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Devil Take the Hindm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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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1997년 외환위기는 대한민국의경제 체질의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다. '노동시장 유연화'라는 이름하에 '종신고용'이라는 말이 없어졌고,정규직에서 계약직으로 대체되는 고용의 변화는 두터운 중산층을 더욱 얇게 만들었으며, 젊은 이들은 기업에서 자신의 야망을 꿈꾸기 보다 안정적인 공무원을 선호게 되었다. IMF 라는말이 "I'M Fired" 와 동일한 말이 되었을 때 직장에서 내몰린 수많은 노동자들이 치킨집 사장님으로 변모했으며, 이를 통해 소규모 자영업자 수의 기하급수적 증가는 이미 예상되었는지도 모른다.아이러니한 것은 위기 후 정부의 규제가 더욱 거세지는 서구 자본주의 국가와는 다르게 우리나라는 금융시장의 개방과 자유경제체제를 대변하는 '신자유주의'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10년이 지난 후 새로운 '신인류'는 그 날의수모와 고통을 비웃기라도 하듯 주식시장 최고가 경신과 부동산 시장 호황이라는 풍요의 시대를 사는 듯 했다. 그리고 2008년 또 다시 대한민국은 세계적인 경제위기라는 거대한 파도에 아무런 저항도 못한 채 너무 힘 없이 휘청거렸다. 대기업의 위기와 경제정책의 실패라는 내제적 문제로 야기시킨 외환위기와는다르게, 2008년 금융위기는 초강대국 미국의 위기로부터 시작된 외부적 문제가 야기시켰으며,대기업의 붕괴가 아닌 가계와 정부의 위기로 정의할 수 있다. 20세기의 끝자락과 21세기 초에 일어난 이 두 경제위기는 분명히 다르게 보일 수 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도한 금융투기로 대표되는 거품경제, 사회구성원들의도덕적 해이와 투기적 광기로 나타난 금융시스템의 붕괴 등은 '튤립마니아(Tulip Mania)' 로 부터 시작되는 금융투기의 역사와 그 맥을 같이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About the Book

투자와 투기를 가르는 결정적인 요인은 무엇일까? 이 물음의 답은 헤겔이 너무 주관적이라며 비판했던 칸트의 정언명령과 가언명령을 타인이 구별하는 것만큼 모호하고 어려울 것이다. 다행인 것은 에드워트 챈슬러의 '금융투기의 역사: Devil Take the Hindmost - A History of FinancialSpeculation' 라는 이 책이 그 물음의 답을 내리는데 상당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책을 읽기 전에 명심할 점이 있다. 그것은 이 책의 제목이 투자의 역사가 아닌,'투기의 역사'라는 점이다.

저자는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역사적 서술을 통해 각 금융위기 전후 당시의 시대와 상황을 완벽하게 재연하려고 노력하였다. 흥미로운 점은 각각의 금융위기마다 혜성처럼 등장하는 '투기의 전위대'가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기존 사회의 부와 명예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있었지만 혜성처럼등장해 사회의 구성원들을 투기적 광기로 이끌었던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새로운 산업의 태동이나 기존 산업의수익률 변화, 새로운 기술의 출현 등 사회구성원들의 눈에 '새로운 것'을 출연시켜 '투기적 광기'를 유발했다.그리고 자산가치에 거품이 발생하고, 수많은 순진한 투자자들이 일확천금을 위해 투기대열에뛰어들고, 끝내는 버블과 투기의 희생자로 전락한다. 어느 유명한 투기자가 말했듯, "주식시장은 개미투자자라는 석탄을 끊임없이 태우고 가는 폭주 기관차와 같다"라는 말을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투기에 대한 도덕적 비판을 되도록이면 삼가 한다. 대신 투기 전위대들의 주장을 비아냥거림으로 다소 소극적으로 폄하할 뿐이다. 하지만, 이 책 전반에 걸쳐 효율적 시장론자들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의 고삐를 놓치않는다. 1987년 대폭락 이후 한 인간이 200억 년 동안 살아야만 경험해볼 수 있는 사건이고, 이미 한번 경험했기 때문에 재발할 가능성은 0라고 주장했던 효율적 시장론자들 주장이 맞는지 틀리는지 '두고볼 일'이라고했던 금융위기의 '영원회귀(니체의 영원회귀에서 인용 - 필자주)'에 대한 저자의 확고한 의지가 묻어난다. 이 책이 세간에 나온 후 2008년금융위기로 촉발한 세계적 차원의 경제위기는 '위기' 자체가 시장경제체제가 가지고 있는 내재적 요인이라는 저자의 주장은 너무나 큰 사회적 손실과 수많은 무고한 인생들의 희생을 통해 증명되었다. 이와 더불어 금융위기와 함께 작은 정부를 주장했던 신자유주의자들의 시대가 가고 큰 정부를 주장하는 케인스주의자들의 득세를 조심스럽게 예상했던 저자의 통찰력은 가히 경이롭다.

Conclusion

경제공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연 '통찰' 이다. 이 통찰(력) 의 상당 부분이 역사를 아는 힘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1999년에 출판되어 비교적 짧은 기간이지만, 많은 학자들과 전문서에 인용되고 있는 경제.금융 분야 최고의 스테디셀러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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