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지지자가 스스로 증명해야하는 것들

in blockchain •  7 years ago 

난 블록체인(B)과 가상화폐(C)에 적대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데 BC에 대한 비판에 대해 기술에 대해 모르면서 미래의 꿈과 희망을 잘라버리려 한다고 몰아부치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점점 까고 싶어진다.

BC업계 사람들은 가상화폐의 부작용만 보지말고, 블록체인이 가져올 효용을 생각하라 한다.
그러면서 BC의 활용처를 강조하는데만 집중한다.
하지만 세간에 선전되는 블록체인의 효용은 그들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상당히 과대포장되어 있다.

기존 시스템 대비 블록체인의 장점은

  1. 디지털화 – 기존 아날로그 시스템에서의 각종 문서들을 날려버릴 수 있다.
  2. 이력 저장 – 과거의 기록들이 다 남아있어 추적하기 쉽다.
  3. 정보 공유 – 각종 이해관계자들간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4. 자동 정산 – 에스크로 기능이 필요한 각종 과금형, 배당형 거래/계약을 자동 정산하기 쉽다.
  5. 보안 – 암호화, 과거 블록 연결, 분산 저장/승인으로 인해 해킹하기 어렵다.
  6. 탈중앙화 – 독점적 권한으로 장난질을 하거나 과도한 렌트를 가져가는 걸 줄일 수 있다.

이렇게 나열하고 보니 블록체인이 정말 혁명적인 기술로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1~4번은 기존의 디지털 기술로도 달성 가능한 것들인데 이 기능들이 블록체인의 장점으로 확대 해석되고 있다.
5번은 디지털 기반의 시스템이 스스로 증명해야할 기본 과제이며, 블록체인만 달성 가능한 효용이 아니다.

결국 6번만 남게 되는데, 이 구조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가상화폐라는 보상체계가 필수적이기에 가상화폐 논쟁으로 귀결된다.
가상화폐라는 보상체계가 영속적으로 유지 가능한가? 가상화폐의 범람(거래소, ICO 포함)에 따른 부작용이나 피해를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가? 등에 논쟁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그럼에도 BC업계 사람들은 이 지점은 은근슬쩍 넘어가고 블록체인만의 장점이 아닌 1~4 항목을 포함하여 미래의 효용만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처음 의도는 사기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리스크는 감추고 효용만 강조하면 그게 폰지사기가 될 수 있다.

글로벌 국가들과 주요 기업들이 블록체인을 활용한 혁신 활동을 가열차게 추진하고 있는데 우리는 거꾸로 간다고 질타한다.
근데 막상 기사화되고 있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을 보면 실제적으로는 1~4항목에 치중하여 “블록체인 마케팅”에 가깝다고 느껴지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머스크의 물류 관리 - 문서를 없애고, 쉽게 추적할 수 있고, 정보를 공유해서 기존 시스템보다 효율적이다. (1~3번)

*월마트의 품질 관리 – 위와 동일

*ZF의 카라이프 플랫폼 – 문서를 없애고, 쉽게 추적할 수 있고, 정보를 공유하고, 과금형으로 자동정산하기 쉬워서 편리하다. (1~4번)

이외에도 보험사의 실손보험 정산, 차량 공유, 중고차 이력 관리 등등 회자되는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1~4번 효용에 치중되어 있다.
그냥 잘만든 첨단 디지털 시스템. 이게 가상화폐 없이도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든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한계라고 하겠다.

솔직히 저 플랫폼들도 그걸 쓰는 기업과 소비자들이 호응을 안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가상화폐라는 보상체계 없이 비용을 어떻게 절감하고 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물론 가상화폐가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같은 프라이빗 블록체인이라도 당장 비용이 가상화폐로 대체되기 때문에 솔깃한 모델이 되어버린다.

소비자들은 높아지는 효용에도 직접 비용을 치르기를 싫어하고,
직접 비용을 치르는 기업들은 이를 가격에 어느정도 전가시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걸 자기만의 비용이라 여기고 부담스러워한다.
가상화폐는 이 욕망을 절묘하게 파고들고, 블록체인은 여기에 전적으로 편승하고 있다.

블록체인의 발전을 위해 블록체인과 분리할 수 없는 가상화폐를 꺾어버리지 말아달라고 하는 분들은 핵심적인 질문에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1. 가상화폐라는 보상체계가 영속적으로 유지 가능한가?

  2. 가상화폐의 범람으로 인한 부작용과 피해를 감당할 수 있는가?

-1-
가상화폐라는 보상체계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가상화폐의 가치가 유지되어야 한다.
하지만 가상화폐를 계속 발행할거라고 생각되면 가치는 유지되지 않는다.
이를 위해 가상화폐 발행량을 제한함으로 종국에는 가상화폐라는 보상 수단이 사라진다.
이러면 당사자가 자발적으로 지불하는 수수료라는 보상 수단만 남는데, 이건 기존 시스템과 다를 바 없는 시장 운영 방식이다.
이게 다른 디지털 시스템보다 비용 효율적이 될거라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는가?

-2-
현재 가상화폐를 이용한 보상체계에서는 초기 진입자가 너무 많은 보상을 선점한다.
초기 진입자에 대한 스톡옵션이라고 하기에는 스톡의 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커 버블로 가고 있다.
버블 붕괴의 피해는 언제나 그렇듯 뒤늦게 달려든 개미들이 대부분 감당해야 한다.
불투명한 거래소, 사업성 검증이 부족한 ICO가 쉽게 용인되는 것도 투자자들이 이익에 대한 기대가 너무 과도하여 리스크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버블이 터지고 아비규환 속에 난무할 이들의 원망을 누가 감당할 수 있나?

가상화폐가 기존 화폐 시스템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문제이긴 한데 대부분의 논쟁이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이에 대한 언급은 생략한다.
JTBC 토론에서도 느꼈지만, 화폐성에 쏠린 최근의 논쟁이 이보다 근본적인 의문에 대한 논쟁을 가로막고 있다고 생각한다.

막연한 생각만 말한다면, BC의 효용이 정말 막대하다면 가상화폐를 기존 화폐 시스템에 포함하여 컨트롤할 이론과 방안을 마련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
문제는 BC의 효용이 이 모든걸 감수해야 할만큼 크냐는 것이다.

이건 비판자들이 검증할게 아니라 지지자들이 증명해야 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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