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치국과 블록체인 이야기

in blockchain •  7 years ago 

입맛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과거로부터 길들여진 입맛에 따라 꾸준한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 먹거리는 언제나 한결같은 사랑을 받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 먹거리들이 예전처럼 풍족하지 않을 때는 문제가 생긴다.

묵호항을 중심으로 지금도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곰치국은 원래 선원들의 속풀이용 해장국으로 애용하던 요리였다.

고기가 못생기고 살이 물러서 인기가 없을 것 같던 곰치국이 이제는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먹거리가 되었다. 원인은 어획량이 줄어서인데, 수심 1000m에 서식하는 물고기를 잡아야 만들 수 있는 곰치국을 먹기 위해서는 1인분에 15,000~18,000원 정도를 내야 한다.

그래서 양심이 없는 곳에서는 최대한 비슷한 어종인 물메기를 곰치라고 속여 요리를 내어놓기도 한단다. 워낙 비슷해서 양념을 더해 요리로 내어 놓으면 육안으로 구분이 안된다고 한다. 마리당 물곰의 가격이 물메기의 10배도 넘는다고 하니, 그 속내를 미뤄 짐작은 하겠지만 속는 손님들 입장에서는 속 터질 일이다.

결국 변하지 않는 입맛과 인터넷으로 소문이 더해져 꼭 먹어보고 싶어 하는 수요는 넘치는 반면, 공급이 오히려 줄어들고 희소성이 더해지면 뱃사람들의 속풀이 해장국으로 명맥을 이어가던 곰치국 가격의 폭등과도 같은 수요-공급 비대칭의 영향이 있기 마련이다.

오늘날 세계 통화 화폐 가치의 기준이 되는 금본위제도(gold standard)는 오히려 금의 희소성에 의한 일정 가치에 착안하여 고안되었고, 19세기 영국에서 시작되어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기준이 되고 있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어서 이러한 금의 희소가치에 반하는 여러 시도가 있었는데, 대표적인 것이 중세의 연금술사들의 시도를 들 수 있겠다. 화학적인 지식을 배경으로 금을 직접 만들어내려는 시도를 했던 연금술사의 역사는 매우 길다. 하지만 다행히 그들의 숱한 시도는 무위에 그치고 화폐가치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 해프닝으로 기록되고 만다.
물론 연금술사가 자신의 지식에 의해 새로운 시도를 한 반면, 총이나 칼을 들고 금고를 털어 금이나 화폐 자체를 탈취하려는 범죄도 현재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다만 그 시도와 성공 횟수가 현격히 줄어들어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은 극히 미비할 뿐이다.

블록체인은 바로 이러한 금본위제도의 화폐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된 새로운 기술이지만, 여러 면에서 기존 화폐 제도와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

우선 '마이닝'이라는 용어에서 알 수 있듯이 제한된 자원을 통해 가치 구성의 기준을 삼으려고 하는 콘셉트부터 불록 체인과 화폐 제도의 유사성을 찾을 수 있다.

연금술사나 은행강도와 같이, 불록 체인의 거래소에 대한 끊임없는 해킹 시도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 금맥을 찾아 엘도라도를 향했던 서부 시대의 대규모 행렬은, 블록체인의 마이닝을 위한 투자가 몰리는 것으로 재현되고 있다.
또 엘도라도 행 길목에서 금광 노동자들에게 작업복으로 팔려서 대박이 났던 청바지처럼, 불록 체인의 채굴을 위해 전에 없이 고성능 그래픽카드 메이커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전 재산을 걸어 금맥을 찾으려고 하다 몰락을 하는 과거 투자자들의 원성이 블록체인에도 유사하게 발생하고 있고, 정부가 현상을 쫓아 새로운 제도로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마음 급한 대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세태도 비슷하다.

시장이 흔들릴 때 사업 기회가 있다는 학습효과를 우리는 2000년대 초 닷컴 버블 시대에 목도한 적이 있다. 그러나 주식 시장에서 20일이 넘는 연속 상한가가 대수롭지 않을 만큼 광란의 질주가 이어져가던 그 당시의 닷컴 버블이, 손도 못 댈 만큼 빠르고 맥없이 붕괴되는 것 또한 기억한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블록체인의 열풍이 혹시 2000년대 초반의 닷컴 버블과 그 궤적을 같이 하고 있지는 않는지 끊임없이 경계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닷컴 버블 시대를 이겨내고 현재에 이르고 있는 내실 있는 인터넷 기술과 기업들이 지금 우리가 누리는 문명 혜택의 주인공이 되었듯이, 블록체인이라는 막 시작되어 발화하려는 기술이 높은 효용가치와 내실을 가지고 인류의 편익을 위해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 본다.

실제 효용과 무관하게 신흥 투자 대상으로만 부각이 되어 부동자금이 몰리고 이어서 수많은 후발 투자의 물결까지 휩쓸고 가면, 오히려 화제가 되지 않는 것보다 못한 낭패감과 느린 시계만 남을지도 모른다는 경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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