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편 책. 특종 괴담 45선에 보면 가장 뒷 부분에 내가 직접 겪은 체험담 2개가 있는데 오늘 그 두개를 발췌해서 포스팅 하겠다.
내가 일곱 살쯤 되었을 때 이야기다. 하루는 집에서 엄마가 사준 어린이용 과학잡지를 읽고 있었는데 때는 여름이었다. 그래서 잡지에서도 무서운 이야기를 들으면 왜 인간이 추위를 느끼는지에 대해 과학적으로 다룬 기사를 실고 있었는데 난 한번 맘에 든 책은 한두 번 읽은 책도 여러 번 반복해서 읽는 버릇이 있었다. 그런데 그 날은 내가 자주 읽었던 책인데도 다른 때에 못 봤던 문장이 적혀있는 것이다.
“왜 인간은 공포영화나 괴담 등을 공포스러워 하면서도 피하긴 커녕 일부터 영화관에 찾아가는 등 공포를 오히려 즐기려고 할까. 강해지고 싶다는 인간의 욕구는…”
뭐지 이거? 하고 난 거기서 책을 덮고 다른 일을 하러 거실로 나갔다가 며칠 뒤 다시 그 구절이 생각났다. 인간이 공포를 즐기는 이유…. 분명 책에 적혀있었다. 강해지고 싶다는 심리적인 욕망 때문인 걸까? 하고 책을 다시 펼쳐보았는데 어디에도 적혀있지 않았다. 난 집안의 거의 모든 책을 다 뒤져봤지만 그 구절은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 문장을 잊어버리지 않고 오래도록 기억하고 있었다. 인간이 공포를 느끼는 것은 강해지고 싶다는 욕망 때문이다…. 난 이상하게 그 구절이 잊혀지지가 않았고 어린시절 본 문장이기 때문에 아동용 과학잡지에 적히기에는 묘한 이야기라는 것도 모르고 그냥 책에서 본 대로 그런 줄 알고 있었다.
“인간이 공포를 즐기는 것은 강해지고 싶다는 본연의 욕망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난 지금도 알고 지내는 내게 명상을 가르쳐 주신 선생님을 중학교 때쯤 말했는데 그 선생님이 어느 날 아이들을 한 곳에 모아놓고 이런 질문을 했다.
“너희들, 사람들이 왜 공포를 즐기는지 아니?”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나 나는 답을 알고 있었다. 내가 손을 들고 발표하자 주변 아이들이 모두 이상하단 표정을 지었다.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내 말이 이해가 되지 않는 듯한 반응이었다. 한명은 무슨 어린이용 과학 잡지에 그런 구절이 적혀있냐고 했다.
그러나…선생님은 깜짝 놀라며 이 중 그 질문의 정답을 맞히는 아이가 있을 줄은 몰랐다며 내가 맞혔다고 했다. 책에 나타났다가 금방 귀신처럼 어디론가 사라진 그 수수께끼의 문장. 그건 어쩌면 어떤 영적인 존재가 나에게 어떤 철학적인 비밀을 알려주기 위해 부린 마술은 아니었을까. 지금 그 구절은 이 책의 가장 첫 페이지에 적혀있다.
이것도 내가 일곱 살 때 즈음 유치원에 다닐 때 이야기이다. 우린 저녁 늦게까지 남아 부모들을 기다리는 아이들에겐 선생님들이 만화비디오를 틀어주셨는데 내가 즐겨봤던 만화는 어느 빨간 머리 남자 주인공이 로봇 안에 들어가 불의 검을 들고 악당들과 싸우는 그런 진부한 어린이용 만화였다.
그 날도 나 혼자 늦게 남아 맞벌이 하시는 엄마가 오길 기다렸는데 이 날도 그 과학잡지 사건과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주인공이 강해지기 위해 어느 할아버지의 조언을 듣고 답을 찾기 위해 갈등하는 화였다. 그런데 반복해서 자주 보던 만화인데 평소에 못 보던 장면이 갑자기 화면에 켜진 것이었다.
주인공은 눈을 감고 쓰러져있었는데 에게 힌트를 주기 위한 로봇의 음성이 화면 속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야…. 잘 생각해봐. 넌 이 해답을 찾아야 해. 어둠속의 빛과 빛 속의 어둠의 의미를 생각해봐. 그걸 깨달아야해.”
그러더니 주인공이 되세기는듯 말을 반복적으로 말하면서 번갈아가면서 두 가지 화면이 보여지는 것이었다.
“어둠 속의 빛…. 빛 속의 어둠…. 어둠 속의 빛…. 빛 속의 어둠….”
주인공의 “어둠 속의 빛….”이라고 되뇌이면서 중얼거릴 땐 화면이 검은 배경으로 바뀌면서 일식현상이 일어 날 때처럼 테두리에서 빛이 새어나오는 둥근 원이 보였다. 그런데 그 다음은 검은 배경이 흰 배경으로 바뀌면서 이번엔 빛이 나던 검은 공의 테두리가 어둠으로 변하고 공도 흰 색으로 변했다. 그러면 주인공은 이렇게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빛 속의 어둠…. 비밀이 뭘까? 그게 뭘까?”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더니 갑자기 주인공이 생각났다는 듯 웃으면서 “알았다! 할아버지! 알았어요!” 하고 만화가 끝났다. 다음 날 그 장면을 다시 보려도 비디오를 뒤져봤는데 아무리 비디오를 빨리감기로 돌려봐도 그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친구들에게 말하자 이번에도 모두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난 그 후로도 며칠을 그 장면을 찾으려고 했지만 결국 그 장면은 다신 보지 못했다.