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치백의 무덤?!

in car •  7 years ago 

이 글은 클리오가 출시되기 전인 2018년 1월에 작성되었습니다.


i30 '아이유인나', 이 둘의 콤비에도 불구하고.. 자동차가 잘못했네 / 출처. 현대자동차

2017년 작년 한해 현대 i30의 누적 판매량은 4,630대를 기록했습니다. 월 판매가 아닌 1년 누적 판매량이죠. 사실 국내에서 해치백으로 유명한 i30는 해치백 판매량 1위가 아니였습니다. 2017년 누적 12,399대를 기록한 현대 아이오닉이 해치백 판매량 1위입니다. 하지만 판매량 1, 2위의 해치백의 한 해 누적 판매량(17000대 수준)은 그랜저의 한 달 판매량(2016년 12월 17,247)과 비슷할 뿐입니다. 해치백의 광고나 인지도가 부족하지도 않았습니다. 올해 현대차는 i30 신형을 출시하면서 신세대의 취향을 저격하는 '아이유인나'를 모델로 대대적으로 광고를 진행했습니다. 물론 출시 초기에 핫해치 등의 논란도 있었지만 노이즈 마케팅도 마케팅이니까요. 그럼에도 판매량이 좀처럼 늘지 않고 있고 오히려 아이오닉에도 뒤지는 판매량을 볼 때 국내는 '해치백의 무덤'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릅니다.


출처. 나무위키

먼저 해치백은 트렁크가 C필러로 바로 내려오는 차량입니다. 물론 SUV, MPV, 미니밴, 밴 등도 이러한 특성을 지니지만 이들은 해치백으로 지칭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보통 해치백은 3도어, 5도어라 불리는데요. 이는 뒤의 트렁크 도어를 도어로 지칭하여 그렇게 불리는 것입니다. 해치백은 사진으로 보는게 더 이해가 빠를 것 같아 사진을 첨부합니다. 해치백은 세단과 왜건에 비해 트렁크 공간을 줄였기 때문에 운동성능에서 유리한 측면이 있습니다. 해치백의 주 무대인 B, C세그먼트는 전륜구동이 많아 앞이 무거운데, 해치백은 뒷 바퀴 뒤의 무게가 줄어 리어추종성이 세단에 비해 뛰어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해치백에 고성능을 더한 '핫해치'가 유럽에선 특히 인기가 있습니다. 이러한 핫해치에는 포드 포커스RS, 미니 JCW, 폭스바겐 골프R, 혼다 시빅타입R, 르노 메간RS, AMG A45, 아우디 RS3 그리고 최근 현대차에서 출시한 i30N까지가 있습니다.


일본 만화에서나 나올법한 차가 현실로 '혼다 시빅 Type R'/ 출처. 네이버

그럼 왜 한국은 해치백의 무덤일까요?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이유로는 '한국인의 취향'입니다. 실용성보다는 좀 더 고급스럽고 있어보이는 세단을 좋아한다는 것이죠. 경기 불황에도 판매량이 월 10,000대를 넘어서는 그랜저의 독주가 이를 증명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가 이번 글에서 다루고 싶은 건 국내 해치백의 '상품성'입니다. 여기서 상품성은 단지 차량의 성능이 아닌 가격, 경쟁차량과의 비교를 합친 개념입니다. 사실 국내에서도 해치백의 붐이 불었던 적이 있습니다. 2009년에는 i30 판매량이 5만대를 넘긴 기록(?)이 있습니다. 당시 판매량 호조의 원인은 개인적으로 아반떼(세단)보다 뛰어난 운동성능, 유러피언 감각, 그리고 접근 가능한 가격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본격 자동차 연공제, 가격상승이 아닌 가격차를 보면 빈부격차 증명(?) / 출처. 네이버

실제로 당시 아반떼와 i30의 가격을 비교해보면 가격대 차이가 100만원 정도로 해치백을 선호한다면 충분히 구매를 고려할 수 있는 심리적 차이입니다. 그런데 현재 i30와 아반떼의 초기가격 차이는 무려 470만원입니다. 470만원이면 준중형에서는 중형, 중형에서 준대형을 넘볼 수 있는 가격이죠. 사실 i30에겐 억울할 수도 있습니다. 1420만원 아반떼는 i30처럼 1.4T가 아닌 1.6GDI 그리고 수동모델(i30는 7단 DCT)에 토션빔이거든요. 또한 편의사양 차이도 있습니다(사실 밸류플러스 트림이면 그닥 차이 없다.. 아반떼는 스마트키도). 물론 자동변속기를 추가한 스타일 트림은 1,570만원, 가성비로 유명한 밸류플러스 트림은 1,690만원으로 여전히 i30보다 저렴합니다. 진정한 비교를 위해서라면 '아방스'로 유명한 1.6T 모델로 비교하는게 옳을 수도 있겠지만, 아반떼 스포츠는 수동모델부터 트림이 4가지로 2,020~2,460만원까지 판매하지만 i30 1.6T는 2,470만원 단일 트림입니다. 사실상 풀옵션만 판매하고 있는거죠. 이렇다보니 판매량이 아반떼에 밀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B세그먼트 소형 SUV시장과 마찬가지로 이 시장은 다운사이징 터보로 인한 가격 상승이 용납이 되는 시장이 아닙니다. 초기가격에 굉장히 민감하고요. 쉐보레 크루즈나 트랙스 또 이 i30를 보면 알 수 있죠.

그래서 저는 '해치백의 무덤'의 원인에 한국인의 성향도 있지만 국내 해치백 차량들의 상품성에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해치백의 운동성능과 실용성으로 충분히 구입가능한 가격대의 상품성을 지녔지만, 현재는 경쟁모델 대비 해치백을 고려할만한 상품성이 떨어지는 거죠.
물론 해치백의 상품성을 i30 하나만을 예시로 보기엔 설득력이 떨어지지만, i30가 국내 해치백을 대표하기도 합니다. 폭스바겐 골프가 올해 복귀를 한다면 해치백 판매량이 늘 것이라 생각합니다. 골프는 국내 판매중지 되기 전인 2015년 9501대를 판매했습니다. 제타는 3827대 판매했고요. 골프(2,0TDI 기준 3,270~3,880만원)가 세단형인 제타(2.0TDI 3,160~3,650만원)보다 판매량이 높은 이유에는 골프의 인지도가 높은 점도 있지만, 높은 상품성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골프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독일 프리미엄의 주행성능을 느낄 수 있는 해치백으로 대중에게 포지셔닝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1.6TDI(3,130만원), 1.4TSI(2,840~3,430만원)로 더 저렴하게 구입도 가능했습니다.


2016, 2017년 유럽 전체 시장에서 2년 연속 2위를 기록한 르노 클리오(콩..의 느낌? 콩리오) / 출처. 르노

사실 해치백을 지금 이야기하는 이유는 올해 출시 예정인 르노 클리오때문이기도 합니다. 클리오는 유럽 시장 전체에서 2017년 29만 8990대가 팔리며 2위를 기록했습니다. 클리오의 유럽 경쟁 모델은 폭스바겐 폴로, 포드 피에스타로 B 세그먼트입니다. i30나 골프는 C 세그먼트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경쟁상대는 아니며 현대 엑센트, 쉐보레 아베오, 단종된 기아 프라이드와 같은 세그먼트입니다(그런데.. B세그먼트 차종들의 크기가 날로 커져서 C세그먼트와 비슷해졌습니다. 현세대 폴로와 6세대 골프를 같이 보고 있으면 폴로가 더 커보이는 건 함정). 그럼에도 이들이 경쟁모델이라 보긴 힘듭니다. 바로 B세그먼트 SUV인 소형 SUV의 인기때문입니다. 현재 국내의 소형차들은 심지어 준중형 C세그먼트 세단도 B-SUV의 인기에 판매량이 급감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특히 위의 예시로 2017년 국내 해치백 판매량 1위 현대 아이오닉은 선출시임에도 불구하고 같은 플랫폼의 기아 니로에게 판매량이 밀리고 있습니다.


HEV, EV다 합쳐도 니로에 안되는 아이오닉 / 출처. 다나와

이러한 경쟁구도로 볼 때, 클리오의 실질적 경쟁상대는 현대 엑센트나 다른 해치백이 아닌 쌍용 티볼리, 현대 코나, 기아 스토닉, 쉐보레 트랙스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클리오의 상품성은 소형SUV보다 실용성은 덜 하지만 경쾌한 운동성능과 연비, 유러피안 감성을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상품성은 경쟁가능한 가격대가 되어야 하겠죠. 국내에는 1.2T와 1.5d 버전이 출시될 확률이 높은데 클리오 가솔린의 유럽 가격은 15,355~20,095유로(1,881~2,462만원)입니다. 사실상 가격을 그대로 들여와도 B-SUV 사이에서 경쟁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심지어 i30와 아반떼에도 쉽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르노삼성은 클리오를 국내 생산이 아닌 QM3처럼 수입한다고 합니다. 물론 출시가 되어야 알겠지만, 만약 클리오가 국내에서 실패한다면 그 원인은 앞서 언급했듯이 '해치백의 무덤'이 아닌 B-SUV와 비교했을 때 클리오의 '상품성'에 있을 확률이 높을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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