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커뮤니티의 성숙 - 서강대학교 SGBL 정현빈

in blockchain •  5 years ago 



도입

남들 다 코인 시장에 뛰어들 때 같이 뛰어들어서 돈의 맛을 경험하고 가즈아를 외치다 이른바 ‘○○○의 난’ 이후로 남들처럼 존버족이 되어버린, 시장 참여 기간이 2년이 채 되지 않는 사람이 커뮤니티의 성숙을 논하는 것이 웃기지 않냐고 생각하실 분들께는 미리 양해의 말씀을 구한다.

이름 없는 커뮤니티의 눈팅족으로 시작해 모 인플루언서의 SNS 관리자를 하기까지 다양한 커뮤니티에서 사람들이 주고받는 대화를 지켜봐 온 사람으로서 그동안 필자와 같은 시장 참여자들의 눈높이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정리해 보려고 한다.


지난 불장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김치 프리미엄이 수십 퍼센트에 이르던 그 시절 한국에서 이오스 밋업이 열리기 전에 이오스 토큰 가격이 급상승했던 적이 있는데, 한창 ICO가 진행 중이던 이오스의 개발사인 블록원에서 N 모 파트너십을 공개할 예정이었다. ‘굳이 한국에서 N사 파트너십 공개라고? 네이버, 넥슨, …’ 돌이켜보면 행복 회로도 이런 행복 회로가 없었다.

당시 이오스는 메인넷도 없는 단순한 ERC20 토큰 껍데기에 불과한 암호화폐였다. 애초에 ERC20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었을 시기에 ‘빗썸에 있는 이오스가 네이버랑 파트너십을 맺는다더라’ 같은 근거 없는 소문을 듣고 이오스를 매수하러 달려갔던 사람들이 ‘짜잔, 사실 N은 마이클 노보그라츠의 N이었습니다!’라는 소식을 뒤늦게 접하고 취했을 행동은 하나밖에 없다.

시간이 조금 흐르고 커뮤니티에 이오스의 메인넷을 기다리는 신봉자들의 희망 회로를 가득 담은 글이 자주 보이게 되었을 무렵부터 암호화폐 관련 용어에 대해 질문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는데, 아마도 당시 이오스의 시가 총액이 ICO가 끝나지 않았음에도 10위 이내인 점으로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ERC20, 메인넷, 토큰 스왑, 합의 알고리즘 같이 시장에 있다 보면 자주 듣게 되는 용어의 설명부터 시작해서 마이 이더 월렛이나 메타 마스크 같은 개인 지갑의 사용법을 묻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고, 쏟아지는 질문에 일일이 답하기가 곤란해 이오스 제네시스 스냅샷을 키워드로 하는 초보 지식 글을 작성했던 기억이 난다.

2018년 여름이라 하면 비트코인 가격이 크고 작은 등락을 반복하며 한화 약 700만 원대에 수렴하던 시기로 비트코인 가격 대비 알트코인의 가격이 지금보다 훨씬 높았다. 개미 투자자의 지갑 사정이 아직 괜찮았으며 각종 ICO와 중소형 거래소의 흥행이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2018년 초 폭락을 경험한 뒤 시장에 남아 투자를 이어가는 사람들이 지식수준의 향상을 꾀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고 생각된다.

2018년 말, 바깥 날씨보다 더 추웠던 폭락 장을 거치며 ERC20과 메인넷이 뭔지 물어보는 사람들을 찾아보기가 어려워졌다. 가뜩이나 원화 입금이 어려워지면서 신규 투자자 유입이 줄었는데 비트코인의 굳건한 지지라인이었던 700만 원선이 무너졌으니 더 버티지 못하고 시장을 이탈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며, 시장에 남아있기를 자처한 사람들은 하락의 원인과 이후 전망에 대해 고민했다. 여담으로 마침 삼성 블록체인 월렛에 대한 소문이 돌고 있었기 때문에 존버 투자자들에게 그나마 위안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2019년 하반기 현재, 비트코인의 가격은 크게 상승했지만, 알트코인의 가격이 여전히 밑바닥이고 투자자들이 애타게 기다렸던 백트의 거래량은 연일 처참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신중해졌다. 큰 하락을 여러 차례 겪으며 고뇌하던 사람들은 이제 커뮤니티에서 그들 나름의 인사이트를 주고받는데, 그들이 2017년으로 돌아가면 강의실을 차려도 되겠다 싶을 정도다.
필자는 ‘인사이트’라고 표현했지만 이를 단순한 ‘뇌피셜’로 치부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으며, 양쪽을 모두 싸잡아 ‘인간 지표’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확실한 것은 커뮤니티에 오래 머무른 그들의 지식수준이 작년, 재작년에 비해 상당히 높아졌다는 것이다. 극단적인 예시 일지는 모르겠지만 라이트닝 네트워크에 관해 설명한 어떤 기사에 ‘아직도 라이트닝 네트워크로 기사 쓰냐’는 댓글이 달린 것을 보고 적잖게 놀랐던 적이 있다.

정리

정리하면서 새삼 느꼈지만 커뮤니티, 즉 시장 참여자들이 성숙하는 데에 시장의 침체가 한몫 제대로 거들었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필자도 처음엔 이유 없이 가즈아를 외쳤으나 여러 차례 하락을 경험하고 이유가 무엇인지, 본전을 찾을 수 있는지 고민하다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손절을 선택한 투자자들이 웃지 못할 농담으로 ‘수업료 제대로 냈다’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이 표현과 맥을 같이 한다고 보면 좋을까. 정말로 시장 가격의 하락이 커뮤니티의 성숙으로 이어진다면 솔직히 더는 커뮤니티가 성숙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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