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인 테슬라의 CEO 엘론 머스크가 컴퓨터가 사람을 능가하지 못하도록 인공지능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여 화제가 되었다. 그는 “인공지능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다면 인류가 미래로 나아가는데 큰 위험에 직면할 것” 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굳이 엘론 머스크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인공지능, 로봇, 빅데이터, 무인자동차 등 이른바 인더스트리 4.0의 핵심으로 불리는 IT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 전통 기업들의 디지털 혁신은 제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모든 것이 연결되는 ‘초연결 사회’에서는 방대한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수집, 분석, 관리하고 필요하면 경쟁사와도 협력할 수 있는 오픈 이노베이션 형태의 플랫폼적 사고가 필요하지만 아직까지 하드웨어 중심의 사고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지난 20년을 뒤돌아보면 코닥, 노키아, 블랙베리 등 기존 시장에 안주한채 새로운 변화를 거부했던 기업들의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컨스터레이션 리서치의 애널리스트인 레이왕(R "Ray" Wang)은 ‘기업수명이 1960년대에는 60년, 지금은 15년, 2020년에는 12년에 불과할 것으로 디지털 혁명으로 인해 포춘 500대기업 중 52%가 사라질 것이다’ 라고 전망한 바 있다. 또한 포레스터리서치는 ‘2020년까지 모든 기업은 디지털 약탈자(digital predator) 또는 디지털 희생양(digital prey)중 하나의 운명을 맞게 될 것이다’라고 예측하였다. 앞으로 몇년 후에 또 어떤 전통기업이 디지털 희생양으로 전락하여 시장에서 퇴출될지 모른다. 아마도 이번에는 세계적인 제조업체나 에너지기업, 금융기업이 디지털 희생양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기존의 전통기업들은 ‘디지털 세상으로의 전환’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넋놓고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전통기업들도 구글, 페이스북, 우버 등 Pure Digital Native와 경쟁하면서 충분히 새로운 시장과 고객을 창출할 수 있다. 이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성공한 전통기업인 자라, 로레알, GE, 스타벅스 등이 이에 대한 해답을 보여주고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한 해외 기업들을 벤치마킹해보면 크게 3가지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성공한 전통기업의 3가지 공통점
첫째, 기존 프로세스에서 디지털화가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디지털 기술과 결합하여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였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전통적인 제품중심(Product Feature)의 사고방식에서 고객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고객해결과제(Customer Job)' 중심의 사고방식으로 변화하는 그 자체를 의미한다. 고객해결과제를 해결할 해결책(Solution)을 기획하고, 적시에 개발하여 오퍼링하기 위해서는 기존 조직이 '전환(Transformation)'되어야 하고, 기존 프로세스에서 디지털 전환이 필요한 부분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여기에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활용/응용해야 한다.
패스트패션의 강자인 자라(ZARA)는 MIT와 함께 개발한 재고 최적 분배시스템과 RFID 기술을 적용하여 최적의 재고관리 시스템을 완성하였다. 이를 통해 자라는 각 매장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체 개발한 알고리즘을 통해 어느 매장에 얼마만큼의 제품을 공급할 것인지 수학적 알고리즘을 통해 결정하게 되었다. 새로운 프로세스가 도입되면서 과거 판매 데이터와 각 매장의 주문량과 사이즈를 참고하여 예측 모델(Forecasting Model)이 수요예측을 하게 되고 이후 물류창고 담당부서가 아닌 최적화 모델(Optimizing model)이 매장내 재고와 물류창고 재고를 파악하여 전체 매출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출하수량을 결정하게 되었다. 또한 스타벅스는 사람들이 커피를 구매하는 과정에 주목하여 알고리즘과 자동화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커피를 주문하고 편리하고 빠르게 결제하고 이에 대한 보상과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 플라이휠(Digital Flywheel) 전략을 통해 기술 기반의 디지털 라이프 기업으로 변신하였다.
둘째, 조직의 디지털 전략을 총괄하는 CDO(Chief Digital Officer)를 조기에 선임하고 조직의 디지털 자원을 CDO 휘하로 통합하여 체계화된 디지털 전략을 단계별로 수행하였다.
PwC 컨설팅이 전 세계 1,500개 대기업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전체의 6%만 CDO의 직책이 있었으며 IIC Partners Executive의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 500인 대상 조사 결과, 76%가 조직 내 CDO가 없다고 응답하였다. CDO는 새로운 디지털 비즈니스 시장기회를 포착하고 가치창출에 집중하는 디지털 전투의 야전사령관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성공한 전통 기업들은 모두 내부 발탁 또는 외부 영입을 통해 조기에 CDO를 임명하고 체계화된 디지털 전략을 수행하고 있다.
로레알(L'Oréal)은 2014년 3월, 디지털마케팅 에이전시인 벨텍 출신인 루보미라 로쉐(Lubomira Rochet)를 CDO로 영입하여 로레알의 디지털 전략을 총괄하게 하였다. 이후 로레알은 메이크업 지니어스(Makeup Genius) 앱을 출시하여 안면 매핑 기술을 활용해 여성들이 가상으로 로레알 화장품을 사용해 보고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 카메라를 가상 거울로 활용해 화장한 얼굴을 볼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이커머스 관련 매출도 빠르게 성장하였고 2015년 경우 디지털 매출이 전년 대비 38% 성장하였다. 로레알의 CDO인 루보미라 로쉐는 "로레알은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디지털을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으로 통합하여 글로벌 뷰티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셋째, 기업의 업의 개념을 재정의하고 궁극적으로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하였다.
1878년에 설립된 제너럴 일렉트릭(GE)은 디지털 산업기업으로 업의 개념을 재정의하고 핵심 사업인 가전부문을 중국의 하이얼에 매각하고 산업용 인터넷 플랫폼인 프레딕스를 통해 디지털 분야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였다. 2015년, GE의 제프리 이멜트 회장은 향후 자사의 비전을 '2020년 전세계 10대 SW 기업으로의 등극'이라고 천명하며 '어제는 제조기업이었으나, 앞으로 GE의 미래는 데이터 분석에 달려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제 GE는 명실상부한 ‘Digital Company’로서 기업고객을 위한 산업 인터넷 인프라를 제공하는 동시에, 여기서 축적한 고객의 데이터를 자산화(Data Asset)하여,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 세계 산업계의 구글이 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GE는 산업인터넷 플랫폼 프레딕스를 통해 기존 고객사들이 그들의 생산현장과 주요 기계설비/장치에서 일어나는 이벤트를 실시간으로 관측/관찰하여 관리의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였다. 기계설비와 장치가 고장남으로써 발생하는 손실을 사전에 막고 고객사의 생산성과 ROI를 극대화 시켜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고객사는 GE의 제품 플랫폼에 고착화되어 대체재 및 경쟁제품을 제공하는 사업자가 제공하는 기존의 제품을 단순 구매함으로써 얻는 고객가치 이상의 새로운 가치를 획득하게 된다. 이를 통해 하드웨어 중심의 제조업체에서 완벽한 디지털 기반의 플랫폼 기업으로 비즈니스 모델 변혁에 성공하였다.
디지털이 모든 세상을 먹어치운다
미국 보스턴대 벤캇 벤카트라만(Venkat Venkatraman) 교수는 “디지털이 모든 세상을 먹어치우고 있다”고 표현할 정도로 이제는 어떤 기업도 디지털을 외면하거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이제 기업 경영자들은 앞으로 10년간은 한 손에는 디지털 기술을, 다른 한 손에는 디지털 시대에 맞는 리더십을 가지고 끊임없는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영국의 박물학자인 다윈은 ‘결국 살아남는 종은 강인한 종도 아니고 지적능력도 뛰어난 종도 아니라,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다’라고 변화에 대한 적응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추진은 ‘변화에 대한 적응’이라는 관점에서 전략적 변곡점을 찾아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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