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은 어제 (2021년 11월 9일 18시 14분에)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찍었다. 사진을 찍을 당시에는 '저 소화전은 그러니까 도구로서 소화전은 왜 저 위치에 있는 것일까?'라는 궁금증에서였다. 이러한 궁금증을 가진 이유는 어떠한 도구도 마구잡이로 위치하지 않는다는 큰 깨우침을 얻은 직후였기 때문이다. (그냥 일상에서 소소한 나의 발견이었다.) 사진에 소화전은 내가 다니던 길에서 처음으로 눈에 띈 소화전이다. 한번 눈에 띈 소화전이라 다시 걷다 보면,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어느 길가에 위치한 다른 소화전을 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위 사진을 찍을 때 저 소화전은 내가 다니던 길에서 처음 본 것이었다.
사진을 찍을 때는 저 소화전이 눈에 띄여서였는데 신기하게도 사진을 보는 지금은 인도에 붙어 있는 낙엽이 눈에 잡혔다. 이 사진을 찍을 때의 내 생각과 지금 찍어 놓은 사진을 보면서 사진에서 느끼는 내 생각이 달라져서였다. (누군가 말하는 일 초 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다르다는 이론을 실제에서 확인하는 대목인가 싶다.)
아무튼, 위 사진의 현장을 눈으로 볼 때의 내 관심은 도로의 소화전이었지만 사진으로 볼 때는 물 먹어 인도에 무기력하게 쓰러져있는 낙엽들이었다. 저 낙엽들을 줍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왜 줍고 싶냐고 묻는다면, 사진이 컴퓨터 모니터에 펼쳐지는 순간, 저 낙엽을 인도가 아닌 다른 곳으로 치워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훅하고 들어서라고 답하는 정도.
위의 과정을 그러니까 나는 오늘 이런 경험을 했다고 하면서 포스팅을 하려는데, 사진에 대한 내 생각을 표현하려는 순간에 어떻게 표현 해야 하느냐에서 막혔다. 뭐가 건강한 사람이 침 삼키듯이 매끄럽게 진행되는 것이 없다. 그러니까 뭐에 키보드 위 손가락이 멈췄는가 하면, 내가 저 낙엽을 치운다는 표현을 '행동'이라고 해야 하는 건지 '행위'라고 해야 하는 건지에서였다. 내 짧은 머리가 이해하고 있는 '행동'은 그저 움직거림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것이고, '행위'는 어떠한 관계에 의한 움직임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것이다.
여러 문헌을 찾아보지는 않았고 간단하게 사전을 보니 아래와 같이 기술되어 있다. 사전에 글을 봐도 모르겠다. 게다가 철학에서 정의하는 '행동'과 '행위'는 같다. 철학에서 두 용어가 같을 수가 있나 하는 궁금함도 있지만 더 파고 들어가지는 않았다. 왜냐, 버거우니까. 일단 간단한 사전적 정의는 아래와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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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를 알면 좀 더 '행동'과 '행위'를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나의 얄팍한 눈머리로 보기에, 행동은 힘을 쓰는 움직임 같아 보이고, 행위는 뭔가 생각으로 하는 움직임 같다. 행동은 한자 '動'에서 아는 한자 '力'과 행위는 눈에 보이는 '하다'라는 글자를 보고 내가 마구 유추한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사진을 보면서 낙엽을 줍고자 했던 이유에 따라서 '행동'과 '행위'로 정의할 수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건가? 내가 길을 걷다 낙엽이 보여 그냥 주었다면 '낙엽 줍는 행동'인 것이고, 길가에 낙엽들이 사람들에 밟히는 것이 안쓰러워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곳에 힘없는 낙엽을 편안하게 두고 싶다는 생각에 의한 것이라면 '낙엽 줍는 행위'가 되는 것인가?하는...... 이런 쓰잘데기 없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앞뒤 없이 왔다 갔다 하는 생각이 행동과 행위로 귀결된 이유는 아마도 내가 사람의 말고 행동 또는 행위에 관심이 많아서일 것이다. 혹은 내가 한 말을 지켜야 한다며 행하려는 나의 행동 또는 행위가 허약해졌고 강박적이라 참이 아니며, 참이 아님을 알면서도 행동 또는 행위를 함에 참을 버리겠다고 하는 것이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