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체인이란 무엇인가? 2부 크립토 이코노미에서 크립토 자산의 의미 Part.1

in blockchain •  6 years ago  (edited)

블록체인이 관심을 끌기 시작했을때, 온라인 서비스 기획자들이 ‘블록체인화’가 가능할 것으로 가장 먼저 꼽은 것은 ‘디지털 콘텐츠’였다. 왜냐하면 블록체인은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보상 시스템의 원천인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권리’를 ‘자산화’시켜줄 플랫폼이라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몇몇 공개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이러한 인식을 뒷받침하고 있었다. 2017년말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혼잡에 빠뜨린 크립토키티나 ‘파일’ 형태로 된 콘텐츠에 대한 접근 권한을 개인 간에 암호화폐를 기반으로 거래 가능하게 만들겠다는 파일 코인, 작가가 쓰는 ‘글’을 수익성 크립토 자산으로 작동하게 만든 ‘스팀잇’ 같은 프로젝트들이 그것이었다.   

그런 이유에서 크립토 자산은 ‘디지털 콘텐츠’와 비슷하게 취급되면서, 크립토 이코노미에서 크립토 자산들이 생성되고 거래되고 보유됨으로써 경제 내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이론화된 연구 보다는 ‘대상’이 될 ‘콘텐츠의 발굴’의 관점에서 주로 관심을 받았다. 그래서 이더리움이 정의한 Non-fungible Token 규격인 ERC-721은 마치 크립토자산의 대명사처럼 알려졌다.   

하지만 크립토 이코노미에서 다루어지는 크립토자산은 이보다 넓은 범위를 포함한다. 그것은 가끔 ‘상품’이기도 하지만 때로 그것은 행위자의 행위능력을 확보해주는 ‘용량’(Capacity)나 ‘강도’(Strength), ‘희귀성’ 같은 속성을 갖는 독립적 혹은 파생적 존재로 정의된다. 이 글은 바로 그 크립토 자산을 크립토 이코노미의 설계 관점으로 살펴볼 것이다. 그렇다고 ERC-721 같은 기술 스펙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니 미리 짐작하지 마시길.    

크립토 자산의 정의에 대한 On-chain View   

크립토 자산을 정의하려고 할 때, 문제가 되는 것은 ‘자산’이라는 말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이다. ‘자산’이라는 용어는 이미 몇 가지의 맥락에서 비슷한 대상을 지칭하면서도 다른 의미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회계학에서의 자산은 ‘미래의 수익 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회계적 계정이다. 회계학은 회계주체의 경제적 활동을 장부상에서 표현하기 위한 방법을 만드는 이론이다. 이는 ‘자산의 가치 인식’ 관점을 대표한다.(그것이 발생주의에 기초하건 현금주의에 기초하건 상관없이) 미시 경제학에서의 ‘자산’은 ‘소득’과 함께 ‘소비’의 토대를 구성하는 ‘잠재적 소비 능력’ 저장소의 의미로 사용된다. 끝으로 거시경제학에서의 ‘자산’은 ‘화폐 흐름의 저장소’와 같은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크립토 이코노미에서 사용되는 ‘자산’의 의미는 무엇일까? 잠정적 결론을 말한다면, 크립토 이코노미에서는 위의 세 맥락이 거의 완벽하게 융합된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크립토 이코노미가 ‘장부 위에서 창조된 프로토콜’이기 때문이다. 크립토 세계에서는 미시 경제학적 모티브가 거시적 현상과 직접 맞닿아 있고, 경제학과 회계학이 한 몸이다. 현실의 회계학이 장부를 현실에 ‘의존적 존재’로 보는 것과 달리, 크립토 이코노미에서 장부는 현실 그 자체다. 온체인 상의 회계사는 더이상 실제 경제활동과 장부 기록 간의 불일치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크립토 이코노미는 장부에 기록된 대로 존재한다.   

크립토 자산의 탄생   

크립토 이코노미 설계의 과정에서 가장 직관적인 크립토 자산의 후보는 ‘디지털 데이터’ 형태를 가진 상품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크립토 자산의 정의에 대한 오해로부터 시작된 접근이다. 이것은 마치 ‘스마트 계약’을 ‘계약’과 혼동하는 것과 같은데, 크립토 자산에서 ‘자산’의 의미는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자산’이 아니다.   

크립토 자산은 ‘온체인’의 존재다. 이는 곧 블록에 기록된 장부 상에 ‘합의에 의해 전자 서명된 상태 변화’에 의해 탄생한 하나의 ‘상태’(state)라는 의미다. 그런 점에서 누구나 ‘장부’에 하나의 ‘전자서명된 상태’를 만들고 그것을 ‘자산’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이것은 마치 7살짜리 아이가 자신이 그린 그림을 ‘자산’이라고 인식하는 것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과 같다. 비머니의 창시자인 웨이다이(Wei Dai)는 ‘누구나’ 화폐를 찍어낼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바로 그런 맥락에서 우리는 누구나 ‘크립토 자산’을 찍어낼 수 있다. 이제 남은 것은 ‘합의’ 뿐이다. 그 ‘자산’이 어떤 가치를 가질 것인가의 문제는 당분간 잊기로 하자.   

‘크립토 자산’의 탄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용성’일까? 이 문제에 대해 명확한 인식을 갖기 위해, 얼마전 비탈릭이 거론하여 화제가 되었던 ‘Radical Market’이라는 책에서 소개된 ‘사유 재산권’에 대한 견해를 떠올려 보자. 그 내용을 세밀하게 기억할 필요는 없다. 그 책에서 주장된 핵심은 ‘사유 재산권’이 ‘독점’이라는 부정적 원천을 가진 ‘프로토콜’이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논의를 떠올리라고 한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자산’은 사유 재산권과 마찬가지로 ‘실체’가 아니라 ‘프로토콜’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것은 특정한 ‘주체’와 ‘대상’ 사이의 ‘관계’에 대한 프로토콜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것은 '자산'이 ‘실체’가 아니라는 뜻이다.   

‘온체인’에서 ‘주체’는 두 가지 행위에 의해서만 존재가 확인된다. 하나는 ‘합의’이고 다른 하나는 ‘전자서명’이다. 그리고 ‘온체인’에서 ‘대상’은 두 가지 형태로 존재할 수 있다. 하나는 ‘스마트 계약’이고 다른 하나는 ‘장부 상에 기록된 상태(state)’다. 따라서 ‘주체’와 ‘대상’의 ‘관계’는 ‘합의하는 주체’와 ‘스마트 계약’ 간의 관계이거나, ‘합의하는 주체’와 ‘장부 상의 상태’ 간의 관계이거나, ‘서명하는 주체’와 ‘스마트 계약’ 사이의 관계이거나, ‘서명하는 주체’와 ‘장부 상의 상태’와의 관계일 뿐이다. 이는 ‘주체’와 ‘대상’ 간의 관계로 정의되는 ‘크립토 자산’이 ‘합의 서명된 스마트 계약’이거나 ‘합의 서명된 장부 상의 상태’의 형식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ERC-721은 ‘크립토 자산’이 스마트 계약의 형태를 띠는 경우를 제시하는 규격이며, 이것이 곧 ‘크립토 자산’이 모두 스마트 계약의 형태여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렇다면, ‘크립토 이코노미 설계자’는 어떤 상황에서 어떤 ‘크립토 자산’을 탄생시켜야 할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크립토 자산’은 온체인 상에서 ‘합의를 이끌어 낸 서명자’와 ‘대상’의 ‘관계’로 생성되어야 하므로, 특정한 행위자의 ‘온체인 행위’에 의해 태어나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크립토 키티는 크립토 키티 운영사의 ‘창조’라는 온체인 행위에 의해 ‘유전 형질’이라는 새로운 ‘상태’(state)들을 포함하고 ‘선언’이라는 중앙화된 합의 방식으로 합의되어 전자서명된 크립토 자산으로서 고양이 캐릭터가 태어나고, 소유자들에 행해진 ‘교배’라는 온체인 행위에 의해 부모 고양이가 가진 ‘유전 형질’이라는 ‘상태’가 ‘조합’되어 부모 고양이의 소유주가 크립토 세계의 합의를 이끌어내 전자서명한 크립토 자산으로서 아기 고양이가 태어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고양이가 예쁜가 아닌가가 아니라, ‘크립토 자산’의 탄생은 ‘합의 서명된 온체인 행위’의 결과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말의 의미는 ‘오프체인’에서 제작된 고양이 캐릭터를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것이 ‘크립토 자산’을 생성하는 방법이 아니라는 뜻이다. 물론 ‘오프체인’에 있는 무언가를 ‘온체인’ 상의 크립토 자산으로 옮길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것 역시 ‘온체인’ 프로토콜의 작동 결과물로서 ‘합의’와 ‘전자서명’의 절차를 거친다면 ‘크립토 자산’이 된다. 그러나 그것이 담겨있는 가치가 새어나가지 않고 단단하게 담긴 ‘크립토 자산’인지 아니면 가치 누수가 일어나는 ‘크립토 자산’인지는, 크립토 자산의 창조자인 프로토콜이 어떤 품질의 프로토콜인가에 의해 결정된다.    

그렇다면 크립토 이코노미스트가 설계 과정에서 고려하는 크립토 자산(크립토 키티 같은)은 개인이 만드는 크립토 자산과 다른 특별한 요소가 있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그 크립토 자산이 설계되는 크립토 이코노미에서 선험적으로 합의된 ‘프로토콜’을 기반으로 생성된다는 점이다. 이는 해당 경제의 참여자들이 그 ‘프로토콜’이 제공하는 기능을 ‘평등하게’ 사용할 수 있게 만든다. 어떤 누구도 그 ‘프로토콜’에 임의적 조작을 할 수 없다. 그리고 그 프로토콜에 담긴 ‘선험적 합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포크’(Fork)를 하거나 ‘엑싯’(Exit)을 하면 그만이다.   

크립토 이코노미스트가 크립토 자산을 프로토콜로 자신의 설계에 넣는 이유는 명백하다. 그 경제에 필요한 ‘기여행위’를 끌어내기 위한 것이며, 크립토 이코노미스트가 기대한 바로 그 기여행위에 대해 ‘보상’으로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크립토 자산’은 다음 둘 중 하나의 의미로 ‘기여 행위자’에게 ‘보상’이 될 수 있어야 한다. 회득 비용을 ‘내재가치’로 하여 소유자에게 유리한 ‘행위 능력’을 제공하는 것이거나, '시장/경매'나 '소각 가치', '임대'와 같은 ‘가격 메카니즘’과 연계하여 ‘온체인’ 상의 ‘화폐’로 교환할 수 있는 것이거나.  

(“Part 2. 크립토 자산의 내재가치 그리고 크립토 자산 시스템과 암호화폐 시스템의 관계”도 가능한 빨리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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