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ve lived in China Chapter 2-1

in chian •  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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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도대체 왜 소주로 보낸 걸까, 살긴 좋다만 도대체 먹고살 만한 게 보이질 않는데? 이 쉐퀴가 첩년 살리자고 날 여기로 날린 걸까. 은근 불안했지만 이미 가족들까지 들어온 이상, 어떻게든 끝을 보긴 해야 하는데...

요망한 기지배를 쫓아내고 열흘 정도 지났나. 나름 열심히 바이어 연결해도 도통 성사가 되지 않습니다. 중국인은 한국인을 믿지 못하니 물건 도착 후 검수하고 대금을 내겠다, 그넘은 중국인을 어찌 믿냐, 당해봐야 정신 차리지. 둘 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정상적인 무역 거래가 아닌 현찰 박치기성 쓰레기 거래니까. 그 자리에서 확인한 이상 환불은 없습니다.

웨이는 웨이대로 의견을 내지만 별 수가 없습니다. 답답해하던 차에 녀석이 희한한 주문을 해옵니다.

'야, 너 쏘가리 아냐?'
'몰러.. 그게 뭐여.'
'천연기념물이잖아, 그걸 중국인들이 양식에 성공했단다. 그거나 수입해 보자. 여기 쏘가리 없어 난리야.'

그러고 보니 동네마다 걸렸던 민물붕어탕 아래 조그맣게 쏘가리탕.. 본 것도 같았습니다.

'어디에 있냐?'
'얌마, 그걸 알면 내가 널 거기 보냈겠냐? 니가 찾아야지. 남쪽으로 가봐.'

일전 말했다시피 당시 중국에서 저렴하게 장거리 이동을 하자면 기차 아니면 고속밖에 없었습니다. 비행기는 너무 비싸고, 자가용 용차는 가능하지만 위험한데다 비싸고. 역주행 사건 아시죠? 그 이후 잘 이용하지 않게 되었거든요.

그러나 기차는 우회가 너무 많아 결국 고속을 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흐미.... 이게 도대체. 차 안에 들어서자마자 코를 찌르는 발냄새. 샹차이와 각종 향신료 냄새가 어우러져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 게다가 시트는... ㅜㅜ 출고 이래 한 번도 세탁을 하지 않았나 봅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우선 청도 아래부터 시작하기로 하고 출발했는데 11시간 걸렸나? 아마 그때부터 중국도 차내 금연이었을 겁니다. 담배는 피우고 싶은데 아니 이 개쓰부럴 자식들이 휴게소에 들어가면 바로 나오고. 6시간 정도 달리고서야 겨우 휴게소에 멈춥니다. 그제서야 알았네요. 운전사가 둘 혹은 셋입니다. 지들끼리 옆에 침대 놓고 로테이션을 하더군요. 그러니 세울 이유가 없는 거죠.

게다가 원래는 8시간이었지만 운송 알바하느라 예정에도 없는 노선 이탈을 해 댑니다. 짭짤해 보이더군요. 덕택에 4시간이나 차 안에 더 갇혀 있어야 하니 미칠 지경. 나중엔 포기하게 되었고 이후부턴 좀비처럼 비몽사몽 잠만 자게 됩니다. 혹시 고속버스내에 있는 화장실 이용해보셨나여? 잠 자느라 슬리퍼로 갈아 신었는데 화장실에 들어가니 오줌과 변이 뒤섞인 떵물이 넘치고, 와놔. 양말이 젖었네요. ㅜㅜ 결국 나오면서 버리고 대충 닦아 침대로 올라오니 이게 뭔 냄새다냐.

웨이가 도착했다고 깨우길래 터미널인가 싶었는데 웬걸. 톨 게이트를 한참 앞에 둔 도로 위입니다. 여기서 내리라고? 미친 거 아냐? 그나마 나은 놈은 통과 후 회차하던데, 이눔은 중앙선 가로질러 반대편 1차선에 차를 세우고 하차를 시킵니다. 이게 뭔 일이여...

내리니 개미 새끼 한 마리 보이질 않습니다. 1킬로 정도 걸으니 톨 게이트가 보였고, 우린 톨 게이트를 지나쳤지만 아무도 뭐라고 하질 않습니다.

ㅎㅎㅎ 내가 미쳐. 그러자 어디선가 빵빵대며 빵차, 혹시 아시나 모르겠습니다. 우리로 치면 다마스 정도 되는데 이게 자가용 영업을 하는 거죠. 우리만 태우면 타산이 안 맞으니 좀 더 기다려라. 세벽 찬이슬 섞인 기운에 오들오들 떨며 1시간 정도 지나자 다른 버스가 도착하고 몇 명이 내립니다.

짐짝처럼 끼어서 1시간 정도 가니 목적지 도착.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끼니나 때우자 하니 웨이가 동네 시장 같은 곳엘 데려갑니다. 여긴 이게 유명하다나? 꽈배기같이 생긴 빵을 우유나 중국식 죽에 적셔 먹는다는데 괜찮아 보였습니다.

이미 동이 틀 무렵이라 어렴풋이 아침 식사를 해결하는 일용직근로자들이 꽉 차 있었는데 돌아앉은 이들 등에 뭔가 새카만 것이 붙어 있네요? 눈이 그다지 좋지 않아 그런 무늬인가 싶었는데, 가까이 가니 웽 하고 날아오르는데, 난 그렇게 큰 파리는 처음 보았습니다. 새끼손가락 손톱만 한 크기에 마치 2차 대전 당시 독일 상공을 뒤덮었던 B-몇 번처럼 부웅......

환장하겠네요. 이거 뭐 쫓으면 더 달라 듭니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 먹고 보자. 시장이 반찬이니 것두 먹을만하더군요. 하지만 결국 그 님이 오시네요. 먹은 만큼 배출해야 정상인 법, 난 급하다고 웨이에게 구조 신호를 보내니 녀석은 건더지나 마오당라오가 문을 열 때까지 기다리라 합니다. 당신은 여기 화장실 못쓴다고. 건더지는 켄터키 프라이드치킨, 마오당라오는 맥도널드의 중국식 발음이죠.

뉘미럴, 나오기 일보 직전인데 어찌 참노? 급기야 하얗게 질리는 내 얼굴을 보고선 웨이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동네 공용 화장실로 안내를 하네요. 근디 이게 뭐여? 웬 노인이 버티고 앉아 돈을 내라네. 몇 푼 안되지만 인심 사납다는 생각도 잠깐. 또 붙잡네요. 화장지 없으니 사서 들어가랍니다. ㅋ

청소하는 이가 따로 있지만 출근 전이랍니다. 뭔 소린가... 흐미.... 똥 싸고 왜 물을 안 내려? 문 여는 화장실마다 똥이 산더미처럼. 참나, 어쩝니까? 바지에 쌀 수도 없고. 결국 기마 자세로... 덕택에 아직도 허벅지는 차범근입니다요. 히히. 다들 이런 경험을 하시니 중국 화장실을 욕하셨을 겁니다만 나와 같은 세대라면 분명히 30-40년 전에 자주 보셨던 광경일 겁니다.

그나마 일을 치르고 나니 면역이 생기더군요. 일전 내가 외지로 놀러 가지 않는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요즘은 바빠서 못가고. 모기도 모기지만 화장실 문제가 더 컸지요. 하지만 이후엔 그런 증상이 말끔히 사라졌네요. 요즘은 급하면 길에서도 볼 정도로 배짱이 좋아졌다고나 할까요? 죄송합니다. 똥 이야기만 해서.

중국엔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저수지가 많습니다. 농업용수인가 했지만 알고 봤더니 양어장이더군요. 정말 신기한 건 그다지 깨끗하지 않은 물이 분명한데도 고기들이 잘만 살더라는 거죠. 쏘가리 찾아 하루 종일 차를 타고 다녔지만 소득이 없습니다. 웨이는 인터넷에서 사진까지 찾아 보여주지만 모른다는 답변만 돌아옵니다.

그렇게 1주일 정도로 헤매고 다녔지만 결국 우린 빈손으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그런데 어랍쇼? 차가 없다네요. 하루에 두 번인가 있다는데 놓친 거죠. 좃댔다 싶은데도, 웨이는 걱정 말랍니다. 그리고선 터미널 주변에 서성이는 여자에게 다가가 뭐라고 한참을 떠들더니 차 타러 가자고 하네요. 다시 빵차를 잡아타고 30분 정도 달렸을까. 멀리서 농로가 보이고 그 위로 고속도로가 있습니다.

여잔 어리둥절해 하는 날 보며 빙그레 웃더니 잡아 끕니다. 그리고 개구멍으로. 무시무시한 속도로 내달리는 차들을 코앞에 두고 갓길에 서있어야 했는데 뉘미 저 중에 하나가 돌아 덮친다면? 생각만 해도 오금이 저릴 지경인데 짐은 왜 또 그리 많이 실었는지.

'떵샤 (等一下)'

좀 있으니 고속버스 한 대가 옵니다. 웨이는 여자에게 50원인가를 주더군요. 소개비겠지요? 그런데 이 차는 소주행이 아닌데? 걱정 말랍니다. 올 때처럼 톨 게이트 앞에 서고 택시 타고 가면 된다....

환장, 그 자체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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