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가 탄생하여 어떤 과정을 거쳐왔는지, 또 앞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갈지에 대해 실마리를 던져주는 책. '여정에 대한 보상'을 충분히 전해주는 책. 경제 관련하여 '고전'의 반열에 오른 이유를 알게 될 책.
이른 아침을 먹고, 카페에 앉아 아침 햇살을 맞고 있던 철수는 저만치서 두꺼운 책을 읽고 있는 듬직한 청년이 시야에 들어왔다.
'거대한 전환?...18세기말~20세기 초반, 약 200년 동안의 자본주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책인 것 같은데...아마 이 역사의 흐름에서 가장 중요한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영국에서 발흥한 산업혁명이었지...나도 이 책을 읽으며 그 당시 서양사회 속으로 들어가 상상하며 책을 읽으며 즐거웠던 적이 있지... 칼 폴라니(저자)가 이 책을 통해 '시장경제'의 '자기조정'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자하는지 염두에 두고 읽으면 많은 통찰을 얻었던 것 같고...'
철수는 지난 날의 독서경험을 눈을 감고 회고해보았다.
"안녕하세요. 실례가 안 된다면 잠깐 이야기를 나눠도 될까요?"
"아, 예. 어떤 일이시죠?"
"지금 읽고 계신 책에 관심이 있어서 어떤 생각을 하시며 읽는지 서로 이야기해보고 싶어서요."
"아!...안 그래도 책을 읽는데, 좀 어려워서 요즘 고민이 좀 많았어요. 학교 공부도 해야하는데. 시간도 없고요..."
철수는 소중한 인연을 만났다 생각하고 말을 이었다.
" 이 책을 읽다보면 인간에게 '자유'는 무엇일까? 라는 고민이 저절로 들지 않나요?"
"예. 맞아요. 요즘 철학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욕망의 자유에 대해 생각해보게 돼요. 각 개인의 노력에 의한 결과인 성과에 따라 질서있는 보상이 주어지는 사회를 상상해보면, 내가 열심히 한 만큼의 보상이 주어진다면 개인은 더욱 노력에 박차를 가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하지만, 내가 노력한 만큼 공정한 이익이 주어지지 않는 사회라면 이야기는 달라지죠. 즉,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는 사회(Society)는 상당히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는 것처럼요."
철수는 순간 놀랐다. 대학생의 신분임에도 사고의 폭이 상당히 넓어지고 있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또한 그 청년의 초롱초롱하게 빛나는 눈빛에서는 포근함까지 느껴졌다. 철수도 자신이 이 책을 읽고 느낀 점을 잠시나마 청년에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죠.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유만 취하려하지 책임을 등한시하여 삶이 복잡해지는지 모릅니다. 인간과 인간이 연결된 사회(Society)에서는 서로간에 정한 질서가 존재하죠. 한 개인이 자신의 자유를 위해 타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면서 해를 입힌다면 그 사회(Society)가 건강할 수 있을까 싶어요. 어느 기업이 '수익만 내면 된다'는 가치를 가지고 시장경제에서 행동하게 된다면 그 사회가 온전히 유지될까요? 수익을 내더라도 올바른 길에 대해 고민해야죠..."
"아저씨 생각을 들으니. 이제 좀 책의 전체적인 윤곽을 잡고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인간의 욕심은 긍정성과 부정성을 동시에 내포하는 것 같아요. 좋은 욕심은 한 개인의 발전과 행복에 좋은 역할을 하지만, 나쁜욕심은 끝을 모르고 달려 탐욕으로 변하는 동시에 한 인간의 삶을 망가뜨리기도 하죠. 그리고 그것들이 모여 한 사회(Society)를 망가뜨리고요. 그래서 인간은 끊임없이 불필요한 욕심을 줄여나가야만 행복해지는 존재인지도 몰라요. 그런 과정이 진행되는 것 자체가 사회(Society)의 본질인지도 모르고요."
철수는 청년에게 말을 걸었던 것이 뜻 깊은 행동이었음을 자각했다. 청년과 주고 받는 이야기에서 철수도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이에 선의의 경쟁이라도 하는 것처럼 철수는 말문을 열었다.
"시장경제에서 자본은 상당한 힘을 가지죠. 자본의 힘으로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기 때문이죠. 기업이 수익을 얻는 본질적 구조는 생산한 것을 소비할 수 있는 집단이 필요한데, 이게 간단히 말하면 사회(Society)라고 할 수 있어요. 이 사회에는 수 많은 공동체라고도 할 수 있는 인간들이 서로 연결되어 살아가죠. 이 사회(Society)가 없으면 시장경제 자체도 없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죠. 내가 만든 물건을 사줄 사람이 없는데, 기업이 수익을 낼 방법은 없을 테니까요. 이는 현재 사회적경제(Social Economy)가 미디어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청년은 철수의 말을 이어받아 자유에 대해 고민했던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했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철학을 통해 자유에 대해 숙고한다면 칼 폴라니가 이야기하고자하는 내용을 조금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그래서인지 이 책은 단순히 경제사의 한 단면을 보여주기보단 인간의 삶의 '본질'에 대해 고민한 폴라니의 생각을 옅볼 수 있고요. 그리고 그것은 현재의 우리들에게 상당히 큰 통찰을 전달해줄 것 같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철수는 일상에서의 소중한 인연에 감사했고, 청년에게도 "이렇게 이야기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라고 말한 뒤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을 선물하고 카페를 나왔다.
[Fiction_이 글은 사실 바탕의 소설입니다]
책 정보
제목: 거대한 전환; 우리 시대의 정치 경제적 기원_코기토 총서 세계 사상의 고전 18
원제: The Great Transformation; The Political and Economic Origins of Our Time
저자: 칼 폴라니(Karl Polanyi)
역자: 홍기빈
출간: 2009년
출판사: 도서출판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