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과잉(Big Me)의 시대를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in bigme •  7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GoYou입니다.

처음으로 Steemit 을 통해 인사드립니다. 앞으로 이 블로그는 제가 직접 보고, 듣고, 먹고, 맡고(?) 느낀, 하여간 제가 직접 경험한 모든 것들의 리뷰를 다른 스티밋 유저분들과 공유하는 장소로 쓰일 예정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오늘 첫 포스트의 주인공, 책 <인간의 품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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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브룩스(지은이), 김희정 (옮긴이) / 부키 / 2015년 11월

데이비드 브룩스의 <인간의 품격>은 '삶이 성공이 아닌 성장의 이야기'라고 주장하는 책입니다. 처음 출간 되었을 당시, 대형 서점의 가판대에서 손쉽게 찾아볼 수 있었던 책. '인간'과 '품격'이란 매우 깊고, 그만큼 지루해 보이는 제목이 눈에 띄었습니다. 사실, 이 책의 첫인상은 양가적이었습니다. '지금 시대가 어느 땐데'란 생각에 고리타분한 느낌 하나. '물질적 성공이 아닌 인격의 성장'이라 참신한 느낌 또 하나. 이 책이 주목 받는 현실이 신선했습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이 책에 대한 제 개인적인 첫인상입니다.

하지만 저자의 문제의식을 공유한 순간, 이 책에 대한 첫인상이 살짝 달라졌습니다. 이 책이 탄생하게 된 동기에 수긍이 갔다고 해야할까요? 랍비 죠셉 솔로베이치크에 따르면, 우리의 본성은 각각 아담 1과 아담 2로 나눌 수 있습니다.

아담 1: 커리어를 추구하고, 야망에 충실한 우리의 본성, 즉 이력서에 담길 덕목을 중시하는 외적인 아담
아담 2: 고요하고 평화로운 내적 인격을 갖추고, 내적으로 단단하게 결합된 영혼을 갖기를 열망하는 아담

저자는 이 두 아담 중 어느 누구의 편을 들어주지 않습니다. 우리 모두는 두 아담 사이에서 끊임없는 자기갈등을 겪으며 성장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 같은 인류사적 승리의 주역들조차 겸손과 감사를 표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불과 몇 십년만에 극적으로 변화했습니다. 과연 우리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데이비드 브룩스는 아담 2의 전통이 인간을 '뒤틀린 목재'로 본 도덕적 실재론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합니다. 반면, 아담 1은 18세기 도덕적 낭만주의에서 기원을 찾았습니다. 도덕적 낭만주의는 자연과 개인, 그리고 진실성을 신뢰했습니다. 사상의 탄생 이래 몇 세기 동안 도덕적 실재론과 도덕적 낭만주의는 나란히 공존해왔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균형이 무너진 결정적인 계기. 바로 2차 세계대전의 종전이었습니다. 종전 이후 '위대한 세대'로 불리는 사람들은 삶을 보다 긍정적, 낙관적으로 보고 싶어했고, 그런 분위기 속에 탄생한 인본주의 심리학, 진정성의 문화와 이후 소셜미디어의 발달은 아담 1의 성공을 더욱 부추겼습니다.

그럼에도 빅 미 (Big Me), 즉 자기과잉의 시대를 불러온 주범은 과도한 능력주의 문화가 아닐까 합니다. 자기자신을 신뢰하는 낭만주의 전통에 기초한 능력주의적 사고방식이 대세가 된 이유입니다. 이 책과 살짝 방향이 다르긴 하지만, 능력주의를 주요 꼭지로 다룬 알랭 드 보통을 잠깐 인용하면,

"SAT 시험은 아이비리그 대학에서 부유층의 멍청한 아들딸을 몰아내고, 그 자리를 시장가게 주인의 열심히 공부하는 자식으로 채우게 되었다. 그리고 능력과 지위 사이에서 신뢰할만한 관련이 있다는 믿음이 늘어나면서, 돈에도 새로운 도덕적 가치가 부여되었다. 자신의 지능과 능력만으로 위엄 있고, 보수 많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능력주의 사회에서는 이제 부가 품성의 온당한 지표로 여겨질 수 있다. 이제 부자는 단지 더 부유할 뿐만 아니라, 더 낫다고도 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불안>, 알랭 드 보통

이처럼 과도한 능력주의 문화에서 우리의 인격은 곧 능력이 되기 십상입니다. '매출이 곧 인격'이란 싸늘한 영업 사무소의 표어에서 부터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주'는 사회에서는 더더욱 말이죠. 이처럼 경쟁이 치열한 능력주의 사회에서 사는 사람들은 자아를 개발해야할 '자원'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고 합니다. 결국, 그 어느 곳에서도 우리의 도덕적 자아를 찾아보기 힘든 사회가 된 셈입니다.

사실 제가 하고 있는 일의 특성상, 전체 매출, 이익율 및 달성율 같은 계량화한 지표를 끊임없이 달고 살아야 합니다. 어딜가나 마찬가지겠지만, 일터에서 개개인의 인격을 크게 문제삼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 그것이 사내 분위기를 심각하게 저해한다거나, 아니면 업무 수행에 지장을 줄 정도가 아니라면, 적당히 넘어가는 일이 태반이겠죠. 일터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인격'의 문제를 입 밖에 올리기도 쉽지 않습니다. 자칫 잘못하다가 'x선비' 같은 조롱을 듣지 않으면 다행입니다. 하지만 일견 개인적 삶과 무관해 보이는 사건을 계기로 사회변혁의 길에 뛰어든 프랜시스 퍼킨스,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군인이라 불린 조지 캐틀렛 마셜의 일화를 접하며 들었던 숙연한 감정. 이 책에 나온 인물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과연 저절로 <인간의 품격>이란 무엇인가 스스로 되묻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과연 내가 스스로 갖출 수 있는 <나만의 품격>이란 무엇일까요?

이 책을 통해 한번쯤 자문하고, 또 고민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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