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포스팅을 써봅니다.
저는 경제학이나 경영학 전문가도 아니고
화폐 이론에 대해 깊이있는 지식을 가진 것도 아닙니다
다만 상식과 논리로 지금의 암호화폐 문제에 접근해 보고 싶습니다.
개개인에게 분산화되어 관리되는 화폐의 개념에 있어서 이런 일반적인 수준의 논리와 그 이해는 나름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블럭체인 자체가 합의에 기반한 시스템이고 합의에는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니까요
논리나 예시의 부적절함이 엿보인다면 많이 지적해 주시기 바랍니다.
첫 글을 시작하는 저에게 더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어제 JTBC 토론이 사람들에게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에 대해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고 생각합니다만
많은 세부 주제들이 난상토론에 가깝게 진행되었고 암호화폐에 대한 기초지식이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설명이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여러가지 논쟁 거리들을 하나씩 확인하는 수준이었달까요.
저는 어제 논쟁의 핵심 중에 하나가 유시민 작가의 "비트코인의 내재가치는 0이다"이라는 주장이 아닌가 합니다. 유시민 작가는 논리를 풀어감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전제로 비트코인을 그 자체로는 아무런 가치를 갖지 않는 내재가치 0의 존재로 보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트코인은 잘 만들어진 장난감에 불과한 것이고 사토시가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을 위해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하려는 목적으로 비트코인 보상체계를 넣었다고 추정하는 것이지요.
그 추정도 사실과는 거리가 있는 추정에 불과하다는 것은 차치하고 (사토시 그룹은 기존 중앙집권화된 화폐를 대체하려는 목적으로 비트코인을 개발했음을 밝힌 바 있습니다) 내재 가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그 기본 전제가 틀렸음은 2가지 관점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재 가치란 것도 다양하게 바라 볼 수 있지만 일단은 금전적인 가치의 관점으로 한정해 보겠습니다.
첫번째는 비용의 측면입니다.
모든 종류의 화폐 그리고 화폐 시스템은 그 시스템을 온전히 유지하기 위한 유지비용이 발생합니다.
화폐가 안정적인 거래수단으로 온전히 작동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갖춰줘야 하기 때문이지요.
중앙은행에서 발행하는 동전이나 지폐의 경우 거래 안정성을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위조 방지입니다.
특히 발행 비용에 비해 액면가가 큰 지폐의 경우에는 다양한 위조방지 기술이 적용되고 있고 중앙 은행에서는 이를 위해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습니다.
물론 화폐 자체가 실물이기 때문에 그 발행을 위한 비용도 만만치 않게 발생하게 됩니다. (동전의 경우 생산원가가 실제 액면가의 수십% 수준이지요)
전산화된 결제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우리는 잘 인식하지 못 하고 있지만 우리가 은행을 통해 입출금을 하고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인터넷 소액결제를 하는 모든 순간에 그 거래의 내용이 전산으로 기록되어 주고 받아집니다. (이걸 일반적으로 “트랜잭션”이라고 부르죠)
그 모든 것들이 다 전산화된 돈 = 화폐의 흐름입니다.
거래랑 돈이랑 다른 것이라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실제 은행은 현금 없이 즉 현금을 이용하지 않고도 내부 회원들 간의 돈의 거래를 만들어 냅니다. 전산상의 장부에 기록하는 것만으로요.
단지 거래 기록만으로 돈의 흐름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비트코인은 바로 이 점에서 착안한 것이겠지요)
기록 자체가 돈의 흐름이자 고객 개개인의 돈의 양이기때문에 이 정보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 안정성을 위해 은행이 지불하는 비용은 막대합니다.
고성능의 서버와 데이터베이스, 그 위에 돌아가는 시스템의 개발비와 운영비, 각종 보안비용.. 등등
비용이 발생하는 모든 것에는 필연적으로 내재적 가치를 지니게 되어 있습니다.
비용을 들여 유지함으로 얻어지는 “실익”이 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그렇게 비용을 들여가며 유지하려는 실익은 과연 무엇입니까.
바로 “거래의 안정성에 대한 보장”이란 실익입니다.
즉 거래 안정성이야말로 화폐의 가장 중요한 내재가치인 겁니다.
현금은 화폐 실물 그 자체가 그 안정성을 보장합니다.
너무나도 확고한 보장이지요.
은행이나 결제사를 통한 거래의 경우에는 각종 개인의 비밀번호, 서버의 암호화 기술, 네트워크의 보안 등으로 그 거래의 안정성을 보장합니다.
그리고 비트코인은?
바로 블록체인이라는 분산원장 기술과 그 유지를 위한 채굴이라는 보상시스템을 통해 거래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것이지요.
비용 그 자체가 본질적으로 내재 가치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비용이 지출되는 시스템이란 그 안에 지속적으로 유지할만한 기능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음은 분명하며, 그 가치는 거기에 소요되는 비용에 상응하는 가치 혹은 그 이상일 수 있다고 결론 내릴 수 있습니다.
화폐에 있어 거래의 안정성 이상으로 중요한 내재 가치가 또 있을까요. 하지만 이것은 다분히 정성적인 측면이 강해서 일단 정량적인 관점에서 접근해 본 것입니다.
(은행이 많은 돈을 들여 시스템을 운영하지만 그것이 돈으로 돈을 만드는것이 아니지 않은가라는 반론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은행이란 신뢰의 기관입니다. 또 신용창출의 기관이기도 하지요. 신뢰를 기반으로 고객의 돈을 모으고 그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습니다. 그 과정에서 말 그대로 돈이 창출됩니다. 이자의 형태로요. 은행의 시스템에 들어가는 비용은 그 돈의 창출에 이미 녹아 들어가 있는 것입니다.)
두번째는 정보의 측면입니다.
현대에 있어서 정보는 그 자체로 돈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개인 정보를 사고 파는 경우는 흔한 일입니다
이익이 되는 유용한 정보도 그 자체가 돈이 됩니다.
흔히 주가에 영향을 주는 증권 찌라시가 그런 것이겠지요.
정보란 그런 것입니다.
비트코인 암호화폐 시스템은
그 자체가 정보의 집합체입니다.
거래내역을 모두 보관하고 있는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고
그렇게 해야만 하는 정보의 집합체인 것이지요.
예컨데 부동산 거래소 정보를 모두 담고 있는
부동산 등기소의 등기기록을 생각해 봅시다.
우리는 이를 통해 실제 부동산의 소유주가 누구이고
그 부동산에 어떤 권리관계가 엮여 있는지 알게 됩니다.
이를 통해 거래 상대방이 진실한 거래를 하고 있는지
또 그 부동산의 가치변동이 어떻게 되어 왔는지 등의
다양한 내용을 알 수 있고
그를 통해 재산상의 불이익을 피하거나
실질적인 이득을 취할 수 있는 것이지요
거래의 안정성은 기본이고 그것을 넘어서
정보 그 자체가 매우 중요한 가치가 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는 많은 비용을 들여서
등기소를 운영하는 것이겠지요
(이것은 앞서 얘기한 비용의 측면인 것입니다)
비트코인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거래의 안정성과 한몸인 거래내역 정보의 집합
그 자체만으로 가치를 지니게 되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비트코인의 내재가치는 절대 0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런 시각은 비트코인이 단지 숫자에 불과하며 블록체인 기술로 얼마든지 새로운 코인을 쉽게 발행할 수 있기에 마치 무한정 만들어낼 수 있는 게임상의 사이버머니와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 암호화폐 체계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잠시 다른 시각에서 바라봅시다.
저작권의 내재 가치는 0이다
라고 주장을 한다면 어떻습니까..?
거기에 들어간 창작자의 노고를 생각한다면
상식적으로 내재가치가 0이 될 수는 없습니다만
그 가치가 금전적인 보상을 받는 것을 기준으로
판단해 본다면 어떻습니까.
저작권이 이미 오래 전부터 발달해 온 서구권에서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는 저작권이지만
우리나라에서도 그 권리가 본격적으로 보장받기 시작한 것은 고작 3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중국의 경우는 아직도 그 권리가 제대로 보호되지 못 하고 있습니다.
금전적으로 보상받지 못 하는 가치
그것의 내재적 가치는 과연 얼마일까요..?
마구 혼란이 옵니다.
이것은 내재 가치라는 말의 모호성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경제학에서 용어를 확실하게 구분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어떤 재화나 서비스의 쓸모 그 자체는 “효용가치”라고 부르고 그것이 실제로 교환될 때의 가격은 “교환가치”라고 부르는 것이지요.
교환가치(가격)가 효용가치(쓸모)에 비례하지 않는 경우는 무수히 많습니다. 한마디로 매우 유용하지만 돈을 주고 사고 팔지 않는 경우이거나 그다지 쓸모가 많지 않은데도 매우 비싼 것들이 그것입니다.
공기나 물과 같은 것들은 매우 유용함에도 교환가치가 높지 않습니다. 세상에 널려 있기 때문이죠.
반면에 유명한 화가의 미술작품 같은 것은 그 효용에 비해 너무나 높은 가격에 팔리곤 합니다.
이런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이론이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수요 공급의 법칙인 것이지요.
다시 저작권의 내재적 가치 문제로 돌아가 봅시다.
새로운 창작물이 사람들에게 주는 즐거움이나 유용함을 생각해 볼 때 그 효용가치는 매우 높습니다.
하지만 그 교환가치는 애초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을 거쳐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고 보호되어 유지된 것이지요.
이 두가지를 확실히 분리해서 봐야 하는데 내재 가치라는 말로 뭉뚱그려 얘기하면 서로 간에 혼선이 빚어집니다.
어제 JTBC의 토론을 보면서 토론자 간의 그런 혼선을 좀 많이 느꼈더랬습니다.
더군다나 교환가치라고 하는 것은
개인의 거래의 자유의 영역에 있는 것으로
어느 특정인이 지정하거나 강제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국가가 모든 재화의 가격을 정해 주는 것이 가능할까요?
어떤 사람에게는 전혀 가치가 없는 게임 아이템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1000만원이라는 거금을 주고도 사고 싶은 물건일 수 있습니다. (실물이 아닌데도요!)
저작권의 가격도 암호화폐의 가격도 그런 성격이 분명 존재하는 것입니다.
비트코인의 내재 가치란 것을 다시 생각해 봅니다.
효용가치?
거래의 안정을 보장하는 뛰어난 보안성만으로 이미 그 효용가치가 높다고 생각합니다 (기타 다른 산업적인 효과같은 것들은 생략하겠습니다.)
교환가치?
거래 안정성이라는 효용가치와 그런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의 유지비용 두 가지를 기반으로 금전적인 의미를 부여받고 일정한 수요와 공급을 통해 지속적으로 거래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교환가치가 현실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죠.
비트코인의 내재 가치가 0이라는 주장은
제가 보기에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과 같아 보입니다.
안녕하세요!! 노래 작업을 포스팅 하는 뉴비입니다^^
우연히 들르게 됐습니다
여유가 되신다면 방문해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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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합니다.
유시민 작가님은 튤립투기를 비판할 때에 식물학을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며, 비트코인을 비판하는 데에 블록체인 기술까지는 알 필요가 없다고 하며 자신을 방어하시더군요.
글쎼요. 튤립의 본질은 간단하고 블록체인의 본질을 보기엔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자는 잘 모르는 것에는 말을 아끼겠지요.
깊이있는 말씀 잘 보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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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뭐 비판은 아무나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근거가 잘못된 것이면 나중에 책임을 져야한다고봅니다. 그리고 자기가 가진 영향력의 크기만큼 되돌려받겠죠. 해당분야 입문개론서 한권 읽고와서 떠드는 사람은 원래 답이 없습니다. 자기가 뭔가 다 아는거같은 기분이죠. 어차피 언론에선 유시민의 비트코인개론을 팩트 폭행으로 밟아줄만한 수준높은 패널을 부를 용의도 없는거같습니다. 정권에서도 그런 그림 별로 원할거같지 않구요. 하여간 요새 참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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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말 좋은 글인데 너무 늦게 봐서 보팅도, 리스팀도 할수 없어 아쉽네요. 유시민작가의 주장에대해 너무 논리적으로 반박해주셔서 속이 다 시원하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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