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전기요금에 이어 도시가스요금까지 오르면서 공공요금 인상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해 여러 인상 요인에도 공공요금 인상을 억제해 온 물가 정책의 ‘후폭풍’이라는 지적과 함께 출범을 앞둔 새 정부에도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3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는 1일부터 주택용 및 일반용 도시가스요금을 평균 1.8% 인상한다.
이번 인상으로 4월 적용되는 주택용 요금은 현행 메가줄(MJ)당 14.22원에서 14.65원으로 0.43원 오르며 일반용(영업용 1) 요금은 공급비 인하 요인을 고려해 0.17원 오른 14.26원으로 조정된다. 인상된 요금 적용시 가구당 가스요금은 월 860원이 증가한다.
도시가스요금은 산업부와 관계부처가 2개월마다 원료비 변동 요인을 고려해 주택용과 일반용 기준원료비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하지만 지난해 천연가스 수입단가가 크게 오르는 등 인상 요인에도 정부는 물가 안정을 이유로 2020년 7월 13.1% 인하 이후 1년9개월 동안 요금을 동결했다.
예고에 없던 이번 도시가스요금 인상은 앞서 인상이 결정된 전기요금과 함께 서민 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4월 전기요금은 정부 방침에 따라 연료비 조정단가는 종전과 같이 유지되지만 기준연료비와 기후환경요금이 오르면서 1kWh(키로와트시)당 6.9원이 오른다. 월평균 350kWh를 사용하는 4인가구 기준으로 월 2415원(약 4.4%)이 오르는 셈이다.
여기에 도시가스요금은 4월 인상에 이어 5월부터 내년 10월까지 3차례 추가 인상이 예정돼 있다. 가스공사에 쌓인 1조8000억원 규모의 미수금 충당을 위한 것으로 지난해 말 결정된 사안이다. 올해 5월부터 내년 4월까지 단계적 요금 인상을 통해 1조원 규모의 미수금을 회수하게 된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당분간 국제유가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향후 전기·도시가스요금의 추가 인상 여지도 남아있다.
택시·버스요금 등 교통비도 오를 전망이다. 세종시의 경우 택시 기본요금을 2800원에서 3300원으로 500원 인상하는 방안을 확정, 4월 1일부터 이를 적용한다. 이에 대전 등 다른 지역 택시업계에서도 코로나19에 따른 이용객 감소와 최근 고유가 등을 감안해 기본요금을 인상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공공요금을 억누른 데 따른 영향 등으로 새 정부 출범을 앞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공공요금 인상 압력이 한계치에 도달한 반면, 물가 안정을 위해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는 점도 윤 당선인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고민을 깊어지게 하고 있다.
여기에 윤 당선인의 공약인 5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으로 유동성이 확대될 경우, 물가는 더 큰 폭으로 뛰게 된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관련 품목의 전반적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의 ‘2022년 3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향후 1년간 석유류제품(83.7%)이 소비자물가 상승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줄 것으로 꼽았다. 농축수산물(32.6%), 공공요금(31.5%) 등이 뒤를 이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지난해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오르면서 다른 나라들은 이를 요금에 반영했지만 우리나라는 물가 사정 등을 고려해 반영하지 못했다”며 “우크라이나 사태가 변수지만 북반구가 겨울을 지나는 시점 등을 고려할 때 천연가스 수요 감소 등에 따른 가격 하락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요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