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하든 안 하든, 아이를 낳든 안 낳든 개인의 자유’라는 말에 이의를 제기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런 인식이 점점 더 확산되고, 아이가 태어나지 않게 된 사회는 어떤 결말을 맞이할까. 저출산 · 고령화라는 사회적 문제에 개인이 관심을 갖기는 쉽지 않지만 실제로 그 문제에서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은 있을 수 없다.
미래에 일어날 일을 알 수 있다면 불확실성을 크게 줄이고,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과거에 어떤 일이 언제 있었는지 알고 싶을 때 찾는 것이 연표다. 연표를 보면 어떤 사건이 언제 발생했는가를 넘어 대개는 그 사건이 발생한 다양한 맥락까지 알 수 있다.
지방 소멸, 사회 파탄, 국가 소멸이라는 파국을 경고한다. 암울한 미래상이 가져온 파문은 컸다.
언론에서는 저출산 · 고령화 문제를 다룰 때마다 위기를 강조한다. 그런데 정확하게 어떤 일이 생기기에 큰일인 걸까. 이렇게 30∼50년이 지나면 어떻게 되는 걸까. 오늘의 인구를 알면 미래의 인구도 거의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앞으로 몇 명이 살 것인지, 연령 분포는 어떠할지, 남녀의 성비는 어떨지, 그리고 몇 명이 태어나고 몇 명이 사망할지 예측 가능하다.
언론에서는 저출산 · 고령화 문제를 다룰 때마다 위기를 강조한다. 그런데 정확하게 어떤 일이 생기기에 큰일인 걸까. 이렇게 30∼50년이 지나면 어떻게 되는 걸까. 오늘의 인구를 알면 미래의 인구도 거의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앞으로 몇 명이 살 것인지, 연령 분포는 어떠할지, 남녀의 성비는 어떨지, 그리고 몇 명이 태어나고 몇 명이 사망할지 예측 가능하다.
일본은 2017년 여성 3명 중 1명이 65세 이상 고령자가 되면서 ‘할머니 대국’이 됐다. 2018년에는 신입생 부족으로 도산 위기에 몰리는 국립대가 나온다. 현재 일본은 사립대의 약 절반이 신입생 정원을 못 채우고 있는 상황이다.
2020년에는 여성 2명 중 1명이 50세 이상이 된다. 일본은 출산 가능한 여성이 급감해 이미 합계출산율을 아무리 높인다 해도 인구 감소를 멈출 수 없는 상황이다. 저출산이 저출산을 부르는 악순환인 셈이다. 2022년에는 혼자 사는 가구가 3분의 1을 넘어 홀로 생활하는 고령자 문제가 본격화된다. 2024년에는 국민 3명 중 1명이 고령자가 되고, 2033년에는 세 집에 한 집꼴로 빈집이 즐비해진다.
인구 감소 사회가 돌진해가는 장래는 비참하다. 치매(인지장애) 환자가 치매 환자를 돌봐야 하고, 지방에서는 백화점, 은행 등이 자취를 감춘다. 혈액이 부족해 수술을 못 하는 사태가 생기고, 화장장과 납골당이 부족해진다. 2040년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절반이 소멸 위기에 처하고, 2065년에는 현재 주거지의 20%에 달하는 영토에 아무도 살지 않게 된다.
고령자 인구가 정점에 달하면 빈곤한 노인들이 거리에 넘쳐나고 재정은 무너진다. 인프라 관리가 제대로 안 돼 국가 기능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게 되고 마침내 빈 땅이 돼가는 영토는 외국인들이 차지하기 시작한다. 지나친 상상일까. 저출산 · 고령화는 총탄 한 발 없이 한 나라를 소멸시킬 수 있는 재난이라고 강조하며 ‘인구 감소는 기회’라는 식의 무책임한 낙관론과 무관심에 날카로운 비판을 가한다.
미래 세대를 위한 처방전
그렇다면 우리는 이 ‘고요한 재난’에 어떻게 맞서나가면 좋을까. 출생아 수의 감소도 인구 감소도 피할 수 없다면 이를 전제로 사회를 다시 만들어갈 수밖에 없다. 위기 극복을 위한 현실적 처방전을 함께 살피고 있다. 모든 분야에서 확대 일변도로 내달려온 20세기형 성공 방침과 결별하고 국가를 전략적으로 축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저출산 · 고령화 대책이나 인구 감소 대책이라고 하면 현재의 인구 규모를 전제로 해왔다. 이제 인구 감소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인구가 급격하게 감소한 후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작지만 알차고 효율적인 국가로 거듭나는 것을 목표로 할 때다. 앞으로 경제활동인구가 천만 명이 줄어든다고 해도 사회 전체에서 천만 명의 일꾼이 필요하지 않다면 노동력 부족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략적인 축소, 풍요로운 사회 유지, 도쿄 집중 현상 탈피, 저출산화 대책’이라는 네 가지 키워드로 일본을 구하는 10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 현재 65세 이상인 고령자의 정의를 75세 이상으로 올려, ‘고령자를 줄인다’. 65~74세는 사회의 기둥으로 재인식하는 것이다.
- 지금의 ‘24시간 사회에서 탈피’해 과잉 서비스를 개편하고 사회 전체의 노동시간을 단축한다.
- ‘비거주지역을 명확히 해’ 사람이 사는 거주지역의 인구밀도와 행정 서비스의 효율성을 높인다.
- 기존 행정구역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주민의 생활권에 근거해 광범위한 ‘지역을 합병’한다.
- 국가 차원에서 경쟁력 있는 분야에 집중하고 취약한 분야는 버리는 철저한 ‘국제 분업’을 택한다.
- ‘장인의 기술을 활용’해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드는 방식으로 경제 성장을 유지할 수 있다.
- ‘국비 장학생 제도로 인재를 육성’해 국가 차원에서 꼭 필요한 분야의 인재를 육성한다.
- 지방의 대학 캠퍼스를 은퇴자 커뮤니티로 탈바꿈해 ‘중장년의 지방 이주를 추진’한다.
- ‘세컨드 시민 제도’로 소멸 위기의 지자체를 방문하는 교류 인구를 늘린다.
- 인구 감소에 적극적인 제동을 거는 파격적 지원책으로 ‘셋째 아이부터 1,000만 엔을 지급’한다.
한국의 미래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인구 문제 해법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우리의 앞날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한국은 지난 2000년 ‘고령화사회’로 진입한 지 불과 17년 만에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14%를 넘어서는 ‘고령사회’가 됐다(UN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은 ‘고령사회’, 20%를 넘으면 ‘초고령사회’로 구분한다). 이대로라면 인구 감소로 인한 재정 압박, 성장 둔화 등 각종 문제가 발생한다. 그럼에도 정작 우리 사회는 급격한 인구 변화에 무감각한 상황이다.
왜 아무도 손을 쓰지 않을까. 저출산 · 고령화와 인구 감소는 태양이 뜨고 지는 것을 관찰하는 것과 같다. 어제와 오늘, 오늘과 내일을 비교해봤자 차이를 알 수 없다. 하지만 5년, 10년 단위로 비교해보면 고령자는 증가하고 출생아 수는 감소한다는 사실이 명백히 보인다. 인구도 줄고 있다. 즉 사람들이 일상에서는 좀처럼 실감하지 못하기 때문에 대응이 늦어지는 것이다.
일본은 1970년 고령화사회, 1994년에 고령사회, 2006년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가는 데 24년 걸렸다. 한국은 일본에 비해 7년이나 빨랐다. 이 추세라면 8년 뒤인 2026년쯤 초고령사회를 맞이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 초고령사회는 이보다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다. 2060년 무렵에는 한국의 고령화가 일본을 추월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지금까지는 10~30대의 헌혈로 혈액 공급이 이뤄지고 50세 이상이 이를 이용해왔다. 헌혈이 가능한 연령은 16세부터 69세까지인데, 저출산화에 따라 이 연령층의 인구가 전체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2015년에는 총인구의 67.4%였는데 2050년에는 57.6%가 된다. 특히 근래 젊은 층이 헌혈하는 횟수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후생노동성이나 일본적십자사 등은 20~30대 젊은 층을 대상으로 홍보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헌혈 독려 활동도 좋지만, 이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저출산 · 고령화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크게 무너졌기 때문이다. (…) 이는 요컨대, ‘병원에 가면 살 수 있다’라는 지금까지의 상식이 더는 통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의미다. 아무리 명의가 기다리고 있어도, 아무리 최첨단 의료기기가 갖춰져 있어도 수혈용 혈액이 부족하다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없다. ‘병원에 가면 살 수 있다’라는 상식의 붕괴는 수혈용 혈액의 부족 탓만은 아니다. 저출산 · 고령화는 모든 각도에서 의료에 대한 국민의 상식을 깨부순다. _105~106쪽 ‘2027년 수혈용 혈액이 부족해진다.’
2033년 전체 주택 수가 약 7,126만 호로 늘어나고 빈집 수는 거의 2,167만 호에 가까워 빈집 비율이 30.4%까지 상승한다고 한다. 즉 전국 주택의 약 3채 중 1채가 빈집이 된다는 소리다. 빈집 수가 증가하면 경관을 해칠 뿐 아니라 붕괴의 위험이 커지고 범죄의 온상이 될 수도 있다. 흉물스럽게 방치된 빈집들 탓에 마을 전체의 이미지가 나빠지면 빠져나가는 주민도 더욱 늘어날 것이다. 결국, 지역사회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인구가 크게 줄어든 지방 특유의 문제가 아니다. 대도시에서도 확실히 빈집이 늘어났다. 전철역 인근은 덜하지만, 전철에서 내려 버스로 갈아타고 더 들어가야 하는 주택지에는 벌써 빈집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지어진 지 오래된 낡은 주택은 아무리 헐값에 내놓아도 구매자가 나타나지 않는다. 도쿄 23개 구내의 조용한 주택가에서도 종종 빈집이 발견된다. 앞으로는 도심의 주상복합 빌딩에서도 입지에 따라서는 빈 곳이 눈에 띄게 될 것이다. 머지않아 땅값이 하락하고, 대출을 해준 은행이 파산하는 일도 생길 수 있다.
‘2033년 전국의 주택 3채 중 1채가 빈집이 된다’
일본은 인구 감소를 초래하는 출생아 수의 감소, 고령자 수의 증가, 그리고 사회의 기둥인 근로 세대의 감소라는 각각 원인이 다른 세 가지 과제를 안고 있다. 게다가 이런 현상이 전국에서 일률적으로 진행되는 것도 아니다. 인구 감소와 저출산 · 고령화에는 폭넓은 정책이 요구된다. 그 대응책은 수십 년 앞을 내다봐야 하고 효과가 나타나려면 몇 년이나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많다. 한 정권이 그 모두를 완결할 수는 없다. 정권 몇 번이 아니라 몇 세대에 걸쳐 착실하게 지속해야 한다. 그렇다면 나를 포함한 ‘현재의 어른들’ 은 무엇을 해야 할까? 이 세대에 밀어닥친 최대의 과제는 사회의 기둥, 즉 노동력 부족의 해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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