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중요성>
윌리엄 제임스가 <심리학의 원리 The principles of Psychology>(보스턴,1890)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회에서 밀려나 모든 구성원으로부터 완전히 무시를 당하는 것보다
더 잔인한 벌은 생각해낼 수 없을 것이다."
사랑의 결핍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가?
이상적인 세계에서라면 이렇게 남들의 반응에 좌우되지는 않을 것이다.
스스로 자신을 공정하게 평가하고 자신의 가치를 판단하여,
다른 사람이 우리가 못났다고 넌지시 암시한다 해도 상처받지 않을 것이다.
우리 자신의 가치를 알기 때문이다.
우리의 '에고'나 자아상은 바람이 새는 풍선과 같아...(중략)
남의 관심 때문에 기운이 나고 무시 때문에 상처를 받는 자신을 보면
이런 터무니 없는 일이 어디있나 싶어 정신이 번쩍 들기도 한다.
따라서 물질적인 관점만이 아니라 정서적인 관점에서도
우리가 세상에서 차지하는 자리에 대해 불안해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속물근성>
어렸을 때는 우리가 무슨 일을 하든 아무도 크게 마음을 쓰지 않으며
...
목청껏 소리를 지를 수도 있고, 중요한 친구가 없어도 된다.
그래도 귀중한 존재가 될 수 있다.
...
'속물근성snobbery'이라는 말은 ...
일반학생을 귀족 자제와 구별하기 위해 이름 옆에 sine nobilitate,('s.nob'),
즉 작위가 없다고 적어 놓는 관례에서 나왔다고 한다.
...
19세기말 파리의 어느 안개 낀 저녁,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A la recherche du temps perdu>(1922)에 나오는 부르주아 내래이터는 귀족 친구인 생루 후작과 저녁을 먹으러 비싼 식당으로 간다. 내래이터가 그의 친구라는 사실이 드러나자 순식간에 직원들 눈에
내래이터의 가치가 바뀐다. 지배인이 그의 앞에서 깊이 고개를 숙이고
차림표를 펼치더니 화려한 동작을 섞어가며
특별요리를 외우고 옷을 칭찬한다.
이런 표변이 눈앞의 상대에게 만족을 준다해도,
그 밑에 깔린 역학은 냉혹하다.
...(중략)
속물은 독립적 판단을 할 능력이 없는 데다가 영향력 있는 사람들의 의견을 갈망한다. 따라서 언론의 분위기가 그들의 사고를 결정해버리는데,
그 수준은 위험할 정도다.
자신의 자리에 확신을 가지는 사람은
남들을 경시하는 것을 소일거리로 삼지 않는다.
오만 뒤에는 공포가 숨어있다.
괴로운 열등감에 시달리는 사람만이 남에게 당신은 나를 상대할 만한 인물이 못 된다는 느낌을 심어주려고 기를 쓴다. 두려움은 세대를 따라 전해진다.
사치품의 역사는 탐욕의 이야기라기보다는
감정적 상처의 기록으로 읽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이 역사는 남들의 경멸에 압박감을 느껴
자신에게도 사랑을 요구할 권리가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텅빈
선반에 엄청난 것들을 전시하려 했던 사람들이 남긴 유산이기 때문이다.
<불안 STATUS ANXIETY> 알랭 드 보통 Alain de Botton(2004)
원인 I 사랑결핍(p.13), II 속물근성(p.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