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또 따로의 비밀

in book •  7 years ago 

시계의 짧은 바늘이 2를 가르치고 긴 바늘이 12를 가리키는 시간쯤.
나는 왜 역이름이 기업 이름인지 알 수 없는 삼성역에 내렸다.
내려가는 사람 올라가는 사람으로 범벅이 되는 삼성역.
엄지발가락과 검지발가락 사이를 벌리는 검정색 슬리퍼를 신고 코엑스를 걸어간다.
어제 알게 된 "서울세계도서전"에 다녀왔다.
일요일이 마지막이라서 그런지 많은 부스들이 나갔지만,
대형 출판사인 김영사 믿음사 창비 이런 곳들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름에 세계가 들어 가다보니 여러 나라의 부스들이 있었다.
사람들에게 제일 인기가 많은 곳을 역시 프랑스 도서였다.
이탈리아, 포르투칼, 체코, 미국, 이란, 태국 온갖 나라의 도서들 중에서도 프랑스의 도서가 제일 화려했다.
겉표지를 보는 순간 이건 사야해!라고 외칠 만큼 팝아트 적이거나, 강렬한 색으로 사람들의 눈을 사로 잡았다.

이번 도서전에서 동화책 혹은 그림책으로 분류되는 책들을 구경을 주로 했다.
나에게 며칠전에 연필이 생겨 그림을 그리고 싶어졌기때문이다.

프랑스 동화책들은 아주 실험적이 것들이 많았다. 팝업으로 튀어나오는 동화책.
그림을 그려서 친구와 돌려 보는 그림책, 아주 뭉근하게 그린 그림책.
읽지도 못하는 책을 한 권 살뻔 할 정도로 매우 매혹적이였다.

도서전을 돌아 다니면서 요즘 세계의 흐름은 "여성"이라는 것을 알았다.
페미니즘이 유행인 요즘, 여성을 뜻하는 엄마, 딸, 여성, 여자 와 같은 소재의 글들과 그림이 많았다.

페미니즘은 아니지만, 성역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체코의 한 동화책.

그 책의 내용은 여자가 남자를 만나 연애를 하고 임신을 해서 여자아이가 태어나고 그 엄마가 할머니가 되어 손주를 가지게 되는 이야기이다.
그 책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여자도 이런 것을 할 수 있어." 라고 말과 함께 밑엔 경찰관, 소방관, 축구선수와 같은 그림이 그려져 있다. 남자아이가 태어나는 이야기에는 "남자는 이렇게 할 수 있어."라로 써있고, 바느질을 하고 요리를 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더이상 남녀의 성역할을 만들지 않겠다는 의도가 녹아 있었다.

그렇게 여러나라 부스를 돌아다니다, 한국출판사를 둘러 보았다.
각 출판사의 색이 분명했다. 그리고 나는 만약 책을 쓴다면, 창비에서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창비라는 브랜드의 디자인이 제일 세련된 느낌 때문일까?

그렇게 여러 책을 구경하면서,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주로 아이들이 읽는 동화와 주로 어른들이읽는 에세이적인 서적이 너무나도 색이 달랐다.

아이들이 읽는 동화의 내용의 대부분 이런 내용이다.
"혼자"하기 좋아하는 주인공에게 "함께" 하는 즐거움에 대해 깨닫게 해준다.
"혼자서" 잘하는 것보다는 "함께" 협동해서 하는 것이 더 즐겁다라는 것에 대해 알려준다.

"나"가 아닌 "우리"에 대한 즐거움을 이야기한다.

어른들이 읽는 에세이 서적은 이런 내용이 대부분이다.
"남"을 위해 열심히 살았어, 그러니 "날"위해 살자.
"나" 자신을 사랑해.
"혼자"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아.

오롯이 "진정한 나"로 사는 이야기를 한다.

이 아이러니, 왜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일까?

어른이 자라는 아이들에게 "우리"를 강조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나"의 세계로 들어 가는 이 아이러니한 현실.
왜, 어른들은 "나"로 다시 돌아 가고 싶은 것일까? 그러면서 왜 자신의 자식들에겐 "우리"가 되라고 하는 걸까?
어른들이 퇴화하는 걸까? 진화하는 걸까?

혼자하는 것을 좋아한다.
항상 영어 선생님이 주말이 지난 월요일이면 묻는다. "주말에 뭐 했어?"
나는 항상 "나 혼자 미술관에 다녀왔어." "나 혼자 백화점에 다녀왔어." " 나혼자 자전거를 탔지."
그러면 선생님은 항상 놀라워 했다. " 왜? 혼자 다녀왔어?"
나는 "친구들이 그런걸 안 좋아해. 그리고 혼자가 편해."라고 말했다.

그런데. 중국 상하이 여행을 다녀 온 이후 많은 것이 변했다.
더이상 혼자 하는 것이 즐겁지 않다. 그동안 내가 무척이나 나를 잘 속여 먹었다는 걸 알았다.
상하이에 말을 한마디 못해서 눈물을 흘리며 레몬에이드를 먹고, 환상의 나라 디즈니 랜드에서 처음이로 말이 통하는 미국인을 만나 신나서 엉더잉 춤을 추던 그날, 나는 알았다.
나는 매우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나누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는 걸.

혼자만 해서 재미있는 것이 있고, 함께해서 재미있는 것이 존재함에도.
요즘 책들은 왜 이렇게, 혼자로 남게 만들려고 하는지... 알수가 없다.
좀더 세상이 동화적이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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