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11일에 쓴 글.
지금 벌어지고 있는 미투 운동과 관련해서 자신이 인지부조화의 함정에 빠져있지는 않은지 한번씩 되돌아 봤으면 좋겠다.
자신과의 심리적 거리를 가지고 옳고그름을 재단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현재 한국 사회를 관통할 수 있는 이론이 있다면 그것은 단연코 인지부조화 이론(theory of cognitive dissonance)일 것이다.
두가지 모순된 요소를 인지했을 때 그 모순은 심리적 긴장상태를 만든다. 이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 이 두가지 중 덜 지지하는 것을 부정하는 것이다.
휴거 종말론을 믿던 사람들이 휴거가 일어날 거라고 하던 때에 휴거가 일어나지 않으면 어떤 사람은 자신이 속았거나 틀렸음을 인정하지만 어떤 사람은 자신들의 기도 덕에 종말이 무사히 지나갔다며 기뻐한다.
A(휴거에 대한 믿음)와 B(휴거가 일어나지 않음)가 명백히 모순된 상태에 있을 때 A에 대한 지지가 B에 비해 굉장히 클 경우 B를 부정하거나 수정해서 인식하여 A에 대한 선호를 유지한다.
세계 어디서나 벌어지는 일이겠지만, 근자에 들어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많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명백히 잘못을 저지른 연예인(특히 아이돌)에 대한 팬들의 무분별한 지지는 인지부조화 이론이 옳음을 증명해주는 좋은 사례다.
우리나라에서 인지 부조화가 자주 목격되는건 이를 조장하는 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특정인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지를 이용해 자신들의 명백한 잘못을 가리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사실 관계가 분명히 존재하는 사안을 선호나 기호의 영역에 있는 것처럼 왜곡해 인지부조화 상태를 조장하고 있다.
A(누군가에 대한 지지)와 B(명백한 누군가의 잘못)이 인지부조화를 이루고 있는 상태에서 A를 유지할 작은 근거라도 만들어주면 그것이 거짓일지라도 A는 강화된다.
게다가 사이비 종교를 믿는 사람들에게서 볼 수 있듯이 인지부조화는 벌어질 때마다 점점 강화되는 경향이 있다. 정의나 선악의 문제를 떠나면, A를 통해 이득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이것을 계속 이용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수법을 계속 사용하게 되면 이 수법이 사용되는 집단은 불행해질 수 밖에 없다. 인지 부조화를 통해 믿음이 강화되는 이들과 그렇지 못한 이들로 집단이 갈기갈기 찢어지게 된다.
**까니 **빠니 하는 현상이 벌어지게 되는 것도 이런 수법이 자주 사용되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누군가를 싫어하면 그 사람이 말하는 것 또한 틀린 것으로 인지해 버리는 것 또한 인지부조화 현상의 하나다.
인지부조화를 이용하는 일이 자주 벌어지게 되면 그 집단 안에서는 사실의 문제가 선호나 선택의 문제인 것처럼 변질되게 된다. 우리가 지금 맞닥뜨리고 있는 많은 사회적 갈등은 이런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이것은 인간의 본성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지만, 문명이란 인간의 본능을 극복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오지 않았는가? 결국엔 조금씩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하루라도 빨리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쓰고보니 난데없는 문명론이 되버렸지만, 제 글을 보는 쭉 봐온 사람들은 알겠지만 결국 같은 얘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