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IR이 야구의 피칭(pitching)인 이유

in draperuniversity •  7 years ago 

나는 '뉴지스탁' 이라는 주식분석 (핀테크라 분류되기도 한다.) 스타트업의 공동 창업자이자 공동대표이다. 창업을 한지는 약 4년정도가 되었고, 현재 뉴지스탁은 2015년 초 옐로금융그룹과 합병했고, B2B/B2C 서비스를 동시에 서비스하며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브런치 첫 글. 작년에 머니투데이에 기고했던, 실리콘밸리에서 느낀 피칭 방법..을 써볼까 한다.

17개국에서 모인 30여 명의 드레이퍼 대학 동기들. 이 경험은 내 창업가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해준 가치있는 경험이었다.

그동안 국내외 많은 스타트업 이벤트에 참가해 봤고, 상당수 VC 앞에서 피칭(Pitching)도 해봤다. 옐로금융그룹과 합병하기 직전에는 실리콘밸리의 대형 VC에서 최종 투자 검토 단계까지 가기도 했었기에 다양한 상대를 대상으로 피칭한 경험이 있다.

나는 작년 투자유치와 미국시장을 공부하기 위해, 실리콘밸리 최고의 창업학교인 Draper University 에서 경험을 쌓고 왔다. 드레이퍼 대학에서의 4개월은 정말 내 인생을 변하게 할 만큼의 경험이었으며, 현재의 사업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앞으로 시리즈로 작성할 예정이다.)

실리콘밸리 경험 중 가장 큰 소득 중 하나가 '피칭(Pitching)'의 방법론을 배운 점이다. 스타트업 대표는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자기 사업에 대해 수도 없이 설명을 해야 한다. 그것이 모임에서의 엘리베이터 피치일수도 있고, 벤처캐피탈 심사역의 평가 자리일 수도 있으며, 스타트업 배틀과 같은 대회일 수도 있다.

이런 자리에서 내 비지니스 아이템을 소개하는 것을 피칭(Pitching)이라고 한다. 스피치(Speech)가 아니라 피칭인 이유는, 야구에서 투수(Pitcher)가 공을 던지듯이 상대방에게 내 아이템을 확실하게 전달시키기 위한 발표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국내외 여러 창업가들을 만나보니 본인의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쉽고 간단하게 소개하는 사람이 굉장히 적다고 느꼈다. 대부분이 '내 아이디어가 최고' 라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각종 형용사를 써가면서 장황한 설명을 시작한다. 그런 피칭은 시작부터 상대방의 관심을 끌기 어렵다. 대부분의 투자자는 시간이 없다. 수많은 유사(해 보이는)한 서비스를 봤기 때문에 금방 질린다. 그렇기에 피칭을 잘한다는 것은 상대방이 쉽게 캐칭(Catching)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뜻이다.

사실 일반적인 한국 스타트업들이 사용하는 발표 자료는 전통적인 컨설팅 또는 대기업스러운 자료들이 많다. 한국식 발표자료는 기승전결 구성과 디테일한 근거자료 등으로 작성된다. 반면 실리콘밸리 발표 자료는 초반부터 강력하고 간결하게 작성된다. 특히 내 경우에는 창업 이전 직업이 경영 컨설턴트였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간단하게 변해가는 피칭자료가 처음에는 불편하게 느낄 정도였다. IR 자료를 수정하기 시작한지 2주쯤 지났을 때, 처음 준비한 자료의 50% 가까이가 수정되어 있었다.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예비 창업가 또는 스타트업 대표가 훈련했으면 하는 점이 있다.

  1. 피칭을 할 때는 가장 중요하고 임팩트 있는 내용을 앞부분에 말하라. 기승전결을 다 말하려고 하면 결론이 나오기 전에 상대방은 이미 흥미를 잃을 가능성이 높다.

  2. 핵심 비즈니스 아이디어는 누가 언제 물어보던지 1분 이내에 대답하라.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다면 더 좋다.

  3. 피칭 자료에 불필요한 근거자료는 모두 빼라. 정말 훌륭한 아이템으로 제대로 된 피칭을 했다면 상대방이 먼저 디테일한 부분을 물어올 것이다. 디테일한 부분은 그때 말하면 된다. 그럼 성공이다.

  4. 자신감 있게 피칭하라. 초창기 스타트업 일수록 투자자는 사람을 보고 투자 한다. 내 아이템에 대한 자신감과 열정을 보여줘라. 실제로 제품 론칭도 전에 사람만 보고 좋은 투자를 받아 성공한 기업도 많다.

나는 뉴지스탁 서비스를 가지고, 드레이퍼 대학의 졸업 이벤트인 Pitch Day (실제 VC 앞에서 모든 팀들이 피칭하는 데모데이)에서 전체 3위에 오르는 결과를 얻었다. 이를 통해 실리콘밸리 방식으로 훌륭하게 피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고 행사에 참여한 투자자, 심사위원들과도 좋은 관계를 맺어 계속 연락을 주고 받고 있다. 특히, 심사위원으로 와주셨던 몇 곳의 VC와 미팅을 잡은 것은 굉장한 수확이었다.

실리콘밸리에는 이처럼 수많은 스타트업과 이를 지원하는 생태계가 정말 자연스럽게 사회 전반에 녹아들어가 있다. 나는 이곳에서 많은 창업가와 투자자들을 만나면서, 위에 언급한 피칭의 중요성을 더욱 더 뼈져리게 느끼게 됐다.

한국은 아직도 '내 아이템이 최고이고, 아이템 이외의 것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라고 생각하는 창업가들이 많은데, 이는 큰 착각이라고 생각한다. 초기 단계의 비즈니스일 수록 이를 잘 알리고 신뢰를 줄 수 있는 효과적인 피칭은 필수이다.

다음 글 부터는 내 창업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논 드레이퍼 대학에서의 경험을 연재해보려 한다. 현재까지 한국인 학생은 5명이 졸업을 했으나, 아쉽게도 창업을 한 사람은 아직 나 혼자다. (아직 다들 어려서 학부생들이다..) 창업학교의 경험이 실제 스타트업 운영에 얼마나 영향을 주었는지 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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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이퍼 대학 네트워크는 아직도 전세계적으로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스타트업 #피칭 #드레이퍼대학 #Draperuniversity #뉴지스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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