 전날보다 판매지수가 올랐는지 떨어졌는지, 새 서평이 올라오지는 않았는지 궁금했기 때문이지요. 그러다가 혹시 판매지수가 많이 올랐거나 소설을 인상 깊게 봤다는 서평이 새로 눈에 띄면…luxun2004 (25)in translation • 7 years ago[번역가가 말하는 번역의 세계] 0. 전통 필자와 출판의 운명-7 걱정 말기를, 길은 아직 멀다하지만 저는 슬프기는 하지만 좌절하거나 비관하지는 않습니다. 위에서 말한 티핑포인트에 이르기까지는, 우리 시대의 밈(meme)이 완전히 새로운 밈으로 대체되기까지는 아직 길이 멀기 때문입니다. 저와 제 친구들의 역할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옛 글쓰기와 새 글쓰기, 옛 매체와 새 매체, 나아가 옛 사유와 새 사유 사이의 중간…luxun2004 (25)in translation • 7 years ago[번역가가 말하는 번역의 세계] 0. 전통 필자와 출판의 운명-6 사멸과 탄생의 길 위에서저 같은 번역가를 비롯한 전통적 글쓰기의 필자들은 전통적인 종이책 출판사와 편집자와 오프라인 플랫폼과 함께 전자책의 완성으로 가는 길 위에서 지금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천천히 사멸해갈 겁니다. 반대로 새로운 저작 기술과 매체, 그것에 적응하는 독자의 출현에 발맞춰 역시 새로운 문체와 작가와 CP(Contents Provider)와 온라인 플랫폼이…luxun2004 (25)in translation • 7 years ago[번역가가 말하는 번역의 세계] 0. 전통 필자와 출판의 운명-5 티핑포인트가 올 것이다최근 몇 년간 종이책 매출은 꾸준히, 염치도 모르고 줄어왔습니다. 그렇다면 상식적으로 전자책 매출이 느는 게 정상이 아닐까요? 늘기는 했습니다. 단, 웹소설 매출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전자책’, 즉 이퍼브나 피디에프 그리고 애플리케이션 같은 형식의 디지털북도 의외로 판매가 지지부진합니다. 여전히 기업, 도서관을 겨냥한 B2B 의존도가 크며…luxun2004 (25)in translation • 7 years ago[번역가가 말하는 번역의 세계] 0. 전통 필자와 출판의 운명-4 서사의 무한증식엄숙한 고전 분야에서뿐만 아니라 발랄하고 다채로운 서사물에서도 종이책은 주도권을 잃었습니다. 웹소설, 웹툰, 드라마, 영화, 심지어 뉴스에도 자기 영토를 다 내주었습니다. 서사물은 웹소설과 웹툰을 기점으로 무한증식하면서 IP라는 이름으로 각 영역을 넘나들며 폭발적으로 부가가치를 키워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종이책에 거점을 둔 순문학 소설과…luxun2004 (25)in translation • 7 years ago[번역가가 말하는 번역의 세계] 0. 전통 필자와 출판의 운명-3 고전의 해체쿨한 시대에 본질과 원리와 윤리와 가치는 급한 때 빼서 보는 커닝페이퍼 같아서 굳이 평소에 깊이 생각하거나 다른 사람과 토론할 필요가 없고 괜히 그러면 ‘뻘쭘’하기만 합니다. 물론 그런 것에 관한 지식이 꼭 필요할 때도 있기는 하지만 그런 때는 학창 시절 교과서에서 배운 기억을 떠올리거나 위키피디아에서 관련 항목을 쓱 훑어보면 그만입니다. 왜…luxun2004 (25)in translation • 7 years ago[번역가가 말하는 번역의 세계] 0. 전통 필자와 출판의 운명-2 쿨한 시대저는 우리가 사는 지금 이 시대를 상징하는 단어가 ‘쿨’(cool)인 것 같습니다. ‘...하다’와 어우러져 어느새 한국어 형용사가 돼버린 이 단어는 국어사전을 보면 “꾸물거리거나 답답하지 않고 거슬리는 것 없이 시원시원하다.”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쿨한 사람’, ‘쿨한 남자’, ‘쿨한 여자’ 등등 이 단어는 어느 명사 앞에 붙어도 긍정의…luxun2004 (25)in translation • 7 years ago[번역가가 말하는 번역의 세계] 0. 전통 필자와 출판의 운명-1 종이책의 위기얼마 전 전철역 근처에서 우연히 글 쓰는 후배를 만나 함께 커피를 마셨습니다. 그 후배는 2년 전에 교보문고 장르소설 부서에서 일한 적이 있는데 며칠 전 교보문고의 옛 동료를 만나 들은 이야기를 제게 해주었습니다. “요즘 교보문고는 비상이랍니다. 올해 매출이 전 부서 공히 두 자리 수 이상 떨어졌대요. 부서장들마다 시말서를 쓰고 내년 예산도 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