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1년 6개월 정도 됐다. 딱 이전 대통령 탄핵과 맞물린 시기였는데, 그때는 나라에 대한 환멸과 미세먼지 걱정이 주된 이유였다. 새로운 대통령이 뽑히고 또 여름에 접어들며 대기질이 좋아지자 이주 생각은 차차 옅어져갔다. 막상 떠나려고 하니까 생각보다 힘들고 어렵고... 쉽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현실에 자족하며 살자 라는 마음이 컸다. 그러다 다시 찬 바람이 불어오고 긴긴 지난겨울을 보내며 난 그야말로 이민병을 앓았다. 머릿속에는 24시간 내내 빨리 여기를 떠나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으니까. 지금 내가 한국을 떠나려고 하는 이유는 오직 한 가지. 공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수치가 나쁨 이상의 수치를 기록하는 날이 연 300일가량 되어버렸고, 매일같이 뿌연 날씨에 점차 둔감해져만 간다. 살기 위해 숨을 쉬는 본능적인 행위가 내 몸과 정신을 갉아먹는 일이 됐다. 두통이야 늘 달고 살았지만 감기와 호흡기 질환은 생전 걸려본 적 없던 내가 작년부터 누런 콧물 때문에 휴지를 달고 산다. 감기약 때문에 정신은 늘 아득하고 조금이라도 깨고 싶어 창밖을 바라보면 선명하지 못한 내 정신보다 더 뿌옇고 흐린 광경이 나를 내려다본다. 아이들은 또 어떻고? 두말하면 입 아프다. 일단 떠나야 할 이유는 확실하다. 건강하게 살기 위해.
공기 좋은 곳을 찾아본다.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스웨덴, 브루나이... 많은 나라가 나온다. 찾으면서 알게 된 건데 생각보다 동남아는 공기가 지저분하다. 환경이 받쳐줘도 의식과 제도의 미비로 속수무책으로 오염되고 있는 것이 현 실정. 가까운 태국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는 인도네시아 일부 지역의 화전으로 인한 헤이즈 때문에 1년에 2~3개월은 공기질이 안 좋다. 일본은 방사능 때문에 탈락.
다음, 백인 중심 사회는 제외. 어른들이야 인종 차별은 나쁜 것이라는 교육을 받았으니 성인들 사이에서는 인종 차별이 없을 수 있지만 아이들은 다르다. 미성숙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얼마나 악랄해질 수 있는지는 언론과 미디어를 통해 충분히 접했다.
다음, 이슬람 문화권은 제외. 이슬람 문화권에서 난 딸을 키우고 싶지 않다.
이런저런 고심을 통해 찾아낸 곳이 바로 인도네시아 발리다.
기본 요건
- 대기질
사실 발리의 공기질에 대해서는 말이 많다. 좋다는 사람 반, 안 좋다는 사람 반. 몇 가지 확인할 점이 있었다.
- 헤이즈의 영향: 없음 - 산불을 일으키는 인도네시아 지역과 멀어서 발리까지 안 온다.
- 화산재의 영향: 있으나 미미 - 화산이 아예 폭발하면 모를까.
- 쓰레기 소각 및 오토바이 매연으로 인한 대기 오염: 있음, 심각한 곳은 심각
아궁산 때문에 화산재의 영향이 있느냐 없느냐가 발리 거주민들 사이에서도 큰 이슈다. 검색을 하다 하다 짱구에 사는 한 외국인이 자기 집 앞 마당에서 미세먼지 (PM 2.5) 수치를 재서 기록한 페이스북 그룹을 찾았다. https://www.facebook.com/groups/168895073850572/about/
무슨 일이 있는지 지난 1월이 마지막 포스팅이긴 한데 외국인이 많이 사는 나름 번화한 마을 짱구의 초미세 수치가 15를 넘는 날이 별로 없다. 아주 깨끗하다고는 못 해도 이만하면 준수한 수준인 듯싶다. 쓰레기 소각 및 오토바이 매연은 분명 심각한 수준인데 이건 미세먼지에 비하면 국소적인 문제라 거주지를 잘 선택하면 큰 문제없을 것 같다는 생각.
- 아시아
외국인이 많이 오가는 휴양지라 다인종에 대해 관대한 편이고 같은 아시아라 서구권 국가보다는 정서적인 접점이 많은 편이다.
- 힌두교
사실 인도네시아는 이슬람이 주된 종교인데 발리만은 다르다. 여러 신을 섬기는 종교이니만큼 타인에게 관대하고 포용적이다.
이상의 요건들을 충족하는 나라가 또 있을 수야 있겠지. 근데 아직 못 찾았다. 발리로 잠정적으로 결정을 내린 후 이런저런 정보를 찾아보니 발리만의 매력이 또 보이더라.
발리만의 매력
- 외국인 장기 체류자들이 많다. 이건 큰 장점이자 단점.
- 보낼 만한 국제 학교가 많다: 그 작은 섬에 10군데는 되는 것 같다, 물론 학비는 매우 비쌈(1인당 연 1천만 원 정도)
- 외국인 대상의 국제 병원이 있다: 2~3군데, 물론 병원비는 매우 비쌈, 보험 필수, 현지인 대상 병원은 안 가느니만 못하다 하더라.
- 영어만 알고 가도 대충은 살 수 있다: 물론 오래 살려면 인니어를 배워야 한다
- 앞서 언급했지만 다인종에 관용적이다
물가,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싸다.
인도네시아 내에서 물가 높기로 유명한 발리지만 공기 찾아 이주하는 입장에서 다른 나라에 비하면 (특히 호주, 뉴질랜드) 감지덕지다. 전체적인 생활비는 한국에서 생활하는 비용과 큰 차이 없다고 한다. 물론 현지인처럼 살면 당연히 생활비는 적게 들겠지만. 용인 가능한 생활 수준을 유지하려면 그래도 돈이 든다. 인도네시아에서 절대적으로 싼 건 딱 하나, 바로 인건비. 가사도우미와 기사 월급이 월 30만 원이 채 안 된다. 30만 원 주면 많이 주는 거더라.준수한 치안
근데 또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다. 막상 살기 위해 준비하다 보니 거슬리는 점들이 좀 있다.
발리의 비호감 포인트
체류 비자(KITAS) 얻기가 까다롭다
인도네시아의 비자 체계는 외국인에게 굉장히 적대적이다. 그래서 비자 문제를 잘 처리하는 게 중요한데... 합법적으로 현지 법인을 설립해서 KITAS를 취득해 들어가려면 4인 가족 기준 첫해에만 1,500만 원 정도가 들고 그 후 매년 1천만 원 정도가 유지 비용으로 든다. 취업 형태를 가장해서 KITAS를 취득해 들어가는 경우 4인 가족 기준 첫해 600~700만 원, 그 후 매년 500~600만 원 정도가 유지 비용으로 든다. 그렇다고 사회문화 비자, 일명 소셜 비자로 살아가기에는 제약이 너무 많다. 일단 계좌를 못 트고 차량 구입을 못 함. 6개월마다 해외에 나갔다 와야 한다. 체류를 위해서 비자를 유지하는 데 매우 비용이 많이 든다.외국인으로 살아가는 데 드는 비용이 많이 들고 가성비가 안 좋다.
앞서 언급한 국제 학교, 국제병원. 말은 좋은데 터무니없이 비용이 높고 개도국이다 보니 시쳇말로 가성비가 안 좋다.우기 때 바다가 쓰레기장이 된다.
해류에 쓸려오는 거라고 하는데 사진 보면 토 나온다. 환경 때문에 떠나는 거라 환경 문제에 매우 예민.
혹시나 이주를 준비하는 분들이 계시면 도움이 될까 해서 적어본다. 내 생각을 정리하는 기회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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