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즈 리포트] 카드 월렛 사용후기 1 - 중앙대학교 블록체인 학회 씨링크(C-Link) 박민서

in blockchain •  6 years ago 



‘공인인증서는 정말 사람을 힘들게 한다.’

최근에 핸드폰의 액정이 깨졌다. 깨진 액정을 수리하려고 갔는데, 이거는 수리가 안 된다고 바꿔야 한다고 하셨다. 하는 수 없이, 기기를 교체했다. 완벽하게 초기화되어 있던, 핸드폰을 받자마자 한 것은 몇 개의 메신저와 은행 어플 설치였다.

은행 어플을 다운로드한 후, 공인인증서가 없다는 것을 알고 공인인증서를 재발급받기 위해 랩탑을 켰다. 공인인증서를 다운로드 한 사람들은 알겠지만, 그 과정이 조금 복잡한 것이 아니다. 이름, 번호, 주민등록번호 등의 개인정보와 수많은 ActiveX 설치를 해야만 가능하다. 짜증이 나는 걸 넘어서 그냥 그려려니 하고 포기해버렸다.

동시에, 키 월렛 제품을 써봤다. 카드처럼 보이고 IC 칩까지 달려있는 일반 신용카드와 비슷하게 생겼다. 하지만, 이 카드는 현금이 아닌 암호화폐를 관리한다. 어플 다운로드와 상대적으로 간단한 인증과정을 거치면 사용할 수 있다.



‘지갑이란…’

[그림 1 : 지갑의 모습]

​지갑. 지갑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형상이 있다. 위의 그림과 같이 몇 개의 카드를 넣을 수 있고, 현금을 보관할 수 있는 것을 떠올릴 것이다. 블록체인 씬에서도 지갑이라는 단어는 많이 사용된다. 현실 세계의 지갑과는 기능이 비슷해 보일 수도 있지만, 실질적으로 하는 역할과 그 생김새도 많이 다르다.

[그림 2 : My Ether Wallet 의 화면]

암호화폐의 거래 그리고 사용은 모두 키로 시작된다. 누군가에게 받을 때 혹은 보낼 때 공개 키 그리고 사용할 때는 개인 키가 사용된다[1]. 그림2에서 보이는 것처럼 지갑의 형태가 우리가 사용하는 지갑과는 또 다르다. 일련의 문자열이 나의 지갑 ’주소’이다. 뉴스를 보면 가끔 암호화폐 해킹 사건이 올라오는데 이는 화폐 그 자체가 해킹을 당한 것이 아니라 화폐를 관리하는 (개인) 키가 탈취된 것이고 그 키를 이용해 화폐의 소유권을 옮긴 것이다.

지갑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는 다양한 방법을 통하여 고객들의 키를 더 안전하게 보관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개발하는 곳이다. 특히나, 거래소 같은 경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고객들의 암호화폐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서 지갑 개발 회사의 도움을 많이 받거나 또 자체적으로 개발하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일반 사용자의 입장에서 보면 얘기가 그렇게 자연스럽지는 않다.



‘관리는 원래 어려운 것이다.’

관리는 원래 어렵다. 당연하다. 하지만, 어려운 만큼 안전하다. 내가 나의 개인 키를 나만 아는 곳에 보관했다면 이는 당연히 안전하다. 나의 자산을 나의 키로 내가 직접 관리하는 것만큼 안전한 것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사용자 경험을 친숙하게 바꾼다는 의도로 관리를 상대적으로 쉽게 바꾸어 제공하는 지갑 회사들도 있다.

문제는 왜 사용하기 쉽게 해야 하는 것인가이다. 필요하지 않다고 느껴지면, 굳이 사용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를 어떻게든 사용하기 쉽게 만드는 그 이유가 더 궁금하다. 사용자의 유입이 적어 어떻게든 이를 끌어들이기 위한 방향으로 일이 진행된다면, 결국엔 그 ‘억지’ 때문에 ‘왜곡’이 형성되어 이도 저도 아닌 동시에 유저에게 선택받지 못하는 무언가가 생성될 것이다.

나의 자산을 내가 지킨다. 여기에는 그만큼 어렵다는 말이 숨겨져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더 궁금한 것이 있다. 정말 어려운 것인가?



‘이 모든 것은 인식의 차이다.’

필자는 사실 사용할 수 있는 곳은 없어서 키 월렛 카드를 통해 실제 물품을 구매하지는 못하였다. 하지만, 불편해서 사용하지 못한다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었다. 이는 편의성의 문제가 아니라 기술에 대한 신뢰성의 문제이다. AcitveX, 공인인증서 역시 절대로 사용하기 편리하지 않다. 이는 단지 인식의 문제이다.

사람들은 암호화폐를 쓰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암호화폐보다는 법정화폐를 받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 과연 그럴까? 국가 시스템과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정부 금융 및 정치 시스템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있으며 법정화폐 그 자체의 가치가 안정된 한국, 일본, 중국, 프랑스, 싱가포르, 영국, 미국 같은 국가에서는 저 근거가 타당하게 들릴 것이다.

하지만, 불안정한 개발도상국 특히 아프리카와 남미, 그리스 등 법정화폐의 가치가 매일같이 떨어지고 빵 한 조각을 먹기 위해서 엄청난 양의 법정 화폐를 가져가야 하는 곳에서는 암호화폐가 필요할 수 있다. 부패와 비리가 일상이고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가득한 그런 곳에서는 차라리 합의 알고리즘으로 시스템에 대한 안전성이 검증된 상대적으로 안정된 가치를 나타내는 암호화폐가 법정화폐보다 더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공인인증서를 받기 위해서 온갖 개인 정보와 자물쇠 카드 그리고 이를 위해 수많은 AcitveX 설치 과정이 편할까? 아니면 몇 번의 클릭 혹은 Chrome Extension인 metamask 설치가 편할까?

관점을 달리하고 시각을 조금 더 넓힌다면 블록체인을 정말 필요로 하는 곳, 기술 자체가 스스로의 잠재력을 정확하게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1] 정확히 얘기하면 개인 키로부터 생성된 서명 그리고 공개키로부터 생성된 지갑 주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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